딸이 아빠를 닮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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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는 이대호를 낳고, 이천수는 이천수를 낳고, 이운재는 이운재를 낳고, 김응수는 김응수를 낳고...이 사진들을 본적이 있으신지.
자식이 부모를 닮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근데 굳이 좀 특이한 점을 찾자면 앞선 저 사례들이 모두 아빠와 딸이라는 거다.
우리가 아는 속설 중에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말이 있다. 실제 예시가 너무 강력하니까 너무도 근거가 있는 말 같다.
그럼 반대로 아들은 엄마를 닮는다는 말도 일리가 있는 건가?
유튜브 댓글로 “딸은 아빠를 닮고 아들은 엄마를 닮는다는 말은 사실인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영국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의 데이비드 패럿 교수는 2008년 ‘Sexy sons and sexy daughters: the influence of parents' facial characteristics on offspring’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부모의 매력도가 자녀에게 유전이 되는지를 연구한 건데 패럿 교수는 “딸이 아들에 비해 부모의 매력적인 외적 요소를 물려받을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연구를 위해 패럿 교수는 남녀 학생 200명의 사진과 그들의 부모 사진을 사람들에게 공개하고 외모가 매력적이라 여겨지는 부모 10명을 뽑았다.
그리고 그들의 딸들 10명의 사진을 합성했더니
예쁜 얼굴의 여성이 나왔다.
반대로 매력적이지 않다고 뽑힌 부모 10명의 딸들의 사진도 합성했다.
결과는 평범한 얼굴이 나왔다.
같은 실험을 한 결과 매력적인 부모들의 아들 합성사진과 그렇지 못한 부모들의 아들 합성사진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여성이 남성보다 외모로 평가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 생김새에서 매력적인 요소를 유전적으로 물려받을 확률이 높아요.
- 패럿 교수 -
그러니까 아들의 외모는 부모의 외모에 별 영향을 안 받는다는 거잖아.
잘생기고 예쁜 부모 밑에서 예쁜 딸이 태어날 확률은 높지만 아들의 외모는 랜덤이라는 말이다.
이 것 말고 또 주목해야 할 건 기본적으로 아빠의 유전자가 자녀에게 더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다는 거다.
아이슬란드대학과 유전체 분석업체 디코드(deCODE) 공동연구팀이 2017년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건데,
부모와 자식 1500여 쌍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아빠는 평균 나이가 8개월 늘어날 때마다 엄마는 3년 늘어날 때 마다 새로운 변이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생을 통틀어 봤을 때 아빠의 유전자가 자녀에게 훨씬 많이 전달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진화심리학이론이 뒷받침이 될 수 있다.
유전자 검사 기법이 나오기 전, 엄마의 경우 신생아가 자신의 자식이라고 100% 확신할 할 수 있지만 아빠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당연하다 엄마는 뱃속에 품고 있었으니까.
음성대역 진화심리학 이론에 따르면 아빠의 경우 결국 태어난 아기의 외모가 본인이랑 닮았는지를 보고 자신의 핏줄이라 확신을 갖게 됩니다
- 서강대 심리학과 김근영 교수 칼럼 중 -
가설을 세우자면 아주 오랜 옛날부터 아빠와 닮지 않은 아이는 부족에서 천대를 받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생존을 위해 결국 아빠의 외모가 자식에게 더 잘 발현되도록 진화됐다는 것이다.
연구결과들을 종합하면 일단 딸들이 부모의 외적인 유전자를 이어받을 확률이 높고, 그 중에서도 아빠의 유전자에 더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하니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말이 아주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확률이 100%는 아니다.
엄마의 판박이인 딸도 있고, 엄마 닮은 아들도 많다. 어디까지나 확률과 가설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