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함을 내세우지만 할 일 못하는 '무인결제기'

조회수 2019. 1. 17. 18: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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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아닌 기계에서 주문하는 키오스크(무인단말기)가 공공장소나 식당 등에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간편함을 내세우고 있지만 여기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모씨(75세·노인)

일주일에 한 번씩은 (패스트푸드점에) 오는데, 전체 매장에 무인단말기가 설치돼 있어요. 무인단말기가 없는 데가 전혀 없어요.

조원석(26세·시청각장애인)

음성도 안 나오고 터치에 점자도 없다보니까 저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들한테는 그게 그냥 뭐랄까요, 그냥 벽?

설령 음성이 나온다 해도 터치인 이상 보이지 않으면 내가 누르고 싶은 버튼이 어디 있는지를 못 찾아서….

휠체어 타시는 분들, 지체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너무 높아요. 무인단말기들이.

‘높낮이가 조절이 되면 좋을텐데’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조원석(26세·시청각장애인)

점원이 아예 없고 그냥 기계 하나만 놓고 하는 곳이었는데 점원이 없어서 커피 마시러 오신 분한테 부탁한 적 있었고요.

문모씨(78세·노인)

내가 해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잘 안되면 젊은 사람한테 부탁을 하죠. 해주긴 해주는데 아무렴 내가 직접 하는 것보다 불편하죠.

정모씨(75세·노인)

내가 하다가 점원한테 가가지고 이거 좀 해달라고 하면 해주는데 그것도 (가끔은) 바쁘다고….

조원석(26세·시청각장애인)

음식을 주문할 때 모르는 사람한테 '나 이것 좀 주문해달라'고 부탁하는 것 자체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용기가 필요한 거거든요.

'이러다가 나 혼자 갈 수 있는 식당이 한 곳도 없어지는 게 아닐까'. 제가 여태까지 잘 해왔던 활동들, 패스트푸드점 가서 혼자 음식 먹고 이런 활동들이 제약이 생기는 거죠.

시대가 더 좋아질수록 삶이 더 편해져야하는데 오히려 더 불편해지고 키오스크뿐만이 아니라 기술이 발달할수록 장애인은 더 어려운 삶을 살게 된다….

임춘식 대표(한국노인의전화)

사회적 변화의 속도는 초고속이지만 노인들에게 미치지 못하고 있잖아요.

사전에 그러한 교육과 정보 없이 전격적으로 도입한 거에 대해서 노인들이 사회적 문화적 부적응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허준수 교수(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4차 산업 혁명시대로 들어가는데 있어서 노인, 장애인, 소외계층들에 대해서 디지털 격차가 아주 심해지고 있습니다.

전용호 교수(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자꾸 실패경험을 하거나 자꾸 자신감이 떨어지거나 하면 아무래도 두려워서 이거를 아예 시도하지 않게 되고….

이용석 정책홍보실장(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전체가 비장애인 장애인 상관없이 같이 이용해야 될 대중시설이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만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조원석(26세·시청각장애인)

저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생각하고요. 선진국들은 ‘장애인용’이라는 게 없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 짓지 않고 보편적 설계, 유니버셜 디자인으로 많이 만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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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수 교수(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과연 장애인, 노인의 눈높이에 친화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지를 점검을 해서….

이용석 정책홍보실장(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제 막 보급단계니까 장애인 접근성이 가능한 무인단말기를 설치하게 되면 추후에 사회적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는 얘기죠.

지난해 2월 무인단말기를 운영할 경우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 계류 중입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지만, 기술의 혜택을 받는 게 정말 ‘모든 사람’인지, 어쩌면 그 기술 발전으로 인해 더 불편해 지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