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에게 백종원이란?'

조회수 2018. 10. 25. 00: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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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논란의 중심에 있는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수많은 악플과 비난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해서 불편한 말을 하는 걸까요?


그의 생각을 듣고 싶다는 취재의뢰가 들어와 황교익씨 자택에서 만나봤습니다.


Q. ‘막걸리 블라인드 테스트’ 논란에 대해

시중에 팔리고 있는 막걸리가 적어도 100종은 넘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 중에 12종을 골라서 이걸 맞히기 하자는 게 인간의 능력으로 불가능합니다.
10종을 미리 선별해서 먹이고 “자 맛봤지? 이제 맞혀보자” 이래도 못 맞혀요! 힘들어요!
이건 불가능해. 인간의 감각은 그렇게 민감하지 않고 맛에 대한 기억력도 뛰어나지 않아요. 훈련을 해야 돼요. 미각 후각 훈련이 아니라 입에 들어오는 감각을 언어화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소믈리에나 바리스타들이 하는 공부 보면 얼마나 후각과 미각을 섬세하게 다듬는가가 아니라 그걸 어떤 말로 표현하는가에 집중해요. 언어로 기억하고 마시게 되면 그 언어를 다시 불러내는 거죠.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가 원리를 알게 되면 절대 12종 막걸리 놓고 블라인드 하지 않을 겁니다.
누구도 맞힐 수 없는 거야. 근데 맞힐 수 없는 걸 했대. 에이 그럼 안 되지~ 아무리 예능이라도 그러면 안 되지~

Q. 황교익에게 백종원이란?

백종원씨가 마리텔에서 설탕을 컵에 들고 쏟아 부으면서 ‘괜찮아유~’ 문화 충격이었죠.
설탕에 대한 경계심은 저만 강조하는 게 아니에요. 모든 국가는 설탕에 대한 경계심을 국민들에게 교육합니다. 백종원 붙잡고 비난하거나 저격한 거 아니에요.
대부분 외식업체 레시피가 설탕 듬뿍이에요. 그러면 제작진이 편집하면 됩니다. 제가 지적하는 지점은 딱 그거에요. 제작진이 문제라는 거.
근데 사람들이 백종원 저격 프레임을 만들었어요. 백종원씨는 가장 성공한 외식사업가죠. 대중의 성향을 아주 정확하게 읽어요.
백종원 저격 프레임은 이제 좀 거둬주셨으면 좋겠어요.

Q. 황교익에게 친일이란?

한국과 일본의 음식을 비교하고 일제강점기 때에 있었던 한식의 발달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두고 친일이라고 하는 것은 명백한 왜곡, 과장이라고 봐야 되는 거죠.
당장 제 블로그 들어와서 뒤져도 돼요. 내가 얼마만큼 일본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가 하는 것을 알 수가 있어요.
왜 이런 프레임을 만들어내는가 그걸 들어보는 게 더 정확하겠죠.
함부로 친일이라는 말을 뱉으면 안 돼요. 보통의 일본을 이야기하는 것을 두고 친일이라고 말을 붙이는 순간 일제강점기에 일본군국주의자들한테 부역을 한 진짜 친일분자들의 일을 희석시키고 눈을 가리게 할 수가 있어요.
제가 이 인터뷰를 하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Q. 불고기는 우리 고유의 음식인가?

내가 한국의 불고기가 일본에서 왔다라고 얘기한 적 한 번도 없어요!!! 그런데 내가 그렇게 말했다고 얘길 해요. 하하하하하하.
(불고기가) 야끼니꾸의 번안어일 수는 있다고 했어요. 제가 얘기하는 건 번안...번안이에요. ‘왔다’가 아니라.
이 세상에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의 고유의 것이라는 게 존재할까요. 한번 생각을 해봐야 됩니다.
불고기라는 음식의 형태는 아주 다양하게 변주가 일어납니다.
설하멱을 우리 조상님들만의 특이한 조리법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하나의 끝 지점으로 읽어낼 것인가 하는 걸로 한국 음식문화를 보는 시각은 완전히 달라지겠죠.
우리는 옛 문헌 들여다볼 때 우리만의 고유한 무엇을 찾으려고 해요. 그 시각이 음식문화를 보편적 인류 역사 안에서 이해하는 것을 방해합니다.
음식은 한 지역에서 고유한 형태 가지는 것도 있지만 대체로 서로 연결돼서 간섭하고 변화하고 얽히고 설키면서 주욱 연결돼 있어요.

Q. ‘떡볶이 광고’ 논란에 대해 “떡볶이 먹지 말라 했나?

그 음식 품평했을 뿐이에요. 난 맛없어도 먹어요.
햄버거 피자 떡볶이... '이거 안 먹어야 되는데….’ 이러면서 먹죠? 저도 똑같아요. 떡볶이 먹어야 돼? 그러면서 먹어요.
내 입에 맞는 것만 먹는 사회가 아니에요. 맛없다는 음식을 광고한 행위가 뭐가 문제일까요.

Q. 황교익은 불편한 사람인가?

제가 하는 발언들이 이때까지 들어왔던 이야기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많이 불편할 것입니다.
글쟁이의 목적은, 제 글이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좋아요!’ 이런 것도 목적이 될 수 있겠지만 불편하더라도 새로운 생각들을 만들어주는 일도 글쟁이가 추구해야할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이 맛있다고 생각하는 거에 의심의 지점을 하나 던져 넣은 거에요. 제가 목적하는 바대로.
그냥 불편해만 한다면 내가 그다지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지 못하다고 할 수 있겠죠. 
나도 늘 나한테 질문을 던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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