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대생이 요트를 타고 태평양을 건넌 이유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20대 여성이 요트를 타고 태평양을 건넜다고 하니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이 여성은 왜 이런 위험천만한 도전에 나섰던 것일까. 책엔 이렇게 적혀 있다.
궁금한 건 저런 고민과 희망을 품다가 왜 하필 바다에서 그 해법을 찾으려 했느냐는 것이다. 책을 다 읽은 뒤 저자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돌아온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자, 그렇다면 이토록 대찬 모험에 나선 주인공이 누구인지부터 살펴보자. 책을 펴낸 임수민(26)씨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대기업 취업을 꿈꾸던 평범한 여대생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지하철 안에서 삶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다.
“만원 지하철 안에 구겨져서 어디론가 운반되고” 있었던 임씨의 기분은 까라져 있었고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는데 마침 자신의 앞에 빈자리가 났다. 그런데 느닷없이 눈물이 뺨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임씨는 이렇게 썼다.
가출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었고 고민 끝에 교환학생 제도를 활용해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외국에 가서는 사진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현재 그는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도시 사람들의 온기를 흑백사진에 담는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로 활동하고 있다.
이제 그의 항해 일지를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항해가 시작된 건 지난해 3월이었다. 파나마에서 출발한 배는 두 척이었고 탑승한 인원은 총 8명이었다. 항해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엔진이 고장 나 고생해야 했고, 바다 한가운데 정박했을 땐 수영을 즐기다가 해파리에 쏘이기도 했다. 임씨는 홍일점이었기에 자주 외로움을 느꼈다. 구박을 받을 때도 적지 않았다.
물론 낭만적인 순간을 마주한 적도 많았다. 배에서는 매일 밤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서야 했다. 한밤중에도 누군가는 배를 향해 다가오는 무언가를 살펴야 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불침번을 서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심심한 일이었다. 하지만 태평양 한복판에서 “세상이 아침을 맞는 모습”, 그러니까 일출을 마주했을 땐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책에는 배 위에서 적은 일기와, 부모와 지인들에게 띄운 부치지 못한 편지도 한가득 실려 있다. 특히 저자가 그때그때의 일상을 써 내려간 일기는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항해는 부산에 도착한 그해 8월까지 5개월 동안 이어졌다. 그렇다면 태평양을 건넌 뒤 임씨는 무엇을 얻었을까. 그는 스스로를 “실패한 모험가”라고 규정했다. 기대와 달리 강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만 재차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패한 모험가”라는 자책은 틀린 말일지도 모른다. 책의 끄트머리엔 기착지 중 한 곳인 일본 나가사키에서 임씨가 한 재일교포 3세와 주고받은 얘기가 등장한다.
우리는 달이 얼마나 밝은지, 밤하늘은 얼마나 어두운지 알고 있을까. 임씨는 이런 사실을 체감한 사람이다. 어쩌면 이것만으로도 그는 성공한 모험가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