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황당한 채용면접 질문 BEST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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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붙었다는 취업시장 문을 죽어라 두드려 여기까지 왔다. 생애 최초의 면접.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젖 먹던 힘 까지 다해 융단폭격처럼 쏟아지는 질문을 수비하는데, 심드렁한 표정의 면접관이 툭 던진 질문 하나에 머릿속은 백지장이 됐다.“한라산을 서울로 옮기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그러게. 답이 있긴 할까? 풀어보도록 하자. 국내 대기업, 외국계 기업, 언론사 면접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질문들을 추려봤다.
1. 한라산을 서울로 옮기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백록담, 나무, 바위, 동식물 등 한라산에 속한 자연물들이 많지만 계산을 위해 산 전체가 토사로만 구성돼있다고 가정하고 시작하자. 우선 한라산의 부피를 알아야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한라산의 해발은 1950m, 표면적 1820㎢, 평균 경사로는 동서 5~9%, 남북 9~12%다. 계산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이승재 연구원의 도움을 받았다.
이 연구원은 한라산이 동서로 7.5%, 남북으로는 10.5%의 평균 경사도를 가진 타원형 원뿔이라고 가정했다. 그러면 타원의 긴 반지름은 26㎞, 짧은 반지름은 18.571㎞다. 타원 면적은 긴 반지름에 짧은 반지름과 파이(π)를 곱해 구한다. 밑바닥 면적은 1516.3644㎢다. 이걸 원뿔의 부피를 구하는 공식(1/3X밑면적X높이)에 대입하면 한라산의 부피는 985.488686㎦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제 한라산을 굴삭기로 파낼 차례다. 버켓(포크레인의 포크 부분)용량이 가장 큰 모델들의 경우 한번에 평균 2.5㎥를 담을 수 있고 1분당 선회속도가 8.6rpm이다. 1분에 8.6번 차체를 돌릴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는 이 규모의 굴삭기가 300대 가량 있다고 한다. 한라산의 부피를 입방미터로 환산하면 9854억8868만6000㎥. 굴삭기 300대가 동시에 작업을 시작했을 때 106104일, 즉 291년이 걸리는 양이다.
덤프트럭에 담아볼까. 대한건설기계협회에 따르면 국내에 있는 덤프트럭은 총 5만7021대다. 이들이 모두 적재용량 25톤급의 트럭이라고 가정했다. 적재용량 25톤급 덤프트럭은 토사만 실을 경우 15㎥까지 실을 수 있다고 한다. 즉, 5만7021대의 덤프트럭이 115만2194번 오가면 한라산을 옮길 수 있다.
제주도와 인천을 오가는 가장 큰 화물선은 제양항공해운의 헤르메스 1호다. 최대 2500톤을 실을 수 있다. 덤프트럭이 실어온 한라산을 이 배가 인천항으로 나르려면 6억5699만2457번 항해해야 한다. 제주-인천 구간 항해에 14시간이 소요되므로 하루에 한 번밖에 나르지 못한다. 매일 간다면 179만9980년이 걸린다.
한라산에서 제주항까지 자동차로 약 40분, 인천항에서 광화문까진 약 1시간이 걸리는데 별 변수는 안 될 것 같다. 전 과정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을 때 한라산을 서울 한복판으로 옮겨놓기까지는 최소 179만9980년 정도가 걸린다고 보면 되겠다.
2. 스쿨버스에 골프공이 몇 개 들어갈까?
스쿨버스 크기는 제각각이기 때문에 서울시 간선버스에 주로 쓰이는 현대 뉴슈퍼에어로시티 버스로 확인해봤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이 차종의 내부 규격은 길이 10500㎜, 높이 2030㎜, 폭 2330㎜다. 버스 실내의 부피가 496억6395만㎣라는 계산이 나온다. 의자나 손잡이 같은 설치물은 빼고 생각하기로 한다.
골프공의 반지름은 20.85㎜. 구의 부피를 구하는 공식(V=3/4πr)을 대입해 구한 골프공 부피는 3만7968㎣다. 버스 안에는 골프공이 130만8080개 들어갈 수 있다.
3. 테헤란로 창문을 모두 청소하면 얼마나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까?
외벽청소전문업체 로프원은 일당 20~25만원을 기준으로 40층이 넘어가는 경우 5~1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2016년 테헤란로의 35층짜리 통유리 빌딩 외벽을 로프원 직원 10명이서 10일간 청소했다고 한다. 강남역에서 잠실자동차극장 삼거리까지 테헤란로 대로에는 지도상으로 약 158개의 빌딩이 있다. 빌딩마다 10일이 소요될 때 최소 금액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1580일에 걸쳐 3억16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4. 출근길 지하철 5호선 상일동·마천행 열차 한 량에 몇 명이 타고 있을까?
이걸 어떻게 세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통계를 가지고 있었다. 평일 오전 8시 기준으로 1량에 평균적으로 96명이 타 있다고 한다.
5. 일간지 한 부에 글자가 몇 개 들어있을까?
2017년 3월 24일자 국민일보의 본문, 사진설명에 들어간 글자를 헤아려보았다. 기사작성 프로그램 기록 덕에 손으로 세지 않아도 됐다. 총 36면 중 전면 광고 6개 면을 제외한 30면 안에는 총 12만4208자가 들어가 있었다. 한 면당 평균 4140자가 적혀 있는 셈이다.
6. 통장 안에 있는 돈 5000만원을 하루 만에 가장 많이 불리는 방법은?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김현섭 PB는 주식이나 외환에 투자를 고려해 볼 수 있지만 수익을 거둘 가능성만큼 손실을 입을 위험도 있어서 확실한 방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PB는 “학자금 대출이 있다면 그것부터 갚는 게 가장 큰 이윤을 낼 길”이라고 말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이밖에도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휴지가 없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서울 시내 중국집 전체의 하루 판매량을 계산해 보시오’
‘서툴시의 바퀴벌레 수는 모두 몇 마리인가?’
‘눈이 안 보이는 사람에게 노란색을 설명해 보세요.
같은 황당한 질문들이 구직자들을 당황시켰다.
이런 질문들엔 사실 오답도 정답도 없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창의력, 상황판단력, 논리력, 문제해결력을 보려고 던지는 질문”이라며 “‘헛소리’라도 순발력 있게 발언하고 나름의 논리로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려는 것이므로 당황하지 말고 기발한 대답을 하라”고 조언했다.
남산과 한라산의 이름을 서로 바꾸는 게 각종 행정 절차를 감안하더라도 훨씬 신속하겠다. 골프공은 버스가 아닌 홀을 채우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도 출근만 시켜준다면 지옥철에 96명이 타든 106명이 타든 할만 할 것 같은 그 절절한 마음이야 누가 모를까. 전선에 뛰어든 모든 취준생들이 기상천외한 질문들의 고비를 넘어 끝내 사원증을 손에 쥘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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