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혼자도 좋은 여행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면? 여자 혼자 여행 떠나는 것도 무섭거나 외로운 일만은 아니라는 걸 발견할 때다.
혼자 여행을 다녀온 여성 6인에게 물었다.
평소에 걷는 걸 좋아하는데 일상에서 벗어나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는 여행의 특권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교토다. 옛것과 현대적인 것이 공존하여 혼자라도 지루하지 않으며, 쭉 뻗은 가모 가와 강을 따라 보이는 풍경은 쓸쓸함보다는 푸근함을 준다. 얕은 담 넘어 주인이 누굴지 상상해보게 되는 개성 넘치는 집들, 낡았지만 정감가는 작은 가게들이 오밀조밀 골목 끝까지 펼쳐져 있다. 고유명사가 따로 있을 정도로 유명한 교토 야채를 재료로 한 음식을 즐기는 일 또한 즐거웠다.
10일, 골목길을 산책하고 교토의 가정식이라고 할 수 있는 '오반자이' 집을 투어했다.
햐쿠만벤 크로스 게스트하우스. 교토 관련한 블로그를 보다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동네 '이치조지' 근처이기도 하고, 무척 깨끗하고 친절하다는 평에 선택하게 되었다. 꽤 장기간인 열흘 동안 지낼 예정이라 호텔보다는 저렴하면서 깨끗하고 조용한 곳 위주로 알아보았다. 도시가 크지 않으니 위치보다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숙소의 조건 속에서 조율해도 좋을 것 같다. 여행 기간이 짧다면 인근 도시로 이동하기도 편하고 거의 모든 대중교통노선이 관통하며 메인 거리라 할 수 있는 기온 근처로 잡아도 좋을 것이다.
현지인이 자주 가는 동네 맛집과 멋집을 구경하며 그곳의 삶을 경험해보는 걸 좋아한다. 교토는 우리나라 경주처럼 일본 내에서도 수학여행지로 유명한 곳이고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지만 그곳이 시장이든 유명한 관광지든 동네 골목길이든 항상 깨끗하고 단정한 느낌.
일본 내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케이분샤'라는 서점은 그릇, CD, 문구류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어 하나하나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다. 일행이 있다면 그런 느긋함과 여유를 부릴 수 없었을 것이다.
읽을 책 한 권을 챙겨가지 않았던 사실 이 아쉬웠다. 사실 교토처럼 책 읽기 좋은 여행지도 없는데 말이다.
뉴욕. 혼자서 2주간 다녀오고 출장으로 한번 더 갔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여주인공들처럼 죽이 잘 맞는 여자 친구들과 함께 흥 넘치고 호들갑스럽게 맛과 멋에 취했어야 하는데!
솔로 여행자에게 행복의 적정 수준을 제공하는 도시다. 모든 게 적재 적소에 놓인 듯하다. 여느 유럽의 때깔보다 한층 해맑게 빛나는 햇살, 적 당히 말을 거는 남자들의 수작, 어깨를 부딪치며 걸어야만 하는 골목길, 1 일 코스로 변방 도시를 들르는 재미, 한국이 완벽히 잊혀지는 해방감, 좁 은 언덕을 툴툴 오르는 트램의 낭만, 혼자 놀아도 결코 외롭지 않은 바와 클럽. 최고는 아니어도 최선의 도시랄까.
포르투갈-모로코-스페인의 세 나라를 찍고 돌아오는 2주 일정이었 다. 리스본에선 주로 어슬렁거리는 산책이 전부였다. 마치 동네 사람처럼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걷기도 하고, 문득 거리 아티스트와 만나 클럽에서 뒤엉킨(!) 나를 발견하곤 했다.
포르투갈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호스텔의 갑으로 통하는 숙소가 많 다. 무엇보다 여행한 사람이 만든 듯한 편의(침대 층간 높이 및 사이즈, 개인형 플러그 코드 장착, 자체 무료 투어 등)와 왜 호텔을 가야만 하는지 의문이 나는 부티크형 호스텔이 많기 때문. 리스본에 숙소를 잡고 신트 라와 포르투를 1일 코스로 여행했던 이유도, 위의 두 요소를 충족하는 숙 소 리스본 라운지 호스텔이 한몫했다. 여행의 첫날은 거의 무조건 도미 토리 룸에 묵는 습관이 있는데, 8인실이 동네 운동장처럼 넓다. 여행자에 게 낯선 집이 될 수밖에 없는 호스텔에서 환영받는 기분도 황홀했다.
무계획으로 떠났다가 현지인을 만나는 우연으로 일관한 여행을 좋아 한다. 포르투갈, 게다가 리스본에선 관광 명소랄 곳이 없다는 점이 더 신 선하고 호쾌했다.
바이후 알투 지구는 낮과 밤이 야누스처럼 변하는 동네다. 특히 이곳의 밤은 극락이다. 클럽과 바, 파두하우스 등이 집결된 거리는 안과 밖 모 두 선남선녀의 수다와 음악 소리로 가득하다.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면 실내로 진입해 몸 좀 흔들어주다가 그냥 쓱 나와도 아무도 모른다. 혼자가도 친구가 생기는 특유의 DNA 가 있는 장소다.
신트라에서 하루를 꼬박 보내고 리스본으로 돌아오던 날, 숙소 근처에서 그림 그리는 그리스 출신 야니스를 만났다. 함께 클럽과 파두하우스를 전전하며 상그리아가 한두 잔 넘어갈 때, 그가 내게 말했다. “One Woman, One Love, One Life.” 여행 최고로 위험한 순간이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도시와 도시를 이동할 때 합승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4~5명 정원이 차야 출발하는 시스템인데, 이 기사와 협상하는 게 나라를 구하는 일만큼 힘들다. 운이 나쁘면 정원이 차기를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할 때도 많다.
이 섬에서 영화 <브로큰 임브레이스>를 찍은 페드로 알모도 바르는 이렇게 말했다.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섬 같습니다.” 주제 사라마구가 여기에 머물면서 걸작 소설을 써냈다. 이보다 더 설명이 필요한가?
하루는 <브로큰 임브레이스>의 촬영 장소이자 초현실적인 지구 그 자체인, 초록색 호수 엘 골포, 검은색 포도밭 라 게리아 등을 돌아다녔다. 나머지 이틀은 거리와 해변을 유령처럼 어슬렁거렸다.
부엌과 거실, 발코니가 있고 침대 2개가 있는 푸에르토 델 카르멘 지역의 호텔이 1박에 33유로였다. 란사로테의 호텔들은 스파 시설과 수영장과 부엌을 모두 갖추고 있고 저렴하다.
서울의 물질주의자로서 보통은 (뭔가를 잔뜩 살 수 있는) 도시 여행을 선호한다. 이 도시에서는 살 게 포도주밖에 없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화산지대로 섬 전체가 화성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낙타 트레킹을 할 때 엉덩이가 정말 아팠는데, 그 얘기를 낄낄거리며 공유할 사람이 없어 순간적으로 외로웠다.
러시아 모스크바. 간판도 읽을 수 없고 말도 안 통해 옆에 친구라도 없으면 러시아 경찰에게 끌려가 총살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올 것 같다.
에디터 황선우
출처 W web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