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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공격수 여민지 선수의 공격 본능

조회수 2019. 5. 27. 15: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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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적막을 깨라

국가대표 공격수 여민지 선수의 공격 본능

“여자가 무슨 축구야.” 어린 여민지가 습관처럼 듣던 말이다. 그녀는 한 살 위 오빠를 따라다니며 처음 축구공의 촉감을 알았다. 좋아하는 걸 하는데 남녀가 따로 있나.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더 빨리 뛰었고 더 멀리 공을 찼다. 왼쪽 가슴에 태극기를 다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녀의 나이 17살, 그 날은 들뜬 마음으로 밤을 새웠다. 태극마크는 날개가 됐다. 심장이 터질 듯 그라운드를 누볐고 골로 증명했다. 2010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에서 나이지리아를 상대로 4골을 몰아넣었다. 한국 축구 선수 사상 FIFA 주관 대회 한 경기 최다 골 기록.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내친김에 U-17 여자 월드컵 우승, 최우수선수와 득점왕까지. ‘작은 지소연’이라 불리던 고등학생은 그날 이후로 그냥 ‘여민지’라 불리기 시작했다. 2002년 안정환이 그랬다. 공을 잡으면 무언가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 그녀는 스스로 찬스를 만들어 쐐기 골을 넣는 선수로 성장했다. 오는 6월,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23명이 2019 국제축구연맹 (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에 출전한다. 목표는 2회 연속 16강 진출. 과연 누가 그라운드의 적막을 깰 것 인가. 축구선수는 골로 말한다. 기회를 잡은 여민지는 누구보다 수다쟁이가 될 예정이다. 나이키 우먼스 캠퍼스 컵 오픈 행사에서 그녀를 만났다.

2019년 프랑스 여자월드컵이 6월에 열리죠?

우리나라는 세 번째로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어요. 현재 28명이 뽑혔는데 최종 엔트리 23명만 프랑스로 가요. 저는 공격수 포지션으로 5월 7일부터 대표팀 소집훈련에 참가해요.

혹시 등번호가 나왔나요?

아직 안 나왔어요. 이번 월드컵은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일단 23명 안에 들 수만 있다면 어떤 번호든 감사하게 받을 생각이에요. 

이번 월드컵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리와 같은 조에 속한 나라들의 실력이 만만치 않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하려고요. 목표는 4년 전과 같아요. 16강에 진출하는 것이죠. 기회가 된다면 월드컵 무대에서 득점을 해서 멋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월드컵 준비를 앞두고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뭐예요?

부상이죠. 월드컵과 상관없이 WK리그도 계속 경기가 있어요. 월드컵이 한 달 남짓 남았는데 혹시 부상을 당하지는 않을까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요.

평소 컨디션 관리는 어떻게 해요?

잠이 많아요. 잘 먹고 잘 자는 게 제일 중요해요. 저는 치킨을 좋아해서 즐겨 먹는데 몸보신을 위해 가끔 장어 같은 것도 챙겨 먹어요.

6월 7일 프랑스, 6월 12일 나이지리아, 6월 17일 노르웨이와 붙어요. 가장 긴장되는 상대는?

가장 중요한 경기, 그리고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는 첫 상대인 프랑스예요. 워낙 강팀인데다 개최지라서 어드벤티지도 있을 거예요. 많은 대회를 치러봤지만 첫 경기의 분위기가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조심해야 할 상대로 프랑스를 꼽고 있어요.

어떻게 축구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한 살 위로 오빠가 있어요. 어릴 때부터 오빠를 따라다니면서 가끔씩 공을 찼는데 그게 그렇게 재미있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남자 축구부 감독님 눈에 띄어서 축구부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그때가 아마 11살 즈음이었을 거예요.

지금은 오빠보다 더 잘 하겠어요.

아무래도 저는 매일 축구를 하니까. 아무래도 오빠보다 잘 하겠죠(웃음)?

처음부터 포지션이 공격수였어요?

원래 공격 본능이 있어요. 처음에는 공격수로 시작했어요. 잠깐 수비수로 전향했다가 다시 돌아왔어요. 중학교 이후로는 계속 공격만 했어요. 사실 축구의 매력은 골을 넣는 데에 있거든요. 처음 축구를 좋아하게 된 이유도 골을 넣었을 때의 그 희열 때문이었어요.

정말 짜릿하고 기억에 남는 골이 있어요?

2010 FIFA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대회 때요. 8강에서 나이지리아와 맞붙었는데 4골 1도움을 했어요. 오른쪽 무릎 부상으로 컨디션도 좋지 않았는데, 연장전을 거듭하고 120분 동안 경기를 뛰었는데 골을 넣었어요. 그날은 정말 기뻐서 잠을 거의 못 잘 정도였어요.

맞아요. 그렇게 2010 FIFA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면서 최우수선수와 득점왕까지 차지했죠.

아무도 우리가 FIFA가 주최하는 대회, 월드컵에서 우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같은 해에 20세 언니들이 3위를 했어요. 우리는 그 언니들이 뛰는 걸 봤잖아요. 그걸 보면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어요.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뛰고 앞으로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그 뒤로 잃어버린 8년이라고 할 만큼 부상에 시달렸어요. 많이 착잡했을 것 같아요.

운동 선수치고 정말 많은 부상을 당했죠. 월드컵 출정식을 하루 앞두고 다쳐서 더 아쉬움이 컸어요. 죽을 만큼 힘들었고 매너리즘도 찾아왔어요. 생각해보니까 ‘내가 축구만큼 좋아하는 게 또 있을까?’ 싶더라고요. 다시 그라운드에 나가기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했어요. 부상이 꼭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해요. 그런 부상들을 이겨냈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고요.

경기 전,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출전하나요?

모든 선수들이 자기만의 루틴, 징크스가 있어요. 저는 축구화를 오른쪽부터 묶고 경기 전에 마시는 음료수가 있는데 그걸 꼭 마시고 나가요. 그라운드에 나갔을 때는 늘 속으로 되새기는 말이 있어요. “돌아서자. 돌아서자.”

“돌아서자.”고요?

저한테 공이 왔을 때, 뒤를 보고 수비수가 없으면 바로 돌아서 치고 나가야 해요. 근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아요. 밖에서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아, 저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야 하는데!” 쉽게 말할 수 있어요. 경기장 안에 있으면 시야도 좁고 상황 판단을 빨리할 수가 없어요. 경기장을 넓게 쓰고 잘 활용하는 게 정말 축구를 잘하는 거예요.

여자 축구가 사실상 아직까지 크게 빛은 못 보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요. 어떻게 하면 더 주목 받을 수 있을까요?

남자 축구는 여자 팬이 많아요. 반대로 여자 축구는 남자 팬이 많아요. 그러니까 팬들이 반할 수 있는 무언가를 계속 보여줘야 해요. 이를테면 ‘여자에게 저런 면이?’, ‘여자가 봐도 정말 멋있다’ 싶은 걸 많이 보여줘야겠죠. 이번 월드컵에서 멋지게 좋은 성적을 거둬 저희가 가진 가능성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오늘도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은 이렇게 많은 여학생들이 축구를 좋아하고 즐기고 있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여자가 무슨 축구야?”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실력 있는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며 대표팀을 이끌어가고 있는 만큼 저희를 뒤따라 오는 후배들도 자신의 강인함을 믿고,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늘 생각하며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들에게 신선한 영감을 줄 수 있도록 6월 프랑스 월드컵에서 그라운드의 적막을 깨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 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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