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하우스

리사의 어머니는 아이들이 참가하게 해달라는 특기개발 활동이 생기면 언제나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애썼다. 한번은 고등학생 때 테니스팀에 들어가고 싶어 해서 딸과 함께 스포츠 용품에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계산대에서 신용카드 두 개가 다 승인 거절되고 말았다. “어머니도 울고 저도 울었어요.” 리사는 그때의 아픔이 너무나도 커서 다시는 그러한 상황을 겪고 싶지 않았다. 

이런 철학은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 가정까지 두루 조사해본 결과에 따르면, 중산층 부모들도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갖춰야 할 행동지침을 가르치친다고 한다. 

중산층 부모들로선 자녀들에게 굳이 ‘가난하게 살지 말라’고 얘길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자렐의 어머니같이 가난한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직접적으로 말했다.

“너희는 이렇게 살면 안 돼.” 

자녀가 가장 먼저 지녀야 할 믿음은 ‘가난으로 인한 한계는 피할 수 있고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멜라, 자렐, 개비 같은 자녀들은 부모가 이러한 생각을 심어주지 않았다면 현재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른다. 

생활고에 허덕이면서 가난 때문에 걸핏하면 냉대를 받던 부모들에게 배움을 위한 배움은 사치였다. 그들에게 학업 성취의 절박한 목적은 인생에서 더 좋은 몫을 차지해 다시는 가난하게 살 일이 없게 하려는 데 있었다.

자렐 리의 어머니 엘리자베스는 자렐에게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한 학교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런 얘기를 틈날 때마다 자주, 그리고 직접적으로 말해주는 동시에 적절한 학교와 노숙인 쉼터를 고르기 위해 언제나 끈기 있게 매달리고, 교사들과 꾸준히 연락하며, 여러 학습 기 회를 마련해주었다. 

리사 손의 어머니 역시 자녀가 자신처럼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며 살지 않게 해주고 싶었다. 리사의 아버지가 배움 그 자체를 중요시했던 반면, 리사의 어머니는 배움을 더 나은 인생에 이르는 길로 여겼다. 이런 관점의 차이는 가족의 생계비를 그녀가 책임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다 마침내 공부를 잘하는 것이 경제적 안정을 얻는 최선의 길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경제적 능력을 갖추기 위한 리사의 진로는 어머니가 의도한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가긴 했지만 그 저변의 철학은 여전히 ‘경제적 안정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파멜라는 여자가 남자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가정과 문화에서 자랐고 그런 의존성 때문에 올가미에 매어 있는 기분일 때가 많 았다. 그래서 할머니가 입이 닳도록 가르친대로 자립심을 키우는 것이 파멜라의 가장 큰 꿈이었다.

“제 소원은 언제나 저만의 방을 갖는 거였어요.” 이 소박한 목표가 파멜라를 정진시킨 원동력이었다. 할머니 아부엘리타는 파멜라에게 경제적 자립을 얻으면 마음 졸이며 살 일이 별로 없을 거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