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는 여자들이 현관에 꼭 놓아두는 이 물건은?

조회수 2020. 12. 15. 16: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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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부터 내 집 장만까지' 지속가능한 1인용 삶 안내서.
자취하는 여자들이
현관에 꼭 놓아두는 이 물건은?
혼자 사는 여성들이
남자 신발을 현관에 놓아둔 이유!

혼자 살아오면서 남자의 도움을 떠올렸던 순간이 적잖이 있었다. 정체 모를 남자가 자취방 안을 들여다봤을 때, 관리인이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현관문 손잡이부터 돌릴 때, 야식 배달원이 눈을 굴리며 집 안을 살필 때, 그렇게 우리의 현관에는 ‘남자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이게 된다. 혼자 사는 여자라는 것을 들켜선 안 되니까. 실존하는 나보다 신발 한 켤레가 더 위력적일 수 있다는 사실에 쓴 웃음이 나온다.


“얘야, 꼭 현관에 두렴”
엄마가 혼자 사는 딸에게 하는 당부

‘이럴 때 집에 남자가 있었다면’ 겨우, 잼 뚜껑 하나에 남자를 떠올리다니. 집에는 응당 남자가 있어야 한다는 낡은 신화가 아직도 내 안에 살아 있었던 걸까. 집에 남자 물건을 하나 놔두라고 당부했던 엄마의 얼굴이 떠오른다. 암 투병을 하느라 살이 35kg까지 빠진 엄마는 이 잼 뚜껑을 절대 열 수 없을 것이다. 혼자 지내는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들은 이 뚜껑을 열 수 있을까? 왜 잼 뚜껑 하나조차 모든 이들에게 쉽게 열리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왜 그렇게 쉽게 남자를 떠올렸을까. 마치 다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이 세상이 얼마나 ‘하나의 길’만을 강요해 왔는지 실감한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남자들은 혼자 살다가 어떨 때 여자를 떠올리는지. 남이 차려 주는 따뜻한 밥이 먹고 싶을 때? 누군가 다려 준 옷을 입고 출근하고 싶을 때? 에이 설마. 남들처럼 안정적인 가정을 이루고 싶을 때겠지.


함께 뭉쳐, 소리를 높일 때
서로를 견인하는 연대의 힘!

항상 친구와 함께 잼 뚜껑을 열어 온 사람이 있다. 같이 일하는 선배 Y다. 어느 날 그가 퀭한 얼굴로 출근했다. 원인은 윗집의 소음이었다. 그는 일이 끝나자마자 키보드를 내리치며 윗집에 보낼 호소문을 썼고, 그렇게 완성된 글은 나의 심금을 울리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런 호소문에 윗집은 심기가 거슬렸는지 더 쿵쿵댔다. 경비실에 이야기해도, 시청에 문의해도 소용이 없었다. 소음 때문에 옆집에 사과를 갖다 바쳤던 과거가 떠올라 나까지 열을 받았다. 하, 역시 남자를 대동하고 찾아가는 수밖에 없는 걸까.


선배 Y를 위해 윗집에 올라간 사람은 다름 아닌 선배의 절친한 친구였다. 성수동에서 일산까지 한걸음에 달려와 세 명이나 되는 윗집 남자들에게 소음을 자제해 달라고 정중히 요구했고, 관리소장에게서 층간 소음 발생 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까지 받아 낸 것이다.


그런데 선배가 다시 퀭한 모습으로 출근했다. 또 윗집 놈들이 쿵쿵대냐고 물었더니 그게 아니란다. 성수동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의 알바생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선배가 또 일산에서 성수동까지 달려가 마감 때까지 알바를 대신해 주느라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것이었다.


선배의 인상적인 친구 관계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육아 때문에 외출이 어려운 친구를 만나기 위해 항상 먼 곳에 사는 친구의 동네까지 찾아갔다. 매번 선배가 움직여야 하니 불편하지 않으냐고 묻자,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 친구와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짧아서, 그런 걸 따지면 소중한 시간이 흘러가 버린다면서.


나는 한때 ‘페미니즘 세계관’ 안에서만 친구를 사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 적이 있었다. 친구들과 대화가 소모적인 논쟁으로 번지는 게 더는 싫었다. 그래서 여성 이슈를 놓고 번번이 의견이 달랐던 선배와도 결코 친해질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나의 ‘인간관계 롤모델’이자 절친이 된 선배를 보면 내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Y 선배는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나처럼 선을 긋지 않았기에 그런 인간관계가 가능했던 것이다.


어느 날 선배가 젓갈 반찬을 나눠 주었다. TV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서 유아인이 먹는 걸 보고 너무 맛있어 보여서 따라 샀다고 했다. 애가 요새 참 멋있다며. 나는 살짝 흠칫하면서도 정성스레 포장한 젓갈들을 보며 이내 감동하고 말았다. 선배의 추천대로, 이 젓갈들을 누룽지와 함께 ‘유아인식’으로 먹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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