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생폼사, 영화 속 주인공들은 왜 마티니만 마실까?
마티니 한잔, 흔들어서, 젓지 말고 주시오.
A martini. Shaken, not stirred.
< 007 골드핑거 >(GOLDFINGER: 1964)
전세계적으로 마티니 열풍을 일으켰던 007 시리즈 명대사다. 제임스 본드가 마티니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주문하는 이 장면! 남녀노소 제임스 본드의 중후한 매력에 열광했다. 수많은 패러디들이 탄생했고, 마티니는 ‘신사의 술’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좀 더 현대적인 ‘영국 신사’가 등장하는 영화 <킹스맨>에서는 이를 패러디 해 이런 대사를 남겼다.
마티니. 당연히 보드카 말고 진으로.
오픈하지 않은 베르무트 병을 바라보면서 10초동안 저어줘요.
Martini. Gin, not vodka, obviously.
Stirred for 10 seconds while glancing at an unopend bottle of vermounth
<킹스맨> (Kingsman:2014)
제임스 본드와 정확히 반대로, 자신만의 마티니를 주문하는 주인공, 에그시. 동네 건달이었던 에그시가 완벽한 ‘영국 신사’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왜 마티니만 마실까?
007 시리즈의 마티니가 대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을 뿐, 사실 마티니는 남녀를 불문하고 오랜 시간 인기있는 술이었다. <캐롤>, <부탁 하나만 들어줘> 같은 여성 중심의 영화에서도 마티니는 관계를 발전시키는 역할이자, 주인공의 캐릭터를 대변하는 중요한 장치로 쓰였다. 시대적 배경도, 인물의 성격도 다른 이 영화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마티니를 마시는 주인공들은 모두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취향을 가졌다는 것. 마티니는 드라이하고 샤프한 맛이 특징이고, 도수가 높으며 쓴맛과 짠맛이 강조된다. 맛 자체가 진입장벽이다 보니, 성별과 시대를 막론하고 ‘드라이 마티니 한 잔’은 진정한 어른의 고급스러운 취향을 드러내는 마법의 주문처럼 여겨졌다.
“칵테일은 마티니로 시작해서 마티니로 끝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삼각형 모양의 칵테일 글라스의 명칭은 ‘마티니 글라스’다. ‘마티니 글라스’를 칵테일 글라스로 통칭한다는 것은 마티니가 칵테일의 아이콘이란 뜻과 같다. 바텐더들 사이에서 퍼진 말처럼 칵테일은 마티니로 시작해서 마티니로 끝난다.
대체, 마티니가 뭐길래?
MARTINI 알아보기
진과 드라이 베르무트로 만드는 심플한 칵테일 ‘마티니’. 마티니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우선 ‘베르무트’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맛있는 마티니의 비결은 맛있는 베르무트다. ‘베베르무트’ 또는 ‘버무스’라고 불리는 이 술은 일반 와인보다 살짝 도수가 높고 약초 향이 감도는 화이트 와인류의 술이다.
베르무트는 이탈리아의 술로 유명하지만, 프랑스 제품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베르무트 브랜드는 칵테일 마티니와 이름이 같은 ‘마티니Martini’가 있다.
이 외에도 바텐더들의 큰 사랑을 받는 ‘노일리 프랏Noilly Prat’, ‘안티카 포뮬러Antica Formula’, ‘돌린Dolin’, ‘친자노Cinzano’ 등이 있다. 브랜드마다 들어가는 허브의 종류와 제조법이 다르니, 취향에 맞는 마티니를 찾으려면 레시피 비율만큼이나 다양한 베르무트를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
다양하게 마티니 즐기는 법
코로나로 분위기 있는 데이트는 커녕 외출마저 힘든 요즘. 간단한 마티니 레시피와 함께 영화 속 주인공의 기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진, 베르무트, 올리브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초간단 마티니부터 약간의 변주를 통해 즐기는 전혀 다른 맛의 새로운 마티니까지! ‘마티니 종합 선물세트’같은 이 레시피만 있다면 근사한 바에 앉은 영화 속 주인공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