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아나운서도 인터뷰 난이도 '최최최상'이라는 이 사람의 정체는?

조회수 2020. 12. 1. 18: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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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차 아나운서가 역대급으로 꼽은 인터뷰? 알고보니..
출처: ⓒ 장예원 인스타그램


프리 전향을 선언한 장예원 아나운서가 난이도 최상의 인터뷰 경험을 고백해 화제가 되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대회에서 스포츠 기자로 활약했던 장 아나운서. 그녀에게는 현장 기자로 투입되는 경험도, 북한 선수단 인터뷰도 모두 낯설기만 한 첫 도전이었다. 10년 차 베테랑 선배도 북한 선수들의 목소리 한번 못 들어봤을 정도이니, 선수단의 인터뷰 난이도는 ‘최최최상’ 수준이었다.

매서운 한파 속에서 3시간을 기다리던 중, 드디어 북한 선수단을 인터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재빠르게 뛰어가 그들에게 마이크를 건넨 장예원 아나운서. 과연 그녀는 인터뷰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을까?


1991년 이후 27년 만에 출범한
세 번째 남북 스포츠 단일팀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대회에 스포츠 담당 기자 겸 앵커로 파견되었다. 한 달 동안의 올림픽 기간 중 내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북한 선수단을 취재하는 일. 만나기도 어렵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 성공하지 못해도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 잘 알려진 선수가 아니어도 좋으니 북한 선수 누구라도 카메라에 담아오라는 기자 데스크의 특명이 내려졌다.

강릉 선수촌은 여러 번의 신분 검사를 거쳐야만 들어갈 수 있었고, 선수들의 컨디션 보호를 위해 인터뷰하는 구역도 제한되어 있다. 숙소 정문을 지나 경기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나가는 길목이 우리 취재진에게 허락된 유일한 공간이었다. 운이 좋으면 버스 타러 나가는 북한 선수들을 만날 수도 있는 상황. 내게는 수많은 취재진 사이에서 마이크를 들이미는 일도 처음이라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준비했던 질문을 쏟아냈지만,
선수들에게서는 똑같은 대답만 돌아왔다.

세 시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카메라 감독 선배가 뛰기 시작했다. 계속 밖에 서 있다가 추위를 녹일 겸 잠깐 커피를 사러 간 찰나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북한 선수들이 나온 거다. 걸어가는 선수들을 붙잡고 이야기할 수 없어서 빠른 발걸음으로 쫓아가며 준비했던 질문을 쏟아내었다.

“일 없습네다.”

“제발 조금 더 길게 이야기해주시면 안 될까요?”

“일 없습네다.”

추위에 벌벌 떨며 기다렸는데, 고작 들은 대답이 ‘일 없습네다’ 한마디라니. 기자 선배들이 어떤 대답이든 꼭 듣고 오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이제 어쩐담. 뉴스 아이템으로 나갈 수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아무래도 오늘 밥값을 하지 못한 것 같아 풀이 죽어 미디어센터로 돌아왔는데, 선배들의 칭찬이 쏟아졌다.


현재는 지원하지 않는 기능입니다.

착각이었다. ‘당신과 말하기 싫으니 저리 가세요’ 하는 줄 알고 마음의 상처를 단단히 받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보통 북한에서 ‘일 없습네다’는 표현은 우리의 ‘괜찮습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10년 차 선배도 북한 선수의 목소리 한번 못 들어봤는데 그 정도면 잘했다는 칭찬에 겨우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한마디도 못 들으면 어떤가.
응원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다행히 우리의 진심이 통했는지,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선수들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다. ‘고생했어요’ 하고 응원을 전하면 환한 웃음으로 대답했고, 수많은 사람의 셀카 요청도 거절하지 않았다. 인터뷰이가 아니라 내가 응원하는 선수라고 생각하며 다가가려고 노력했더니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가 따라왔다. 낯설지만 어딘가 동질감이 느껴지는 이곳에서 뛰는 경기. 북한 선수들의 마음도 우리만큼이나 벅차지 않았을까.

“드디어 남북한 선수단이  공동 입장하고 있습니다!”

한국 봅슬레이 간판 원윤종 선수와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북한 수비수 황충금 선수가 함께 하늘색의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던 순간, 현장에 울려 퍼지던 장내 아나운서의 외침을 잊을 수가 없다. 나에게도, 북한 선수들에게도 처음이었을 모든 순간들. 그 3주 동안의 신선한 감정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프리한 아나운서 장예원의

본격 시작 권장 에세이!

❝새로운 시작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면?❞

< 클로징 멘트를 했다고 끝은 아니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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