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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부사장이 CJ 파트타임으로 일한 뜻밖의 속사정?

조회수 2020. 11. 30. 13: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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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의 1위 고향만두를 넘어선 '비비고 만두의 탄생'
오리온 부사장이
CJ 파트타임으로 일한
뜻밖의 속사정!
오랜 꿈이던 한식 세계화 사업을 위해
라이벌 기업 CJ로 간 오리온 부사장!

오리온 부사장을 역임할 시절, 한식 세계화 추진단 위원의 자격으로 CJ의 한식 세계화 발표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했다. 나름대로 훌륭하게 준비했다고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 것 같았다. 당시 CJ에서 제일제당은 오프라인에서 식음료사업을 진행하는 푸드빌과 달리 햇반이나 백설 등의 브랜드를 담당하는 식품 제조업체였다. 그러다 보니 비빔밥 메뉴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는 지나치게 생산 중심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CJ 담당 임원들에게 내가 이 사업을 컨설팅하는 게 가능한지 조심스레 물었다. 하지만 나는 당시 오리온 소속 임원이었고, 오리온과 CJ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쟁사였다. CJ에서는 오리온 임원이 뜬금없이 CJ 사업 컨설팅을 한다는 것은 상도에 어긋나니 먼저 오리온의 승낙을 받아오라고 했다.


나는 곧바로 당시 오리온그룹의 이화경 사장님께 달려갔다. CJ에서 내가 너무 하고 싶었던 비빔밥 세계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오리온에서는 한식 세계화 사업은 하지 않으니 CJ에서 그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화경 사장님은 이런 말을 하는 내가 참으로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으시더니 한참 고민하시다가 내게 물어보셨다. “회사에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일이란 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 하고 싶은 거야?” 나는 답했다. “어릴 적부터 소원이었습니다. 드디어 그 기회가 온 것 같아요. 사장님께서 허락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1년만 하고 오겠습니다.” 내 말을 들은 사장님은 섭섭해하시며 간신히 승낙해주셨다.


상대의 잘못을 말할 때는
반드시 상응하는 대안을 준비하라!

결국 승낙을 받은 나는 CJ로 출근했다. 한식 세계화 위원이 아닌 ‘노희영’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컨설턴트로 시작했다. 당시 CJ에서는 비빔밥처럼 또 하나 세계화하려던 것이 있었는데, 바로 ‘고추장’이다. 고추장을 미국 타바스코사의 핫소스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K-소스’로 만들어 전 세계에 알리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고추장을 세계화 시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 같았다. 음식에 대한 익숙함 없이 소스는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회장님, 저는 고추장을 반대합니다.

회장님의 표정이 갑자기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우선 비빔밥 브랜드를 식당으로 만들어 한식을 보여주고, 그 다음 빠르게 상품화할 수 있는 것이 ‘만두’라고 제안했다.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시 미국에서 아시안 푸드 중 제일 많이 팔리는 게 만두였다. 만두 시장은 링링이라는 중국산 만두가 1위를 점하고 있었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링링은 찌지 않은 만두를 그대로 냉동해 반드시 조리를 해 식재료 중 하나로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만두 기술이 상당히 발달해 있다. 그래서 식재료 기능을 넘어 간편식 개념으로 전자레인지에 간단히 데워서 먹을 수 있다.


만약 회장님이 “그렇다면 고추장 말고 무엇이 좋겠는가?”라고 물었을 때, 내가 아무 답도 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전 세계 아시안 푸드 시장을 조사하고, 만두 판매량과 1위 만두의 특징을 분석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비비고는 없었을지 모른다.


부동의 1위 고향만두를 넘어선
비비고 만두의 탄생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만두의 레시피를 만들 셰프팀을 구성하고, 기술자를 찾는 일이었다. 당시 만두 시장의 부동의 1위는 해태 고향만두였고, 2위는 풀무원 물만두, 3위가 CJ의 백설 군만두였다. 때문에 CJ 밖의 만두 기술자 수소문 끝에 만난 인물이 막 정년을 앞둔 냉동팀 연구원 강기문 님이었다.


우리는 레시피를 개발하기 위해 3개월간 전국의 만두명가를 돌고서야 한국의 맛에 대한 확실한 감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소량으로 만든 샘플이 아무리 맛있어도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레시피로 바뀌는 순간 완전히 다른 맛이 된다. 때문에 나는 소비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먹더라도 맛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계속 테스트했다. 그리고 비로소 대량으로 만들어도 샘플과 동일한 맛이 나오는 레시피를 완성했다.


기획자가 아니라,
소비자의 눈과 입을 가져라

비비고의 맛은 철저히 소비자의 시각에서 관찰하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내가 기획을 할 때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도 공급자 마인드가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모든 것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관찰하는 것은 이제 나에게 습관이 되었다.


잘되는 집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만약 맛이 없는데도 잘된다면 맛을 능가하는 무엇인가가 잇는 것이다. 예민한 관찰력과 호기심으로 그것을 찾아야 한다. 트렌드는 바다에 떠 있는 배와 같다. 작은 파도와 바람에도 흔들리고, 그 방향이 바뀐다.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읽는 게 아니라 트렌드 안에 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비비고, 마켓오, 올리브영, CGV, 평양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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