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예원이 이상화 선수와 인터뷰 중, 갑자기 눈물 흘린 이유

조회수 2020. 11. 23. 18: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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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유튜브 채널 <SBS NOW>
'우리는 모두 연약한 사람이었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는 것,
마음이 아프다고 솔직히 말하는 데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5년간 스포츠 뉴스를 진행하며 수많은 스포츠 스타를 만났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스피드 스케이팅의 이상화 선수다. 한국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최초의 금메달리스트이자, 2013년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미터 경기에서 세계 신기록을 보유한 빙속 여제.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대회를 한 달여 앞두고 인터뷰 요청을 하다 보니, 혹시 컨디션에 무리가 갈까봐 마음이 쓰였는데 선뜻 태릉 선수촌으로 초대해주었다.


"저도 사실 울컥할 때가 많은데
진짜 참는 거예요."

당시 이상화 선수는 무릎 부상에 시달리다가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36초대에 진입하며, 전성기 기량을 회복하고 있었다.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조심스레 물어보았고,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인터뷰하던 스타일대로라면 ‘뭐 금방 회복하던데요. 이런 것쯤은 문제없죠.’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이상화 선수는 뜻밖에도 한숨을 푹 쉬며 너무 힘들었다고, 자기도 혼자 많이 운다며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늘 당차던 모습과 달리 담담하게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걸 보며,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외로운 시간을 혼자 견뎌왔을지 짠한 마음이 들었다. 본인의 여린 속마음을 숨기기 위해 오히려 강한 척하는 게 몸에 베인 그녀를 보며, 인터뷰 도중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버렸다. 그날 이후 이상화 선수와 부쩍 가까워져 언니의 결혼식 날, 부케를 받는 사이가 되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나의 감정에 충실하기보다
상대방의 표정을 살피는 것.

그럼 내 마음은 언제 돌보지?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부끄럽다. 처음 보는 선수 앞에서 왜 그렇게 눈물을 쏟은 건지... 어쩐지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강한 척, 괜찮은 척하는 모습이.

지난 7년간 내가 어떤 마음으로 방송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 색깔을 내기보다는 주어진 대본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바빴으니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다만 아쉬운 건 프로그램마다 원하는 모습이 달랐고, 본래 성격이 방송에서 표현되지 못하는데도 악플이 따라온 다는 점이다. ‘아나운서 답지 않다’, ‘아나운서가 저런 것도 하냐’, ‘요즘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도 아니다.’는 잣대질이 끊임없이 따라다녔다.

그 악플을 토대로 잘못된 기사도 끊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사실과 다른 기사에 나서서 해명하겠다고 씩씩거리기도 했다. 그러다 돌아서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서 이내 화를 가라앉히곤 했다. 나의 한 마디가 또 다른 기사를 만들어내고, 안 좋은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유 없이 나를 미워하는 이들까지
끌어안을 여유가 어디 있어.

있는 그대로 보여줘도 괜찮아,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니까.

그때마다 속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오, 너 인기 많나 봐. 이런 기사도 나오고.”

“야, 집에만 있어. 어디 돌아다니지 말고.”

시시한 농담을 건네며 내 기분을 살피고 보듬어주었다.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놀리는 친구들 앞에서 화도 냈다가, 눈물도 펑펑 쏟았다가, 가장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니 한결 편안했다. 이럴 땐 진지하지 않은 친구들이 제일 고맙다. 감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걸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밑바닥을 보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온라인상에서 무차별적으로 던져지는 돌멩이를 온몸으로 맞아내며, ‘공인이라면 이 정도는 견뎌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나를 다독였다. ‘난 아무렇지 않아. 모르는 사람이 떠는 건데 뭐’ 스스로 주문을 걸며 괜찮은 척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우울이란 감정이 내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는 것, 마음이 아프다고 솔직히 말하는 데도 이렇게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다니... 인생의 절반 이상을 빙판에 외롭게 서 있던 그녀가 이제는 누군가에게 기대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하는 것처럼, 이제는 나도 괜찮은 척을 그만두기로 했다. 튼튼한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나는, 또 우리는 연약한 사람이었다.


아나운서 장예원이 말하는

진짜 '내 마음' 돌아보는 법


❝불안을 삶의 원동력으로 만든 용기의 문장들!❞

< 클로징 멘트를 했다고 끝은 아니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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