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질 나를 믿는다
나는 얼핏 청개구리였지만
실은 어른들을 꽤 그럴듯한 존재라 믿었다.
그들은 능숙하고 현란하게
어려운 일을 해냈고
분명 우월한 존재였다.
그런 어른들이 칭찬해주면
멋들어진 존재로 인정받은 듯 으쓱해졌다.
짐작건대
그즈음부터 누군가의 인정이
행복이라 믿기 시작한 것 같다.
열망은 점점 커져 가쁘게
세상이 인정하는 것을 좇았다.
열등감, 자괴감, 부러움, 질투, 서운함.
불안한 것들이 번갈아 휘몰아치는
격정의 이십 대를 보내고
그럴 기운조차 소진된 삼십 대의 문턱에서
쓰나미 잔해처럼 뒤엉켜
무너지는 나를 보았다.
깜빡깜빡. 빨간 비상등이 켜진다.
괴로웠다. 원망하고 자책했다.
이따위로 살아봤자 불행할 거
그냥 콱 죽어버릴까 보다.
죽겠다는 으름장으로 친구를 불러다
고민을 털어놓았다.
한참 열을 내는 중
더는 못 듣겠다는 듯
친구의 미간이 찌그러진다.
“왜 네 이야기는 하나 없냐.
죄 남들 시선에서의 너뿐이네.”
코끼리 방귀 뀌는 소리보다
시시한 이야기를 들은 마냥
심드렁한 친구의 반응에 당황했다.
그러고는 이내 민망해져 입을 닫았다.
후의 대화는 하얗게 기억이 없다.
속절없이 몇 달이 지났다.
후텁지근한 퇴근 버스.
라디오에서 심리학자인지 뭔지가
끝없이 주절주절.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끊어졌다 한다.
“사람들은 행복이 목표인 줄 알아요.
경쟁해서 성취하는 보상으로요.”
기묘한 우연처럼
일순간에 또릿또릿 선명해진 목소리는
구절마다 필연으로 가슴에 박혔다.
근래에 사들인 난해한 인문학 도서들,
성적표와 엄마,
친구의 미간 사이 주름,
코끼리 방귀 같은 것들이
마구잡이로 떠올라 뒤섞였고
포기한 퍼즐의 도안이
어렴풋이 그려질 것 같았다.
그즈음이 드디어
내게 행복을 묻기 시작한 시점.
무수히 돌고 돌아 결국 내 앞에 선 날이다.
지금의 나는
자주 미세한 나의 감정을 진찰하고
다정한 대화를 건넨다.
심각하게 내 눈물의 역사를
모조리 되짚느라
절대 지원군,
전용 주치의,
평생 배신 없을 내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