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빌보드 차트 석권한 배경은?

조회수 2020. 9. 28. 10: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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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음반이 빌보드 차트에 1위와 13위를 차지하며 K-팝 열풍을 이어가고 있어요. 


지금까지 진입하기 어려웠던 영미권 음악시장에서 K-팝이 계속 인기를 얻을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요?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이유를 음악평론가에게 들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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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페이스북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2주 연속 1위를 지키고 있어요. 블랙핑크의 ‘아이스크림’은 13위를 차지했죠. 양쪽 모두 한국 최초의 사건이자 K-팝 최고의 사건이에요. 그 요인에는 뮤직비디오와 영어 가사의 곡, 틱톡 같은 누리소통망(SNS)의 전략적 활용, 미국 시장에 최적화된 마케팅 방법론과 팬덤의 활동이라는 특징이 있어요. ‘대중적인 팝’의 조건이 갖춰지면서 시너지를 일으킨 셈이에요.

1894년 11월 1일 창간된 <빌보드 매거진>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매체인데요. 초기에는 미국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던 서커스, 카니발 등 대중적인 공연 소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얻으면서 유료 광고로 수익을 얻었어요. 20세기 초반에는 영화와 라디오 소식을 실었고, 1930년대부터 음악 뉴스를 실었죠. 


지금처럼 음악에 특화된 차트로 바뀐 건 1960년대부터예요. 21세기에 음반에서 음원으로 소비 경향이 바뀌고 벨 소리부터 내려받기, 스트리밍(실시간 재생)으로 그 방법이 다양화될 때에도 빌보드는 이 모든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며 적응했어요.

그중 ‘빌보드 200’은 피지컬 앨범(CD 등으로 나온 앨범) 판매량에 음악 서비스의 스트리밍 횟수를 앨범 단위로 환산해 포함하고, ‘빌보드 핫 100’은 스트리밍 서비스 추이, 음원 판매량, 라디오 방송 횟수(에어플레이) 등을 반영해 집계되는 결과예요.

라디오 방송 횟수는 2011년부터 1214개의 방송국을 대상으로 집계하고 있어요. 참고로 미국에는 9000여 개의 라디오 방송국이 있는데요. 2013년 이후부터는 매출(35~45%), 라디오 방송(30~40%), 스트리밍(20~30%)의 비율로 조정되었는데, 그 정확한 비율은 매주 달라져요.

▶블랙핑크 페이스북

팬덤과 산업 관점서 살펴본 K-팝 열풍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하고, 블랙핑크의 ‘아이스크림’이 13위를 기록한 건 그만큼 미국에서 이들이 대중화되는 조짐으로 볼 수도 있어요. 특히 ‘팬덤’과 ‘산업’의 관점에서 살펴볼 부분이 많아요.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나 ‘젠틀맨’이 싱글 차트 2위에 그쳤던 이유는 라디오 방송 횟수가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싱글 차트 진입은 그만큼 대량의 소비가 이뤄졌다는 뜻이고, 그건 기존 팬덤의 조직적 활동만으로는 이루기 어렵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라디오 청취자는 보수적이고 관습적이에요. 안정적이고 익숙한 음악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 허들은 더 높아요. ‘다이너마이트’와 ‘아이스크림’이 그 허들을 넘은 것은 팬덤이 더 강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팬덤 밖의 대중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라 볼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시장의 ‘최고 수준(톱 티어)’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이에요. 지금 팬덤은 K-팝뿐 아니라 팝 산업에서 지속적인 판매와 소비를 보장하는 기본 전제로 자리 잡고 있죠. 그 규모가 커질수록 안정적인 수익뿐 아니라 부가적인 활동도 가능해져요. 그런데 규모의 경제는 보수와 안정을 뜻해요. 팝 산업과 팬덤이 흥미로운 건 관습적인 스타일이 강해질수록 결집력은 약화된다는 데 있어요. 모순적이죠. 그러나 팝 시장은 그렇게 작동해요. 따라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계속해서 흥미로운, 차별화된 활동을 이어가야 해요.

한편 산업적 관점으로 ‘다이너마이트’는 흥미로워요. 이 곡은 데이비드 스튜어트와 제시카 아곰바르라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가 만들었는데 기존 노래가 거의 자체 프로듀싱으로 제작된 걸 생각하면 이례적이에요. 이들은 이제까지 조너스 브러더스나 헤일리 스타인펠드의 곡을 통해 커리어를 쌓고 있는데, 사실 음악 산업의 거물은 아니에요. 그러나 성장 가능성은 높아요.

그렇다면 ‘다이너마이트’의 산업적 효과는 ‘아직 저평가된 ‘로컬’의 신인 작곡·작사가를 발굴해 활용하는’ 측면으로 볼 수도 있는데요. 사실 K-팝은 영미권 싱어송라이터들에게 ‘적절한 비용을 받으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음악 장르’로 인식돼요. 기존 팝 시장이 관습화된 상태로 현상 유지하고 있다는 걸 상기하면 미국 팝 산업의 관점에서 K-팝은 가장 실험적인 장르이기도 하고요.

팝의 ‘뉴노멀 시대’를 상상한다

이런 배경에서 블랙핑크의 ‘아이스크림’이 설리나 고메즈와 협업한 맥락도 이해할 수 있어요. 설리나 고메즈 역시 팝 산업의 유명 인사(셀러브리티)지만 최고의 자리에 있는 건 아니에요. 요즘 젊은 세대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젊은 가수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죠. 이런 입장에서 블랙핑크 같은 ‘신선한 팝 가수’는 생기를 부여하는 요소가 될 수 있어요.

블랙핑크에게는 미국 팝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요소라는 점에서 서로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데요. 빠른 시간 안에 시장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K-팝 입장에서 이런 협업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에요. 그리고 이미 수년 전부터 팝 차트에서 피처링(다른 가수의 노래 등에 참여해 일부분을 도와주는 일), 협업, 리믹스(기존 음원의 멀티트랙을 다른 형태로 믹싱해 재탄생시키는 방법) 등으로 화제가 되는 경우는 일반화되었어요.

바로 이 점이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뿐 아니라 K-팝이란 ‘장르’가 영미권 음악 산업에서 작동하는 방식이에요. 시스템의 내부에서 다양한 창의성을 가진 ‘젊은’ 창작자들과 협업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고, 기존과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죠. 글로벌 팝 시장의 관점에서 K-팝이야말로 확실한 언더도그(underdog·약자)에요. 새로울 뿐 아니라 독특하고 대안적인 이미지를 가져가야 해요.

‘다이너마이트’는 K-팝의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라는 현상을 만들었어요. 블랙핑크는 그 뒤를 잇고 있고요. 이 현상은 단지 한국의 음악이 미국 시장에 안착한 것이 아니라,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하자면, 영미권 팝의 미래를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해요. ‘영미권 팝의 뉴노멀(새 기준) 시대’가 K-팝과 함께 올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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