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종말, 기후 위기로 온다는 썰! 과연 진실일까?

조회수 2020. 9. 10. 23: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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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장 장마와 폭우, 잇단 태풍이 지나갔어요. 인류가 두려워하던 기후위기가 마침내 현실화된 것일까요?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마지막 경고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과장이라는 주장이 있어요. 환경운동가들이 기후공포를 조장한다는 논란에 대해 알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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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는 중고등학교 때 배우는 '인구론'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인구통계학자이자 경제학자예요. 그는 이 책에서 ‘식량은 산술급수적(1, 2, 3, 4…)으로 증가하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1, 2, 4, 8…)’ 때문에 인구를 통제하지 않으면 파국을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리고 통제 방법으로 빈민의 출산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제안했죠. 그가 이런 ‘예언’을 발표한 1798년으로부터 200여 년이 지난 지금, 인류 인구는 몇 배가 늘었지만 생활수준 전반도 함께 향상되었으니 그의 예언은 틀렸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인데요. 그런데 빗나간 ‘고전 미래학자’ 정도로 여겨졌던 그가 요즘 기후변화와 관련된 논의에 자주 소환되고 있어요. 어찌 된 일일까요?


그를 불러낸 이는 ‘기후 위기’가 비이성적 종말론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여기는 새로운 기후 위기 회의론자들이에요. 덴마크 싱크탱크 ‘코펜하겐 컨센서스 센터’의 소장 비외른 롬보르와 미국의 작가·환경운동가인 마이클 셸런버거가 대표적인 이들이죠. 두 사람은 최근 연달아 기후 위기 담론에 대한 비판 서적을 발표하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어요.


둘의 공통점은 기후변화가 인간에 의해 빚어진 실재하는 위험이라는 것은 인정한다는 점인데요. 그러나 기후변화로 자연재해가 늘고 해수면이 상승해 인간이 생존의 위기에 내몰릴 것이라는 예측은 과장되어 있다고 봐요. 롬보르는 2020년 7월에 낸 '오경보(False Alarm)'라는 책에서 이런 ‘기후 종말론’에서 비롯된 공황으로 국가 지도자들이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잘못된 정책에 큰 재원을 투여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어요.


기후 위기 회의론자들의 항변

셸런버거는 2008년 시사지 '타임'에서 ‘환경운동의 영웅’으로도 꼽힌 적 있는 환경운동가인데, 역시 7월 호주의 한 매체에 ‘한 환경운동가의 사과’라는 제목의 글을 실은 데 이어 '종말은 결코 없다(Apocalypse Never)'라는 책을 내 비슷한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요. 


그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들이나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같은 이들이 ‘기후 공포’를 조장하지만 탄소 배출 등은 개선되고 있고 기후 재난으로 인한 피해자도 감소한다는 사실은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이어서 비효율적인 재생에너지에 비해 합리적 대안인 핵 발전이나 천연가스 발전 등을 환경운동가들이 외면하고 있는 점도 위선이라고 덧붙였어요.


이들이 맬서스를 등장시키는 맥락은 이러해요. ‘맬서스의 종말론이 잘못된 것으로 판명 난 이유는 그가 기술과 진보의 힘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잘못된 생각을 바탕으로 빈민층을 억제하는 정책을 지지했다. 현재 기후 위기론도 마찬가지다. 기후변화로 인해 세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은 기술과 진보의 힘을 간과한다. 발전의 발목을 잡을 것이 아니라 이를 지지하면 문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되며, 그들의 터무니없는 종말론은 맬서스처럼 훗날 잘못된 것으로 판명이 날 것이다.’


먼저 이들의 주장과 근거에는 논란이 있는데요. 기후변화 관련 사실 확인(팩트 체크) 매체인 '클라이밋 피드백(Climate Feedback)'에서 일곱 명의 기후 관련 박사들은 셸런버그의 책에 대해 “정확한 사실과 부정확한 주장이 혼재되어 (독자를) 오도할 수 있으며 기후변화에 대해 지나치게 단순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평했어요.


영국 런던정경대의 그랜덤 기후변화와 환경연구소 밥 워드 소장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오경보' 서평에서 여러 오류와 함께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와 탄소 배출 감소에 대한 비용 사이 균형에 대한 잘못된 계산 부문에선 폭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고 혹평했어요. 


'오경보'는 지구 기온이 2100년까지 3.75℃ 상승하도록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시했는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48차 회의에서 2℃조차 각종 자연재해와 생물종 감소로 인한 타격 등이 너무 커서 1.5℃로 묶어야 한다고 결론 내린 바 있어요.


기후 위기는 욕망 추구에 대한 지구의 대답

그런데 맬서스에 대한 부분은 곱씹어볼 대목이 있는데요. 경제학자 지오르고스 칼리스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최근 등장하는 맬서스와 관련해 이런 요지의 이야기를 했어요. 맬서스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맬서스는 저서에서 ‘기술에 의한 식량 생산 발전 가능성’에 대해 명시적으로 언급할 정도로 이미 잘 알고 있었다는 거예요. 심지어 인구 폭발로 인한 종말론을 예언한 적조차 없다고 해요. 단지 그런 경향이 있다고 서술했을 뿐이죠. 


그의 주장의 주요 내용은 사실 식량 생산이라는 ‘현실’은 인구 재생산이라는 인간의 ‘욕망’을 늘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이런 경제관은 형태만 바꿔 계속되고 있어요. 인간의 욕망(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은 끝이 없으리라는 가정 아래 끝없는 생산과 발전을 추구해온 것이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이니까요.


기후 위기와 관련해 맬서스를 다시 불러올 필요가 있다면 바로 이 대목이 아닐까 싶어요. 이 끝없는 욕망과 발전 추구에 대한 지구의 대답이 기후 위기니까요. 우리가 필요한 것은 이런 도식을 깰 새로운 상상력과 시스템이 아닐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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