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주간지 공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었어요. 대부분 국민들이 방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지만, 아직도 마스크 착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코로나 감염병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코로나 감염병 확진을 판정받고 치료 후 퇴원을 했지만, 힘든 치료과정을 거치고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도 후유증으로 힘들어 하는 분들이 있어요. 

이러한 분들이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고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치료과정과 후유증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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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정환(25) 씨는 4월 6일부터 50여 일간의 투병 기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터키에 교환학생으로 갔던 그는 4월 4일 입국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어요. 아무런 증상이 없었고, 평소 건강관리도 잘해온 데다 젊기 때문에 자신이 양성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고 해요. 

4월 5일 경증환자 수용시설인 태릉선수촌 생활치료센터에 입원할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했지만 다음 날인 6일부터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몸이 으슬으슬하더니 점심때부터 열이 올라 체온은 어느새 39℃를 찍었죠.

극심한 근육통까지 더해지면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곧바로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이후 열흘가량 열·기침·근육통 등으로 극도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어요.

“고열이 정말 심했습니다. 몸이 타들어가는 것 같았어요. 게다가 밤낮 할 것 없이 근육통이 밀려오는데 정말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프더군요. 밤에도 통증 때문에 자다 깨기를 반복하면서 결국 한 시간도 채 못 자는 날이 계속됐습니다.”

치료를 위해 에이치아이브이(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약 ‘칼레트라’를 복용하면서 다른 증상이 더해졌어요. 약을 먹자마자 심한 소화불량 증세가 나타났는데요. 밥 한술 뜨려하면 구토와 구역질이 났어요. 마신 물은 체내로 흡수되지 못하고 곧장 변으로 배출됐고요. 몸무게는 확 줄었고, 기운도 나지 않았죠.

그는 개인 유튜브 채널(도전하는 복학생)에 코로나19 증상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은 치료 일기 등을 공유하고 있어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다고 해요. 

57일간 병상에 있었던 그의 진솔한 투병기는 ‘감기처럼 앓고 마는 거라 괜찮다’ 등의 이유로 각종 방역 지침을 가볍게 여기는 시민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어요. ‘마스크 제대로 안 쓰고 다니는 이들이 영상을 보고 경각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학생들 대상 교육 자료로 써도 될까요?’ 등의 댓글 반응도 있었어요.

코로나19 확진부터 치료 과정, 완치 그리고 그 이후까지 이 씨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코로나19 증상은 완치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완전히 끝난 것 같지만은 않은데요. 입원 후 약 한 달째부터 탈모 현상까지 겪은 그는 완치 판정 이후에도 계속되는 탈모로 고생하고 있어요. 코로나19를 겪기 전엔 탈모 증세가 전혀 없었다고 해요.

“병원에 있을 땐 머리카락이 하얀 침대를 수북이 덮을 정도였고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샤워를 하면 머리카락 때문에 배수가 잘 안 될 만큼 많이 빠지고 있어요. 궁금해서 감염내과 교수님에게 문의했는데 코로나19 후유증 등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논문은 아직 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어쨌든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제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입니다.”

이 씨에 따르면, 무증상자인 경우 큰 고통 없이 지나갈 수도 있다고 해요. 무증상이었던 이씨의 친구 그리고 룸메이트는 각각 30여 일간 병원에 있다 퇴원할 때까지 큰 증상이나 후유증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 씨는 사람들이 “걸려도 금방 낫는다”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등의 이야기에만 귀 기울이는 것을 경계했어요.

자신처럼 건강한 청년층도 무증상에서 언제든 유증상 상태가 될 수 있고, 극심한 고통을 겪을 수 있다는 걸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죠. 경증 환자도 있겠지만 분명히 중증 환자도 있다는 걸 알아둬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에요.

이 씨가 유튜브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알리는 이유 중 하나도 경각심이 부족한 이들이 적지 않아서라고 해요. 귀국 당시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 등을 쓰고 손 세정제를 열심히 발랐던 그도 ‘설마 내가 걸릴까’ 생각했다고 했어요.

“지금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차대한 상황이죠. 가장 중요한 건 외출을 최대한 줄이는 것. 그리고 불가피할 때는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기본 방역수칙을 지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담을 통해 많은 이들이 자신은 물론 가족, 이웃까지 고통스러운 상황에 빠뜨리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또 ‘온몸을 불사를’ 정도로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의료진을 생각해서라도 모두 조심해야 합니다. 에어컨도 세게 못 트는 음압병동에서 방호복 차림으로 땀을 뻘뻘 흘리는 의료진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코로나19가 유증상자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는지는 해외 사례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완치된 미국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 역시 이 씨와 비슷한 증상을 호소했어요. 

그는 최근 자신의 누리소통망을 통해 “평생 이런 식으로 아파본 건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전신이 쑤실 듯이 아프고, 후각도 잃었다”며 “코끼리 한 마리가 내 가슴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음식도 흡수하지 못했다”라고 밝혔어요.

또 “완치된 지금도 탈모 등에 시달리고 있다. 반드시 마스크를 쓰라”고 당부했어요. 그는 “지난 4개월간 현기증, 위장 이상, 생리불순, 심장 두근거림, 호흡곤란, 단기 기억상실, 우울증 등의 증상을 겪었다”고도 털어놓았어요.

해외의 코로나19 후유증 관련 연구도 보고되고 있어요. 이탈리아 의료진이 코로나19 중증 환자 143명을 연구해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125명(87.4%)이 완치 판정 이후에도 하나 이상의 후유증을 앓은 것으로 조사됐어요. 피로(53.1%), 호흡곤란(43.4%), 관절 통증(27.3%), 가슴 통증(21.7%) 등인데요. 후각 마비, 두통, 식욕부진, 기침, 현기증 등의 후유증도 보고됐다고 해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연구는 경증 환자도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어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무증상 또는 경증 상태로 회복한 274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35%가 미열·피로·기침 등을 겪어 감염 이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했다고 답했어요.

코로나19 증상은 환자 상태에 따라 무증상부터 유증상까지 범위가 넓기 때문에 특정환자의 경험 몇 가지로 이 바이러스의 증상과 후유증을 이야기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어요. 중요한 건 우리나라에서 경증 환자나 무증상 환자가 더 많이 발견되긴 했으나 사망자도 분명히 나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에요.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환자 비율을 비교해보면 우리나라가 경증, 무증상 환자 비율이 더 높은 편이다. 이는 우리가 경증, 중증 관계없이 한 명이라도 더 증상자를 찾아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검사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며 “그만큼 바이러스 전파를 더 잘 막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어요.

이어 “증상 범위가 넓은 만큼 필요 이상으로 겁을 주거나, 반대로 가볍다고 무시하고 지나가서도 안 되겠지만, 한 가지 꼭 염두에 둬야 할 점이 있다”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만약 우리나라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게 되어 중증 환자가 늘어나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합병증, 후유증을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라고 밝혔어요.

“정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관련 발표를 할 때 ‘2단계 기준을 철저히 지켜주세요’라고 하지, ‘2단계니까 50명 모이는 건 안 되고, 49명까지는 괜찮습니다’라고 말하진 않죠. 되도록 대면 활동을 최소화해달라고 당부하고 있어요. 국민이 그 정도로 접촉을 줄여야 한다는 요청을 하는 겁니다.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외부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각자 잘 협조해주는 게 정말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