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는 꾹 참지 마세요" 코로나블루 극복 방법 Q&A

조회수 2020. 9. 1. 10:3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국민 모두가 다시 긴장하고 있어요. 감염병에 대한 불안과 사회적 단절, 경제적 어려움 등이 지속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국민들도 늘어가고 있는데요. 코로나블루가 자칫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에서 자살예방 교육 등 정신 건강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의 이야기 함께 들어볼까요?

공감 누리집 원문 기사 보러 가기


2018년 한국의 자살자 수는 1만 3670명으로 사망 원인 5위에 해당해요.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2011년과 비교할 때 2017년 자살자 수는 27.6%(3443명) 감소했지만 2018년 다시 증가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 수준으로 높아요. 


자살은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이자 사회적 문제로 손꼽혀요.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이하 센터) 센터장(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극단적 선택은 환자 개인의 정신건강 문제만은 아니며 개인의 건강, 사회적 문제 등이 더해져 발생한다”며 “그런 점에서 주변의 관심, 사회적 연대와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요. 


그가 속한 센터는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자살예방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12년 설립됐어요. 자살예방 인력 교육과 관련 기관 간 네트워크 구축, 자살예방과 생명존중문화 확산 활동 등을 하고 있어요. 


코로나19로 우울·불안을 호소하는 이들이 더 늘어나는 가운데 정신건강을 챙기기 위해 어떤 제도가 마련되어 있고, 사회적으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등을 백 센터장에게 물어봤어요.

백종우 센터장│백종우

Q.

정신건강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가 뭘까요?

A.

현대 산업사회가 도래하면서 핵가족화가 되고, 외로움·우울·불안을 느끼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우리만의 고민은 아닙니다. 영국에서는 몇 년 전 ‘외로움부 장관’ ‘자살예방부 장관’도 등장했습니다. 1980년대 우리 사회에서 웬만한 문제는 가족, 이웃과 함께 해결해나가는 문화가 있었지만 이젠 달라졌습니다.


2017년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사회적 네트워크 지수는 최하위입니다. ‘힘들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한 이들이 많습니다. 정신건강, 고독 등의 문 제를 사회적 차원에서 깊게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Q.

세대별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주요 원인이 다르던데요.

A.

경찰청 통계로 보면 60대 이상은 신체적 질환과 경 제적 문제가 주요 원인입니다. 40~50대는 경제적 문제, 10~30대는 정신건강 문제를 꼽습니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특히 20대 우울증 환자가 2014~2018년 5년간 배로 늘었습니다. 한편으론 도움이 필요한 학생이 진료를 받는 현상이 증가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5년마다 시행하는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도 20대의 우울증 유병률은 유독 증가하고 있습니다.

재난 2년 이후 극단적 선택 증가 대비해야

Q.

최근에는 이른바 ‘코로나 우울’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A.

감염병 유행에 대한 불안이나 우울감·분노 등 복합적인 감정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사실 이는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전한 환경에서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게 하고, 이를 충분히 들어주고 따뜻하게 위로하는 ‘심리적 응급처치’ 등 초기에 적절히 개입하면 한두달 뒤 10명 중 8명 정도는 호전됩니다. 


다만, 이 가운데 20%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고통을 겪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를 병행해야 하죠. 참고로 코로나19 이후에는 자살률이 상대적으로 늘진 않았습니다.

Q.

이유가 뭘까요?

A.

통상적으로 재난 초기에는 ‘이 어려움을 함께 잘 이겨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이른바 ‘허니문 효과’가 있습니다. 모두 힘을 합쳐 방역을 잘해왔고, 사람들이 정신건강 상담창구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문제상황에 잘 대처한 배경도 있을 겁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동일본 대지진 첫해 자살률이 감소했지만 그 후 2년이 지났는데도 어려운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절망감이 극도로 커지자 자살률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바 있습니다.

Q.

‘앞으로’를 대비해야 한다는 말씀인데요.

A.

그렇습니다. 주변의 힘든 이들을 함께 살피는 사회적 노력이 정말 필요한 때입니다. 중앙심리부검센터의 심리 부검 사례를 살펴보면,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은 평균 3.9개의 심각한 스트레스를 연속으로 받은 것으로 나옵니다. 


예를 들어 실업 이후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 가족관계, 신체건강 문제까지 더해지는 등 문제가 복합적으로 일어났을 때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거죠. 


극단적 선택의 3대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 ‘정신건강’ ‘신체건강’인데, 코로나19는 안 그래도 힘든 이들을 위기 상황으로 더욱 내몰 가능성이 큽니다. 사회적 네트워크나 사회안전망에서 단절되기 쉬운 노인, 장애인 등을 비롯해 취약계층을 먼저 돌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세대별로 볼 때 어떤 계층이 가장 위기라 보나요?

A.

20대가 가장 걱정입니다. 고용 관련 통계를 보면 3월부터 20대 실업률의 증가와 고용률 감소가 가파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20대는 아직 아르바이트 등 불안정한 상황에서 고용보험 혜택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받을 위험도 가장 클 겁니다. 


위기에 빠진 그들을 빨리 찾아 도우려면 온라인 상담 시스템의 구축이 급선무입니다. 비대면이라는 코로나19 상황의 특수성과 함께 20대는 전화 상담보다 문자메시지나 누리소통망(SNS)을 통한 상담에 더 익숙한 세대죠. 뉴욕과 일본 등에서도 청년층을 위해 비대면 상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극단적 선택 예방엔 지자체 중심 지원 중요

Q.

2017년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자살예방 대책’이 포함될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자살예방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죠. 2018년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이 마련되어 총 6개 분야 54개 과제 등 포괄적 대책이 발표됐습니다.

A.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여러 사업 중 85개 병원에서 시행하는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 관리사업’ 등은 특히 의미가 있습니다. 병원 내 응급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사례관리팀 등으로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를 조직하고, 이들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응급실을 찾은 자살 시도자에게 응급치료, 상담 및 심리치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퇴원 후에도 전화나 방문을 통해 사례 관리를 하고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해 재시도를 막고 있습니다. 센터가 이에 대한 전산화된 평가와 개입을 진행합니다. 건강보험 자료 및 연구에 따르면 자살 사망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는 효과가 보고되기도 했습니다.

Q.

극단적 선택을 막으려면 지역사회 도움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A.

예방에서 핵심은 지방자치단체입니다. 중앙부처와 보건복지부 등이 나서서 전국 단위로 관련 업무를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대상자와 접촉하는 실무는 지자체 시·군·구를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 지자체별로 자살예방 계획을 세우고 성과를 총괄해 평가하는 체계가 보건복지부 책임 아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센터가 이에 대한 기술 지원을 맡고요. 극단적 선택의 경우 지역에 따라 특성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이를 통계적·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Q.

센터에서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교육인 ‘보고 듣고 말하기’를 포함해 ‘이어줌인’ 등 보건복지부 인증을 거친 생명지킴이 프로그램을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 학교, 직장 등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고 임세원 교수와 함께 만든 ‘보고 듣고 말하기’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A.

고 임세원 교수는 대학 동기입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굉장히 괴로워하더군요. 퇴원한 지 얼마 안 된 환자가 세상을 떠났는데, 바로 전날 임 교수를 찾아와서 90도로 절하며 그간 감사했다고 인사를 했다는 겁니다. 


임 교수는 본인이 자살 경고 신호를 놓쳤다며 많이 자책했고, 저도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과거 임 교수와 ‘우리 나중에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고 했는데 2010년에 ‘보고 듣고 말하기’를 함께 개발했습니다. 


정신건강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보내는 신호를 ‘보고’, 그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듣고’, 필요하면 전문 서비스에 연결하는 ‘말하기’를 통해 서로를 지켜주자는 게 핵심입니다. 2019년까지 120만 명의 국민이 생명지킴이 교육을 수료했습니다.

Q.

우리가 참고할 만한 다른 나라 사례가 있다면요?

A.

도쿄 아다치구는 과거 도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보건소에 있는 정신건강 간호사가 자신의 환자를 잃은 뒤 이 문제를 구에서 해결해야한다며 구청장을 설득합니다. 


그 결과 매해 두 번씩 구청장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이 자살예방교육을 받고, 종합설명회라는 이름으로 구직·파산·법률·건강·마음 건강 관련 상담을 진행했죠. 또한 40~50대 자살 위험군을 대상으로 구청 모든 조직이 서로 연계해 대응했습니다. 


그 후 이 구의 자살률은 점차 낮아졌고, 8년 뒤엔 전국에서 참고하러 올 정도가 됐습니다. 지역사회에서 현재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극단적 선택을 막는 효과적인 방법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에 대한 편견 사라져야

Q.

2016년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사람 중 22.2%만이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실정이던데요.

A.

전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덴마크에선 일곱 명 중 한 명이 정신과 치료를 받습니다.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행복하다가도 힘들 때는 언제든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는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 사회에선 힘들어도 참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하는 문화가 있죠.


2013년 미국 연수 중 취업 면접 때 제출하려고 정신과에 진단서를 받으러 온 몇몇 대학생과 만난 적이 있습니다. 한국 같으면 취업 시 이를 어떻게든 숨겼을 것 같다고 했더니 그들은 “우울증이 있었는데 현재 극복했다는 진단서가 있으면 오히려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더군요. 누군가 아팠지만, 그것을 잘 이겨냈다는 것에 주목하는 겁니다. 


부러진 뼈가 붙으면 오히려 더 단단해진다고 하죠. 우리 사회에도 누군가의 삶이 위기를 겪으며 더 단단해졌고, 그가 힘든 시기를 잘 극복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Q.

우울·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소개해주세요.

A.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면 보건복지상담센터(129)로, 정신건강 문제라면 24시간 정신건강상담(1577-0199), 자살예방상담(1393) 창구로 전화해보세요. 


직접 못하는 경우에는 주변에서 도움을 줘도 좋습니다. 극단적 선택 앞까지 몰린 이들이 보내는 신호를 보고, 듣고, 말하는 주변의 마음이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합니다.


생명지킴이 양성사업이란?

정부는 2022년까지 자살률 10만 명당 20명 이내, 연간 자살자 수 1만 명 이내를 목표로 하는 ‘자살예방국가행동계획’(이하 계획)을 2018년 발표했어요. ‘생명지킴이 양성사업’은 이 계획의 핵심 과제 중 하나예요.


중앙자살예방센터(이하 센터)는 일반인,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생명지킴이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자살 위험자의 신호를 관찰하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교육합니다. 


센터 강좌에 참여하기 어렵다면 누리집(www.spckorea.or.kr상단 배너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클릭 뒤 관련 기관 알아보기 등을 통해 가까운 전문 기관을 찾을 수 있어요.

자세히 보기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