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빅리거의 자존심" 국민들이 류현진, 김광현에게 열광하는 이유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생활도 여가활동도 방구석1열에서 해야 하는 요즘. 프로야구 무대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두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류현진 선수와 김광현 선수인데요.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하는 이들의 경기를 보면서 국내 팬들이 즐거움을 찾고 있다고 해요. 자세한 내용을 함께 알아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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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자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다.
1970년대 서독의 축구 스타 프란츠 베켄바워의 명언인데요. 아마도 스포츠 무대의 경쟁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적합한 표현은 없을 것이에요. 늘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변수는 많고, 영원한 승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동양의 고전에도 비슷한 말이 있어요. 당태종의 정치철학을 담은 정관정요에 등장하는 “이루기보다 지키기가 더 어렵다"라는 표현이 그것인데요.
삶의 고비에도 유리할 수 있는 ‘강함’과 ‘지킴’이 연상되는 것은 최근 정상급 투구를 하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3) 때문이에요. 박찬호처럼 총알 직구를 갖춘 것도 아닌데, 그는 세계 최강의 선수들을 제구력으로 압도하고 있어요. 잠시라도 방심하면 큰 것 한 방을 맞게 되는 메이저리그에서 선발투수로 살아남는 그의 적응력은 놀라울 정도죠.
물론 위기 없이는 영웅도 없어요. 4년간 8000만 달러의 보수를 받는 팀 내 최다 연봉 수령자인 류현진은 7월 탬파베이 레이스와 시즌 개막전에서 6회에 진입하지도 못한 채 3실점하며 마운드를 내려왔어요. 이어진 워싱턴 내셔널스와 경기에서도 다시 5회를 넘기지 못하면서 5실점 난조로 패전투수가 됐죠. 직구 평균속도가 140km 초반대에 불과했고, 덩달아 밋밋해진 변화구로 난타를 당한 그의 평균자책점은 8점대로 높아졌어요.
전문가들은 “주무기인 변화구가 집중타를 맞았고, 현란한 공 배합으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해 땅볼을 끌어내는 강점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혹평했어요. 실제 직구의 구속도 150km를 넘지 못했고, 토론토 제1 선발로서 위기감은 더욱 커졌죠.
‘정신력 갑’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마음이 강한 류현진조차 흔들렸어요. 새로운 팀과 환경, 높아진 긴장감, 여기에 코로나19로 뒤늦게 시즌이 시작되면서 연습 형태와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으로 보였죠.
류현진: 세 번째 등판 첫 승 뒤 정상궤도로
하지만 삼세판이란 말처럼 류현진은 강했고, 세 번째 등판 만에 드디어 승리를 따냈어요. 8월 6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이 반전의 무대. 머리를 깎고 심기일전해 나온 류현진은 5회 8탈삼진 무실점으로 첫 승을 일궈냈죠.
언론은 “괴력투가 살아났다” “토론토가 원하던 모습 그대로”라며 류현진을 칭송했어요. 비록 볼넷을 세 개 내줬지만 변화구인 결정구가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았죠.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은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어요. 박찬호(124승98패)에 이어 메이저리그 한국인 최다승 2위(55승34패) 고지에 오른 것은 덤이었어요. 3위는 김병현(54승60패86세이브).
류현진은 이후 완전히 정상궤도에 들어섰어요. 8월 12일 임시 홈구장인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살렌필드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안방 개막전에 등판한 그는 6회 1실점의 쾌투를 선보이면서 기세를 탔죠.
비록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인 앤서니 배스가 상대에 동점 3점 홈런을 허용해 2승이 무산됐지만 류현진은 완전히 부활했어요.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면서 자존감을 회복했고, 팀의 연패를 끊는 해결사로서 입지는 굳어졌죠. ‘팔색조 컨트롤’ ‘강철 멘털’ ‘컨트롤 아티스트’라는 찬사가 잇따랐어요.
8월 18일 강타선의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6회 1실점 투구로 시즌 2승째에 이르면서 "류현진답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회자됐어요. 평균자책점도 3점대(3.46)로 떨어지면서 팬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어요. 침체한 팀 분위기를 일거에 바꾸는 핵심 선수로서 역할은 류현진의 존재를 돋보이게 만들고 있죠.
미국 언론은 “류현진이 위기의 토론토를 구했다"라고 썼어요. 심지어 류현진의 인스타그램에는 지난 시즌까지 그를 지켜봤던 LA 다저스의 팬들이 “당신이 그립다” "돌아오라"라고 댓글을 달고 있어요.
김광현: 선발 데뷔전서 깊은 인상 남겨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김광현(32)도 ‘코리안 빅 리거’의 자존심을 뽐내고 있어요. 8월 18일 시카고 컵스와 경기에서 사상 첫 메이저리그 선발 데뷔 전을 치른 그는 무난한 활약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죠. 3⅔ 회를 던지면서 1실점해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안정적인 투구는 팀 사령탑과 동료들의 신뢰를 사기에 충분했어요.
한국인 선발투수가 같은 날 동시에 출격한 것은 2007년 김병현과 서재응 이후 13년 만의 일이기도 했죠. 둘의 경기를 바라보는 국내 팬들에게는 볼거리가 늘었어요.
류현진이나 김광현이 잘 던지면 박수를 치고, 주자를 내보내면 실점할까 걱정해 휴대전화 화면을 정지시키기도 해요. 미국에서 벌어지는 야구 경기의 승패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왜일까요?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두 선수가 특별한 이유는 국내 프로 무대에서 검증된 자원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한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한국 야구가 약하지 않다는 것을 둘이 보여주고 있다"라고 분석했어요.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에요. 이 관계자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뛰는 한국인 선수들이 주는 감동이 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류현진과 김광현의 활약은 국민에게 산소 같은 기쁨을 주고 있다”라고 표현했어요.
사실 정치나 경제, 사회, 환경 등 여러 측면에서 우리 국민은 매우 혼란스럽고 복잡한 세상에서 살고 있죠. 그나마 대중적으로 즐거움을 느끼고 숨 쉴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대표적 공간은 손흥민이나 방탄소년단, 류현진과 김광현 등이 활동하는 문화예술과 스포츠계로 볼 수 있어요.
그들을 통해 느끼는 것은 국가에 대한 자긍심을 넘어, 공동체 일원의 성취가 주는 긍정적 에너지이기도 해요. 빅리거 류현진과 김광현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어요. 더욱이 그들은 강하죠.
ⓒ 김창금 <한겨레> 스포츠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