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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도 AR영상 제작을 하루로 단축? 이거 실화? K-실감스튜디오

조회수 2020. 7. 17. 10: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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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돌리면 어느 방향이든 따라서 돌아가는 신기한 360도 3차원 입체영상을 보신 적이 있으시죠? 이러한 실감콘텐츠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장비가 정비된 특별한 스튜디오가 필요해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스튜디오가 없어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해외에 나가야만 했어요. 하지만 코로나19 시대에 해외로 나가기도 어려워졌죠. 그래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아시아 최대규모의 K-실감스튜디오를 만들었어요. 자세한 실감콘텐츠 제작 현장을 들여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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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 상암동 K-실감스튜디오 편집실에서 ㈜브이런치 직원들이 이주형 현대무용 안무가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K-실감스튜디오’ 가보니

모니터 화면 속은 온통 초록색 배경이었어요. 그곳에 서 있던 한 남자의 몸이 서서히 무너졌어요. 팔은 흔들리는 어깨선에 따라 나부꼈어요. 한쪽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떨군 그는 온몸을 버둥대다 손으로 바닥을 짚고서야 힘겹게 몸을 일으켰어요. 그의 몸짓은 하나였지만 모니터 화면에선 각기 다른 각도에서 찍는 60개의 영상으로 나타나고 있었어요.


5월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1층 ‘K-실감스튜디오’에서는 3차원(3D) 입체영상 촬영이 한창이었어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을 적용한 디지털 콘텐츠인 실감콘텐츠를 제작하는 ㈜브이런치(VRUNCH)가 현대무용 안무가의 공연을 담은 AR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고 있었어요.


촬영이 끝난 뒤 촬영실로 들어가자 좁은 원형 공간이 나타났어요. 보통 한쪽 면만 설치하는 초록색 크로마키 스크린(영상 합성을 위한 배경)이 천장을 제외하고 360도 전부 둘러싸고 있었어요.


한가운데 서 있던 이주형 안무가는 “오늘 안무는 절망했을 때의 몸짓이나 손짓을 활용해 움직임으로 확장한 것”이라며 “크로마키 촬영은 경험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 카메라가 많은 곳은 처음”이라고 말했어요.


바닥부터 천장까지 빼곡하게 설치된 4K 고화질 카메라 60대는 모두 그를 향하고 있었어요. 안무가의 움직임을 360도 모든 각도에서 빠짐없이 포착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위치였어요. 


▶ 5월 21일 오후 K-실감 스튜디오 촬영실에서 이주형 안무가가 절망을 모티브로 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 최대 실감콘텐츠 스튜디오

VR·AR 콘텐츠를 개발해 문화예술, 교육,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하고 있는 ㈜브이런치는 코로나19로 공연·문화계가 침체한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도록 ‘볼류메트릭 캡처(Volumetric Capture)’ 기술을 이용해 예술가의 공연을 3차원 영상으로 제작하고 있어요.


볼류메트릭 캡처는 실제 대상을 카메라 여러 대로 동시 촬영한 뒤 3차원 피사체로 재현하는 기술이에요. 모든 카메라와 조명은 정밀하게 계산한 각도에 맞춰 설치해야 하고, 촬영한 뒤에는 수십 장의 영상을 모아 3차원 콘텐츠로 복원하고 원근감까지 살려내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해요. 이 방식으로 만든 실감콘텐츠는 360도 어느 방향으로도 돌리고 확대할 수 있어 혼합현실(MR)과 확장현실(XR)에 활용할 수 있어요.


실제로 K-실감스튜디오에서 사전에 제작한 축구 묘기 영상을 시연하자 휴대전화 화면 속에서 묘기를 펼치는 축구선수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키울 수 있었고, 선수의 뒷모습이 궁금하면 방향을 돌려 볼 수 있었어요.


휴대전화 카메라 앞에 손바닥을 대자 손이 축구선수를 감싸는 듯했어요. 커다란 안경 모양의 VR 기기를 쓰면 자신의 움직임과 위치에 따라 축구선수의 보이는 면과 크기가 달라졌어요.


이처럼 볼류메트릭 캡처 기술은 기존 컴퓨터그래픽(CG) 기술로 구현한 3차원 캐릭터와 차별화된 경험과 몰입도를 제공하면서 차세대 3차원 피사체 구현 기술로 주목받고 있어요.


지금까지 국내 업체들이 볼류메트릭 캡처 기술로 고품질의 실감콘텐츠를 제작하려면 해외에 나가서 고가의 스튜디오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어요. 최근 코로나19로 해외 출장과 촬영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제작에 심각한 차질을 빚기도 했어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세대(5G) 이동통신 환경에서 360도 입체 실감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는 인텔스튜디오와 같은 제작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해 2019년 8월부터 약 100억 원을 투자해 K-실감스튜디오를 구축했어요.


2018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들어선 인텔스튜디오는 200대의 카메라와 10페타바이트(PB, 1PB=1024TB) 규모의 저장장치(스토리지)를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입체콘텐츠 스튜디오에요.


5월 13일 문을 연 K-실감스튜디오는 아시아 최대 수준의 실감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에요. 개별적으로 제작 인프라를 갖추기 어려운 중소·벤처 실감콘텐츠 기업이 저비용으로 고품질의 실감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에요.


정혜연 ㈜브이런치 책임프로듀서는 “현재 국내에 볼류메트릭 캡처 기술로 촬영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K-실감스튜디오 시설이 제일 좋은 것 같다”며 “촬영 결과물을 받아봤을 때 피사체를 표현하는 세부 사항(디테일)이나 색상 선명도 등의 품질이 훨씬 좋다”고 말했어요.


▶ K-실감스튜디오는 서울 상암동 한국 VR·AR콤플렉스(KoVAC) 공동제작지원센터 안에 있다.

교육·의료·패션 등 응용 분야 다양

K-실감스튜디오는 2020년 시범제작 지원을 위한 무상 지원사업 위주로 운영하고, 2021년부터 저렴한 비용으로 중소기업에 제공해요. K-실감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 VR·AR산업팀 이진서 수석은 “5G 시장을 선도할 입체 실감콘텐츠를 활성화하기 위해 2020년 3월 실감콘텐츠 제작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시범제작 지원사업’을 공모했는데, 모두 20여 개 기업·기관에서 지원했다”고 말했어요.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기업의 기술 활용 역량 및 프로젝트 수행 능력 ▲콘텐츠 제작의 필요성과 타당성 ▲제작 콘텐츠 내용의 우수성 및 적절성 ▲해외진출 계획의 구체성 등을 심사해 초등학생 교육용 봉산탈춤 증강현실(AR) 콘텐츠 제작 등 5개 프로젝트를 뽑아 제작을 지원하고 있어요.


교육뿐 아니라 의료, 패션,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응용 분야도 다양해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인간문화재를 입체콘텐츠로 기록·보관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이 수석은 “인간문화재 선생님들도 언젠가는 돌아가실 텐데, 무형문화재를 실감콘텐츠로 기록해두면 현재 모습과 가장 가까운 형태로 보존할 수 있고 나중에 후대 예술가들과 협업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어요.


예를 들어 국내 1대 연주자들의 연주 장면을 담은 실감콘텐츠를 만들어놓으면 나중에 차세대 아이돌과 함께 공연하는 입체 영상을 쉽게 제작할 수 있어요.


K-실감스튜디오는 330㎡(약 100평) 규모의 공간에 촬영실과 편집실 등으로 이뤄져 있어요. 촬영실에서는 4K 고화질 카메라 60대로 인물, 동물 등 객체를 모든 방향에서 촬영해요. 실물처럼 입체감이 있는 실사 기반의 실감콘텐츠는 사용자 시각의 반대편 공간까지 촬영 영상을 저장해 모든 방향에서 객체 시각화가 가능해요.


한 면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감상하는 기존 2차원 영상과 달리 실감콘텐츠를 즐기는 사용자는 직접 콘텐츠를 조작할 수 있고, 영상 속에 들어가 있는 듯 몰입감을 극도로 높일 수 있어요. 


▶ K-실감스튜디오 촬영실의 바닥부터 천장까지 빼곡하게 설치된 4K 고화질 카메라 60대가 360도 모든 각도에서 이주형 안무가를 촬영하고 있다.

한 달 이상 제작 기간 하루로 단축

촬영실에서 촬영한 콘텐츠는 바로 옆에 있는 편집실로 전달돼요. 4K 고화질 카메라 한 대가 3분 동안 찍은 데이터만 약 150기가바이트(GB)로 60대의 카메라가 3분 동안 찍은 기본 데이터는 무려 7테라바이트(TB)에 달해요.


편집실에 있는 렌더팜(Render Farm)은 60대의 카메라가 각각 촬영한 영상의 움직임, 굴곡 면 등을 분석한 뒤 빠르게 병합 처리해요. 렌더팜은 여러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묶어 동시에 작업을 명령하고 한곳으로 데이터를 모으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한 ‘컴퓨터 묶음’이에요.


K-실감스튜디오는 300대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병렬 분산처리해 데이터 처리 시간을 단축했어요. 1분 분량의 완전한 입체콘텐츠로 구현하는 데 1시간 정도의 연산 시간이 걸려요. 제작하는 데 한두 달씩 걸리던 실감콘텐츠를 이제는 하루, 이틀 정도에 구현해낼 수 있게 됐어요.


최종 결과물인 3차원 입체콘텐츠는 3페타바이트 규모의 대용량 고속 디스크에 저장돼요. 대용량의 입체콘텐츠를 전송하기 위해 초고속 네트워크 장비가 설치되어 있어요. 1분짜리 입체콘텐츠의 압축 용량이 약 600메가바이트(MB)로 2차원 영상의 36배에 달해요.


휴대전화를 들고 이동하면서 실감콘텐츠를 즐기려면 초고속 이동통신 서비스가 필수인 것이에요. 최근 대용량의 초고속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는 5G 이동통신 서비스가 상용화하면서 대용량 콘텐츠 서비스가 가능해졌어요.


실감콘텐츠는 한국이 5G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어요.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실감콘텐츠 제작 여건을 만들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2020년 2677억 원)과 컨트롤타워(실감콘텐츠 정책협의회)에 이어 제작 인프라(K-실감스튜디오)까지 갖췄어요.


5월 13일 K-실감스튜디오 개소식에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실감콘텐츠는 5G 이동통신의 핵심 서비스이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산업을 이끌 중요 서비스 분야”라며 “K-실감스튜디오라는 새로운 민·관 협력의 장을 통해 실감콘텐츠 이용이 확대되고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하길 바란다”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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