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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자골목 소상공인이 코로나19를 극복하게 된 사연

조회수 2020. 6. 8. 16: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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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먹자골목’에서 2010년부터 영업을 하고 있는 한가람 한식당의 대표 김봉찬씨. 한때 주변의 대기업이 떠나며 위기를 겪기도 했으나 정책 지원을 통해 슬기롭게 극복을 했던 경험이 있었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또 한 번 위기를 맞이했지만 이번에도 정부 지원을 통해 적극적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고 해요. 직접 김 대표를 만나 정부 지원이 얼마나 힘이 되는지 알아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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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히 떠나간 대기업 따라 폐업도 고민

▶ 서울 중구 북창동 한가람 한식당 앞에 김봉찬 대표가 섰다. 식당 입구에 프랑스어와 중국어, 일본어로 적힌 잡지와 신문기사가 잔뜩 붙어 있다.

한가람에 처음부터 외국인 고객이 많았던 건 아니에요. 주위에 대기업 본사가 많아 해장 음식 위주이던 북창동에서 보기 드문 약선 한정식을 선보였고, 오랜 노력 끝에 대기업 직장인들을 단골로 확보하면서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식당으로 자리 잡았어요. 그런데 3, 4년 전부터 대기업들이 이전하기 시작했어요.


“삼성생명이 강남으로, 한화손해보험이 여의도로 이전하고 롯데 계열사들은 잠실 123층으로 다 들어가고, 신세계 본점이 강남으로, 바로 옆에 있던 한국은행이 길 건너로 이전, 신한카드는 을지로로 갔는데, 이게 거의 동시다발로 터진 거예요.”


2018년 단골손님이 다 끊어지자 김 대표는 이전한 회사들 따라 식당을 옮길 생각까지 했어요. 강남으로 갈까, 을지로로 갈까 고민하던 중에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전담 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에서 하는 한 달짜리 ‘ 재창업패키지교육’을 듣기로 했어요. 그전에도 1년에 한두 번씩 교육을 받긴 했지만, 종일 진행하는 교육과정을 제대로 들은 건 이때가 처음이었어요.


“제가 교육을 받으면 직원을 한 명 더 써야 하므로 자영업자로선 쉽지 않은 결정이었죠. 이전할 것이냐 아니면 폐업할 것이냐 중대한 고비였으니까 과감한 결정을 한 겁니다. 그런데 거기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여러 비용과 다른 변수까지 계산해본 결과 이전은 어렵고, 북창동이 외국인 특구 지역이니 외국인 손님을 유치해보자고 한 가지씩 알려주어서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한 거죠.”


소진공 교육받고 외국인 손님 유치 나서

소진공에서는 누리소통망(SNS)에 어떻게 홍보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문화체육관광부 관련 사업과도 연결해줬어요. 마침 외국인을 위한 숙소가 서울에 부족하다고 해서 호텔이 많이 생길 때였어요. 새롭게 문을 연 호텔들은 홍보를 위해 외국인 유명 블로거(파워블로거)를 초청했어요.


“이 근처에서 이 정도 가격에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데가 없으니까 호텔에서 가성비 좋은 한국 식당으로 한가람을 소개해주었어요. 외국인 블로거들이 식당에 와서 먹어본 뒤 누리소통망에 올려주면서 외국인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김 대표는 외국인 손님이 오면 음식뿐 아니라 직접 담근 복분자술 이나 오중주 같은 전통주를 시음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썼어요. 식사를 마친 뒤에는 작은 크기(미니어처)의 전통주까지 선물로 챙겨주며 후기를 써달라고 부탁했어요. 심지어 이슬람권 손님을 위해 할랄(무슬림에게 허용된) 음식을 배우고 할랄에 맞는 그릇과 프라이팬까지 마련했어요. 마침 인도네시아 손님이 한가람의 할랄 음식이 맛있다는 후기를 대대적으로 올려 이슬람권 손님이 많이 찾는 계기가 됐어요.


코로나19로 외국인 손님 끊기자 위기

그러나 2월 중순 31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그렇게 많던 외국인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어요. 절반 가까이 차지하던 외국인 손님이 없다시피 하자 김 대표는 맥을 놓았어요.


“물건값을 못 주면 물건이 못 들어오고, 월급을 못 주면 직원들이 일을 못 하고, 신용카드를 못 갚으면 신용불량이 되는 거잖아요. 보험 깨고 저축 깨고 다 했는데도 상황이 끝나지 않으니까 아무것도 안 하게 되더라고요.”


김 대표가 다시 기운을 차리게 된 건 정부의 소상공인긴급대출 을 받으면서예요. 정신을 차려보니 지난 3주 동안 아무것도 못 한 게 너무 아쉬웠어요. 다시 소진공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판매 위주로 활로를 찾아 나섰어요.


“2년 전에 소진공에서 ‘밑반찬이 맛있으니 따로 판매하는 게 좋겠다’고 컨설팅해줘서 장아찌 같은 반찬이랑 연잎밥, 보리굴비를 온라인에서 조금씩 판매해왔거든요. 정부의 지원을 받아 홈쇼핑방송에도 나갔어요. 저희 같은 자영업자들은 홈쇼핑에 쉽게 들어갈 수도 없고, 보증금 같은 게 있어 일정 이상 매출을 올려야 해 가격 맞추기도 어렵거든요.”

▶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공영홈쇼핑에서 판매한 연잎밥은 네 번 방송 모두 완판에 성공했다.

중기부 산하 공영홈쇼핑에서 처음 판매한 연잎밥 7만 5000개를 완판하자 그다음에는 오히려 방송사에서 더 좋은 조건으로 방송을 요청해왔어요. 김 대표는 지금까지 네 번 방송 모두 완판에 성공했어요.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했고, 수수료까지 빼고 나면 이익은 얼마 되지 않이요. 방송 이후 온라인 쇼핑으로 유입되는 홍보 효과가 더 커요.


“처음에는 주문이 하나도 없었는데 지금은 ‘우리 연잎밥을 정말 많이 알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문이 계속 들어와요. 일주일에 100만 원씩이라도 통장에 입금되거든요. 예전 같으면 ‘100만 원쯤이야, 손님 조금 더 받으면 되지’ 그랬을 텐데, 지금 코로나19가 닥치니까 정말 귀하더라고요.”


소상공인긴급대출 받고 온라인 판매 집중

김 대표는 어수선했던 기존 온라인 판매망을 정리하고, 판매 품목도 재정비하고 있어요. 장아찌는 잘나가는 거 하나만 내놓고, 새우장과 전복장의 조리법(레시피)도 바꿀 생각이에요. 주위 식당들의 분위기도 바뀌고 있어요. 김 대표가 처음 온라인 판매를 시작할 때만 해도 ‘그거 해서 뭐 해. 가게에나 집중해’ ‘손님한테나 잘하지. 그거 해서 얼마나 떼돈 번다고’ 이런 얘기를 하던 자영업자들이 지금은 ‘뭐부터 시작해야 해?’ ‘통신판매 허가는 어떻게 받아?’ 등을 물어봐요.


“지금 유통구조가 바뀌고 있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어차피 그쪽으로 가야 하는 상황에서 저희는 조금씩 진행해오던 일에 초집중하는 거지만, 지금까지 식당만 하던 이들은 사실 막막할 거예요.”


대부분 식당에서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는 이유는 스티로폼 박스 등 포장 용기부터 완충재, 보랭재까지 갖춰야 할 것이 많아서예요. 단가를 낮추기 위해 대량 구매해야 하는데 스티로폼 박스를 쌓아둘 곳과 얼음 팩을 얼릴 냉장고 공간도 부족해요.

▶ 2년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재창업 패키지 교육을 받은 김봉찬 대표는 보리굴비, 장아찌, 연잎밥 등의 온라인 판매에 나섰다.

“온라인 판매를 막상 해보면 소소하게 일이 너무 많은 거죠. 그래서 저희도 장아찌처럼 간단하고 냉동연잎밥이나 보리굴비처럼 잘 상하지 않는 품목만 판매한 거예요. 그런데 이제는 참게전골, 갈비찜, 간장게장 등 제품화하지 않은 음식들도 반조리 음식(밀 키트)으로 택배 판매하려고 해요. 아니, 무조건 해야 합니다.”


“찾아보면 정부 지원 많아” 꾸준한 수강 추천

김 대표는 다른 소상공인들에게 정부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꾸준히 들을 것을 추천했어요.

“정부에서 이렇게 많이 도와주고, 공짜로 교육하는데도 자영업자들이 안 받아요. 받더라도 누리소통망 교육 하나 받고 끝, 온라인 쇼핑 교육 하나 받고 끝. 그리고 한참 혼자서 하다 보면 엉뚱한 곳에 가 있고…. 교육을 제대로 끝까지 안 들으니까 실질적으로 닿는 게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요즘에는 점심, 저녁 장사 할 수 있게 교육 시간도 조절해줘요.”


교육이 끝난 뒤에도 지역에서 받을 수 있는 소상공인 자금을 알려주는 등 후속 지원이 이어져요. 김 대표는 최근 대중 투자(크라우드 펀딩)를 소개받아 새로운 상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용기에다 물과 함께 부은 뒤 흔들어서 냉장고에 넣으면 다음 날 마실 수 있는 막걸리 제품이에요. 완성된 막걸리가 아니라 쌀가루 등 농산물 상태이기 때문에 주류가 아니라서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제가 언제 장사하고 언제 이거 다 하고 있겠어요? 필요한 게 있으면 소진공에 ‘도와주세요’ 하면서 같이 진행하는 거죠. 이번에 정부에서 소상공인에게 무슨 지원을 하는지 봤더니 정말 많은 지원을 해주더라고요. 저는 고용유지지금을 신청하려고 해요. 직원들에게 고용은 유지하되 근무시간을 줄여서 다 같이 노력해보자고 양해를 구했어요. 그래서 지금은 코로나19가 두렵지 않습니다. 안 해서 그렇지, 제가 할 일이 있으니까요.”


금융·세제·고용·상생협력 등
“어려울수록 정부 지원 많아”

소상공인연합회는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 피해를 파악하기 위해 4월 소상공인 1392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어요. 조사 결과, 코로나19가 6개월 이상 장기화할 경우 ‘사업을 유지하고 있으나 폐업을 고려할 것 같다’는 소상공인이 48.5%에 달했어요. 응답자의 23.9%는 ‘사업은 폐업 상태일 것 같다’ 고 답했고, 27.5%만 ‘사업을 유지하고자 노력할 것 같다’고 답했어요. 코로나19 이후 매출액은 전년 동기(2019년 3월) 대비 50% 이상 감소 28%, 80% 이상 감소 20.8%, 90% 이상 감소 17.1%로 거의 대부분 소상공인 사업장의 매출액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영 비용 중 가장 부담되는 요소로는 임대료 (38.6%)가 꼽혔고 이어 인건비(25.9%), 대출이자(17.9%), 세금 (6.6%) 순으로 조사됐어요.


이에 정부는 금융, 세제, 재정, 고용, 방역, 소비 활성화, 상생 협력 등 전방위적으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어요. ①대출·보증·카드 등 금융 3종 대책과 세제 지원 ② 고용안정을 위한 지원 ③소비 활성화와 상생협력 등 다각도로 지원해요. 여기에 더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소상공인 지원 방식을 융자와 같은 간접 지원에서 현금 지급 등 직접 지원으로 전환하고 있어요. 김봉찬 한가람 대표는 “소상공인이 어려울 때일수록 교육 등 지원이 많다”며 정부 지원 정책을 꼼꼼하게 찾아보라고 권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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