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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시대! 180도 바뀐 디자인, 어떤 것들일까?

조회수 2020. 5. 29. 09: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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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생활 방식은 많이 바뀌어버렸는데요. 이 변화에 적응하는 인류를 '뉴노멀' 이라고 불러요. 비대면 시대로 접어든 현재, 디자인도 180도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 어떤 방식으로 디자인이 변했는지 자세히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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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없는 우연한 사고의 여지가 없는 비대면 시대의 시작

비대면 시대가 코로나19 때문에 빠르게 정착될 것 같아요. 비대면은 접촉하지 않고 사람 사이에 소통이 이뤄지는 것을 말해요. 나는 대학에 강의를 나가는데, 이번 학기에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온라인 강의를 하고 있어요. 강의를 녹화해서 올리는 거예요. 


처음에는 이런 방식이 무척 어색했어요. 학생들의 얼굴과 눈을 보면서 강의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일인지 깨닫고 있어요. 요즘 인기있는 온라인 화상 프로그램인 줌(zoom)으로 강의를 하지만, 내 강의는 수강생이 많아 실시간으로 하지 못하고 녹화를 해요. 그러다 보니 학생들의 얼굴과 반응을 볼 수가 없어요. 허공에 대고 강의를 하는 건 참 메마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의는 입으로 하지만 눈 역시 쉬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듣는 이들의 얼굴과 눈을 보며 반응을 살피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얼굴과 눈을 바라볼 대상이 없으니 얼마나 허전한가요.


말을 하는 사람은 말을 듣는 이의 반응에 큰 자극을 받아요. 일방적으로 혼자 말을 해야 하는 강의라 해도 상대의 반응은 큰 영향을 미쳐요. 강의 내용의 큰 틀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청중의 반응에 따라 즉흥적으로 계획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할 수도 있어요. 이른바 ‘애드리브’가 생길 수 있는 거예요.


하지만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강의를 하면 그런 즉흥적인 상호작용이 결코 일어나지 않아요. 그에 따라 실없는 농담도 하지 않게 되고, 샛길로 빠질 일도 없어요. 어쩔 수 없이 준비한 말만 하니 강의가 메마르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일어날 수 있는 즉흥적인 변화, 예측하지 않은 우연한 사고의 여지가 완전히 사라지고 모든 것이 계획한 대로 진행되요. 어쩌면 학생들에게는 이런 강의가 더 좋을지도 모르겠어요.


소주·맥주처럼 용기의 평준화 이뤄질 것

비대면 환경이 좀 더 강화되어 온라인 강의가 보편화하면, 강의의 성질은 많은 변화를 겪을 거예요. 다른 분야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을 거예요. 이미 패스트푸드점이나 식당에 도입되고 있는 무인 안내기 주문 방식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구체적인 사례예요. 무인 안내기로 하는 주문 역시 메말라요. 주문자가 할 수도 있는 특별한 요청은 물론 판매자가 해줄 수 있는, 매뉴얼에 없는 도움도 원천 봉쇄되기 때문이에요. 


비대면시대가 되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큰 변화가 찾아오는 것은 자명해요. 자연스럽게 디자인에도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 패스트푸드점에 확산되고 있는 무인 안내기. 오늘날 비대면 시대를 대표하는 사물이 되었다.

포장(패키지) 디자인이 대표적이에요. 포장디자인은 기본적으로 마트의 매대에서 경쟁 상품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에 따라 디자인되요. 대표적인 것으로 코카콜라병을 들 수 있어요. 코카콜라병은 어두운 곳(20세기 초의 매장은 밝지 않고 여러 상품이 무질서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에서 소비자가 보지 않고 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 구별할 수 있도록 굴곡진 형태를 디자인했어요. 이 디자인은 직접적인 ‘접촉’을 전제로 디자인한 거예요.

▶ 1916년에 처음으로 굴곡진 모양으로 디자인된 코카콜라 컨투어병은 시각적인 것보다 손으로 만지는 것을 고려한 디자인이다.

하지만 매장에 가지 않고 모니터로 상품을 확인하면서 주문한다면 굳이 그런 독특한 병 모양을 디자인할 동기가 없어요. 늘 특별한 디자인에는 추가 비용이 따르므로 생산성이 떨어져요. 그러니 아주 비싼 고급술이 아니라면 용기 디자인에 큰 투자가 필요 없을 거예요. 비대면 시대의 포장, 특히 용기는 평준화하지 않을까요? 소주나 맥주 용기처럼 말이에요. 


포장 중에서 내용물을 직접 보여주는 예가 있어요. 쌀이나 콩, 국수, 서양의 경우 파스타 면 포장이 그래요. 대부분 투명한 포장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투명하게 해서 안에 담긴 내용물이 보이도록 해요. 이런 상품들은 대개 오랫동안 보존해도 잘 상하지 않는 저장식품이에요. 가공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상품은 실물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도록 함으로써 상품의 투명성과 신선함을 보여주는 거예요. 이것은 생선과 과일, 채소를 불투명한 포장에 담아 팔지 않는 것과 같아요. 사람들은 과일이나 채소를 살 때 실물을 눈으로 꼼꼼히 확인하고 골라요. 예쁘게 생긴 과일이나 채소를 더 비싸게 팔기도 해요.

▶ 쌀이나 콩처럼 오랫동안 보존되는 저장품의 포장은 많은 경우 투명하게 실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상품들도 직접 눈으로 보지 않고 단지 모니터로 확인하고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산다면, 투명한 포장이라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쌀 포장에 구멍을 뚫고 투명한 재료로 가려서 그 안을 보여준다는 것은 생산과정에서 귀찮은 절차를 추가하는 일일 뿐이에요. 아마도 어느 정도의 과도기가 있겠지만, 정말로 비대면이 대세가 되어 실제 상품을 눈으로 손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주문하는 것이 보편화되면, 포장 디자인만큼 변화가 큰 분야는 없을 거예요.

▶ 파스타나 국수 면 포장은 실제 상품을 볼 수 있게 투명한 포장으로 담는다.

소비를 자극하는 힘이 줄어드는 포장

포장은 매대에서 다른 상품과 경쟁하고자 더 화려한 색상을 쓰고, 특별한 서체를 선택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해 사람이 손으로 쓴 캘리그래피를 활용하기도 해요. 그것은 단지 차별화한다는 차원을 넘어 사람들로 하여금 상품에 대한 기대를 높이려는 행위예요. 이는 마치 화려한 무대가 갖는 의미와 같다고 볼 수 있어요. 무대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벌어질 공연이에요.


하지만 그럴듯한 무대가 없다면, 공연에 대한 기대감도 일어나지 않아요. 무대는 일종의 뜸들이기, 궁금하게 하기, 설레게 하기 같은 기능을 해요. 마트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포장이에요. 어떤 상품이든 같은 범주에 있는 상품들은 다 똑같이 생겼어요. 와인은 다 비슷한 색깔의 액체고, 라면도 포장만 벗기면 다 비슷하게 생긴 딱딱한 면일 뿐이에요. 이 최종 상품으로는 사람들로 하여금 소비하고 싶은 욕망을 이끌어내기 힘들어요. 


포장은 상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임으로써 더 많은 소비를 유도해요. 하지만 비대면 시대에는 포장이 소비를 자극하는 힘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물론 모니터를 통해 포장으로 상품을 확인하기 때문에 그 힘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말이에요.

ⓒ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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