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위기 전 일상보다 중요한 것

조회수 2020. 5. 8. 18: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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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안정화되면서 상처 입은 공동체와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는 일이 중요한 숙제가 되었어요. 하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현상이 유행하는 만큼 안심하기는 이른데요. 이 시점에서 위기 전의 일상을 회복하는 것보다 더 좋은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고 준비를 해야 할지 자세히 알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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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다음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해요. 사태 시작부터 이전까지가 미지의 바이러스를 만나 억제에 온 힘을 기울인 ‘보건의 국면’이었다면, 다음은 이를 관리하면서 그 여파로 상처 입은 공동체와 침체에 빠져든 경기를 회복하는 ‘재건의 국면’이라 할 거에요. 


물론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겨울철 대유행 가능성’을 언급했듯 바이러스가 끝난 것은 아니에요. 감염을 완전히 종식하려면 인구의 60~70%가 항체를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인데, 사회적 거리두기 대응은 확산을 늦추는 것일 뿐이죠. 당연히 인구의 대다수는 항체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요. 안전한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집단감염 발생의 가능성은 늘 있는 셈이에요.


이런 위험은 상수로 두고 사회와 삶을 어떻게 구상해야 할지에 더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 앞뒤 국면을 구분 짓는 선이에요. 미국 비영리 탐사매체 <프로퍼블리카>의 리처드 토플 대표는 옛 처칠 영국 총리의 말을 인용해 지금 상황을 두고 “우리는 이제 시작의 끝에 다다른 것이지 끝의 시작에 이른 것이아니다”라고 표현한 바 있어요.


“포용적이고 친환경적인 회복은 가능하다”

이 단계에서 위기 전의 일상을 회복하는 것보다 더 좋은 대책은 무엇일까요? 위기 전보다 나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일 거에요. 세계는 코로나19가 가져온 전례 없는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보고 더 나은 세계를 건설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해요.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4월 22일 ‘포용적이고 친환경적인 회복은 가능합니다(AnInclusive, Green Recovery is Possible): 지금이 바로 행동할 때’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각국 정부는 (지금) 유일한 기회를 맞이했다”고 말했어요.


‘친환경’에 대한 부분은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어요. 코로나19는 인간이 활동을 줄였을 때 얼마나 지구의 열병과 오염이 경감될 수 있는지 우리가 두 눈으로 확인하게 했어요. 대표적으로 중국은 생산활동이 줄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5%나 감소했어요. 2020년우리나라 하늘이 예년과 달리 맑은 이유는 그와 무관하지 않을 거에요.

▶4월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양재천근린공원에서 미세먼지가 없어 탁 트인 하늘 아래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포용 역시 코로나19가 역설적으로 드러낸 부분이에요. 감염병 확산으로 인해 우리는 기존의 불리한 위치에 있던 사회적 약자들이 위기 속에 강자보다 얼마나 더 센 충격을 받는지 확인했어요. 안정적 수입의 사무직 종사자가 원격 업무를 할 수 있을 때 택배나 돌봄 노동자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감염 위험을 감수하며 일을 해야 했어요. 기업들이 닥쳐올 한파에 인건비 조정 채비를 하는 가운데 가장 두려움에 떨고있는 이들은 노동시장에서 이미 소외되어 있던 비정규직이에요. 


코로나19 위기가 시작할 시점에 OECD 가입국 가구의 40%는 3개월만 수입이 끊기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상황에 놓여 있었다해요. 부자는 이미 더 큰 부를 이루고,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지는데 위기가 닥치면 그 차이가 다시 더 벌어지는 사회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아요. 


양극화 문제가 특히 심한 나라인 미국에선 지금을 기존의 모순을 타파할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뉴욕타임스>는 인류 역사상 불평등이 눈에 띄게 줄어든 시기는 흑사병이나 대공황 같은 큰 위기가 닥쳤을 때뿐이라는 스탠퍼드대학교 역사학자 발터 샤이델의 지적을 인용하며, 이미 노동 계층의 힘이 쇠퇴하는 흐름 속에 터진 이번 위기가 그런 역할을 할지에 주목했어요. 비영리 연구단체인 ‘공정한 성장을 위한 워싱턴 센터’는 코로나19 불황에 대한 회복 정책은 미국의 내재하는 불평등을 역전시키는 구조를 만들어낼 기회라고 역설했어요.


코로나19가 가져다준 천재일우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 가지가 눈에 띄어요. OECD 구리아 총장은 구체적으로 경기 부양이라는 단기 대응책을 기후위기해결이나 불평등 극복 같은 장기 목표와 보조를 맞추자고 했어요. 보조금을 지급할 때 온난화 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제외하는 것 등이 있겠어요. 워싱턴 센터는 “시장이 정부의 일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자”는 것부터 시작해요. 


이로부터 실업자와 위기의 소기업에 수입이 끊이지 않도록 위기 시 지원 대책을 정비하고, 대표적인 경제 통계들이 모든 국민의 복지를 반영하도록 조정하는 것 등을 권고했어요.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라워스가 주창한 ‘도넛경제’도 주목을 끌고 있어요. 도넛 경제란 경제의 목표를 끊임없는 성장을 상징하는 전통적인 선그래프로 그릴 것이 아니라 도넛 모양으로 상상하자는 내용이에요. 도넛의 안쪽 동그라미는 인간다운 삶을 위한 생산 조건, 바깥쪽 동그라미는 지구에 부담을 주는 과잉 생산·소비 수준이에요. 그 사이로 경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최근 이 이론에 따라 코로나19 이후 경제를 재편하는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결정해 주목을 받았어요.


이 밖에도 활발하게 일어나는 논의와 대책이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보긴 어려워요.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코로나19가 만들어준 결행의 전환 국면(모멘텀)이 생겼다는 점일 거에요. 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쳐선 안 되요.

ⓒ 권오성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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