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지도는 사실과 다르다?!' 지도 속에 숨겨진 비밀

조회수 2020. 4. 30. 1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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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뤄지며 그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는 지도에 대한 논란이 있었죠. 정보의 표기 방식에 따라 판단하게 되는 결론도 달라지는 지도. 


목적에 따라 나올 수 있는 정보의 왜곡과 부정확성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새로 생겨나는 지도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는데요. 숨겨졌던 지도의 의도.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함께 확인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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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지역감정으로 해석하는 기사가 많았어요. 그것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지도를 활용했어요. 각 지역을 그 지역에서 선출된 정당의 색으로 표현한 지도에요. 그러면 강원도와 경상도는 온통 붉은색이 돼요. 반면 경기도와 충청도 일부, 전라도는 파란색이 돼요. 마치 나라가 동서로 나뉜 것 같아요. (그림 1) 이 지도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어요.

(그림 1)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지도 | 위키백과사전

첫째, 지도는 각 지역이 어느 한 정당에 몰표를 준 듯한 착각을 일으켜요. 실제로 어떤 지역에서는 박빙으로 특정 정당이 이긴 경우도 있어요. 따라서 사실에 가깝게 표현하려면 득표율에 따라 색에 농담(그러데이션)을 주어야 해요. 득표율이 높을수록 짙은 색으로 표시하고 낮을수록 연한 색이 되는 식이에요. 그런 방식으로 색을 나타내면 지도는 다양한 색으로 표현될 거예요. 그런 지도에서는 지역색이 그렇게까지 부각되지 않을 거예요. 따라서 득표율을 무시하고 딱 두 가지 색으로 표현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할 뿐 아니라 어떤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도 볼 수 있어요.


두 번째 왜곡은 국회의원 수보다 지역의 면적이 더 두드러졌다는 점이에요. 이번 선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어요. 그런데 이 지도를 보면 야당인 미래 통합당이 이긴 것처럼 보여요. 실제 면적으로 표시를 했기 때문이에요. 선거구는 인구수에 비례해 결정돼요. 강원도의 한 선거구는 면적이 서울의 10배 크기에 이르러요. 반면 강원도의 한 선거구보다도 면적이 훨씬 작은 서울에는 무려 49개의 선거구가 존재해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각 지역 선거구의 숫자가 중요하지 선거구 면적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왜곡된 지도가 진실에 가까운 역설

이런 부정확성을 보완하고자 카토그램(cartogram) 방식으로 표현한 선거 결과 지도가 있어요. (그림 2)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든 이 지도는 실제 면적이 아니라 선거구의 숫자로 지도를 재구성한 것이에요. 실제 지도를 왜곡했지만,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의 면적보다 인구가 더 중요한 것이므로 이 왜곡된 지도가 오히려 진실에 가까워요. 카토그램이란 특정 주제(인구, 국내 총생산 등)에 따라 지도를 왜곡해 지역마다 차이를 한눈에 보여주는 인포그래픽이에요. 유기적인 형태의 카토그램 지도를 제작하는 월드매퍼 (Worldmapper)가 디자인한 세계 인구 지도와 국내총생산(GDP) 지도의 차이를 보세요. 인구가 많은 국가, 부유한 국가는 실제보다 훨씬 크고 뚱뚱해졌어요.

(그림 2)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카토그램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카토그램은 실측 지도를 왜곡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정보를 한눈에 보여주는 친절하고 재미있는 지도임이 틀림없어요. 하지만 그에 따라 잃는 것도 있어요. 미국의 지난 대선 투표 결과 지도를, 실제 면적으로 표현한 지도(그림 3)와 카토그램으로 표현한 지도 (그림 4)를 비교해보면, 실측 지도에서는 붉은색의 공화당이 압도적인 면적을 차지하지만 카토그램 지도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비슷해 보여요. 실측 지도는 선거인단의 양과 크기를 보여주는 데는 결함이 있지만, 카토그램이 담지 못하는 정보를 알려줘요. 그것은 인구밀도가 높고 바다 가까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인구밀도가 낮은 내륙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사실이에요.

(그림 3)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 결과 지도
(그림 4)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 결과 카토그램

카토그램은 특정 주제를 부각하는 대가로 실제 지도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어떤 규칙에는 다가설 수 없게 해요.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지도를 포함해 정보를 전달하는 인포그래픽은 대부분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실제 정보를 왜곡하고 특정 메시지를 강조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결코 사실이 될 수 없는 지도

그 대표적인 예가 1933년에 발행된 영국 런던 지하철 지도에요. 이 지도가 나오기 전의 런던 지하철 지도는 실측 지도 위에 지하철의 노선도와 역을 표시했어요. (그림 5) 이에 따라 노선은 구불구불하고 도심에서 먼 지방의 역은 표시조차 못해요. 반면 1933년에 이 지도를 디자인한 영국의 그래픽디자이너 해리 벡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어요. (그림 6) 지도 안에 모든 역이 표시될 수 있게 실제 거리를 무시했어요. 또 역이 많은 도심이 복잡해 보이지 않도록 도심은 실제보다 더 넓은 면적을 주었어요.

(그림 5) 실측 지도 위에 지하철의 노선도와 역을 표시한 영국 지하철 지도
(그림 6) 새로운 방식의 영국 지하철 지도 (디자인 : 해리 백, 1933년)

그 결과 모든 역의 간격이 비슷해졌어요. 전 세계 모든 지하철역은 변두리로 갈수록 역과 역 사이가 멀어요. 또 모든 노선도의 선은 수평선, 수직선, 45도 사선으로만 표시했어요. 그 결과 사람들은 지하철 타는 것을 덜 부담스럽게 느꼈어요. 깔끔해지고 역 사이가 일정한 지도를 보면, 실제로는 아주 먼 곳이 심리적으로 덜 멀어 보이기 때문이에요. 이것 역시 지도를 왜곡하면서 얻은 이익이에요.


이 지도는 20세기 세계 지하철 지도의 표준이 되었어요. 아무튼 지도라는 것은 결코 사실이 될 수 없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지도는 1 대 1 지도라고 해요. 이 말은 지도는 작아지면서 환원될 수밖에 없음을 말해요. 환원이란 줄이고 압축하는 것이에요. 그 과정에서 어떻게든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어떤 정보는 부각되고 어떤 정보는 사라지면서 메시지를 강화하는 것이에요. 모든 지도는 매우 정치적인 산물이에요.

 ⓒ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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