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이 가져다 준 뜻밖의 선물은?!

조회수 2020. 4. 24. 10: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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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지구의 백신은 코로나'라는 역설적인 말이 나올정도로 자연이 회복되고 있어요. 


코로나19는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우리의 생활방식, 사고방식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어요. 쉽지 않은 이 시간을 함께 긍정적으로 극복하자는 세계의 훈훈한 모습 함께 살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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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 사는 한 지인이 최근 석양이 깔리는 무렵, 소란스러운 자신의 아파트 앞 거리를 찍은 영상을 페이스북에 공유했어요. 설명을 보니 매일 저녁 7시마다 그 거리의 사람들이 함께 박수를 치면서 그날 하루도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싸웠을 의료인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한다는 것이었어요. 뭉클했어요. 게시물에 달린 지인 친구들의 댓글을 보니 그런 행동은 그 거리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닌 듯 했어요. 뉴욕 반대편의 브루클린, 대서양 너머의 영국, 더 멀리 인도와 중국에서도 그런 응원과 연대의 움직임이 있는 듯했어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타인에 대한 감사, 자발적으로 조직된 고귀한 집단행동은 창궐하는 감염병이 드러낸 역설적인 아름다움이에요.


지난 칼럼에서 코로나19와 ‘n번방’이라는 어두운 소재 둘을 겹쳐 무거운 말씀만 드린 듯해 이번에는 코로나19가 불러온 긍정적인 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해요. 코로나19는 백신도, 뚜렷한 치료제도 없는 무서운 병임에는 변함이 없고, 그것이 빚은 비극은 어떤 미담도 가리기 힘든 안타까운 것임도 분명해요. 하지만 이 질병이 빚어낸 이례적인 상황은 평시라면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을 불러왔고 그 가운데 일부는 역설적이게도 희망을 엿보게 하는 것들이에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져온 환경오염 개선

대표적인 것이 자연의 회복이에요. 심한 증세의 확진자 수를 의료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 밑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세계 각국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돌입하면서 환경오염은 빠르게 개선됐어요. 화석연료 연소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 등의 운행이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여러 공장의 가동률도 떨어졌기 때문이죠. 영국의 기후변화 전문 매체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가장 먼저 강력한 이동통제 정책을 편 중국은 그 영향으로 온실가스 방출이 일시적으로 18%나 떨어졌다고 해요.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거리두기를 펼치고 있는 대부분 나라에서 비슷한 현상이 관측돼요. 유럽우주국(ESA)이 3월 공개한 유럽의 대기를 보면 전년 동기와 비교해 유해가스가 확연히 줄어든 것이 보여요.

일부 동식물에도 코로나19는 축복이에요. 영국 일간지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차량 운행 등이 줄면서 도로 주변 야생동물의 찻길 사고(로드킬)가 급격히 줄었다고 해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자취를 감췄던 코요테가, 워싱턴 주거지역부근에선 사슴이 다시 보인다고 하네요. 여러 지역 정부가 개발 사업을 미루면서 평소라면 갈아엎어졌을 들에 야생화가 만발하고 꿀벌을 비롯한 곤충은 그만큼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인간에게도 코로나19가 온전히 고통만 안기는 것은 아니에요. 앞서 뉴욕 ‘응원의 오후 7시’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야외활동을 피할 수 없는 아파트 관리원, 물품 택배원, 음식 배달원 등에게 부족한 마스크를 전달하는 운동이 펼쳐진 바 있어요. 문 앞에 놓인 마스크 사진 등이 누리소통망(SNS)에 공유되면서 주변에 온기를 전했죠.


각자 닫힌 공간에 갇혀 지내는 거리두기 시대에 어떤 이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평소 느끼지 못했던 따뜻함을 느끼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디-나이스 (D-Nice)라는 미국 디제이(DJ)가 연 특별한 파티를 소개했어요. 역시 자신의 공간에 갇혀 있던 그는 낮부터 깊은 밤까지 생리에 필요한 최소 시간을 빼고 내내 유튜브를 통해 공연을 해요. 그의 즉흥 공연에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고 그 중에는 유명 가수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아내 미셸 오바마까지 있었어요. 이 온라인 파티에는 결국 15만 명의 사람이 모여 같은 노래를 공유하며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느꼈어요. “30년 음악 인생에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말한 디-나이스는 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렸어요. 다음 온라인 파티에는 ‘투표독려’라는 공익적 목적까지 내걸고 수만 명의 참여를 이끌었다고 해요.

▶ 재외국민이 부르는 코로나19 극복 희망노래 유튜브 영상 갈무리

비슷한 예로 국내의 경우 자가격리 중인 한국계 재외국민이 모여 ‘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노래를 부른 영상이 울림을 전했어요. 백승범 씨가 제작한 이 유튜브 영상은 4월 11일 현재 2만 2000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어요.


감염병이 준 뜻밖의 ‘선물’

이런 예들의 공통점은 감염병으로 인해 잃었다고 생각한것을 되찾게 또는 되돌아보게 된 점이라 하겠어요. 경제 성장과 발전에 목이 매여 잃었던 환경과 생명, 속도와 자기계발에 매여 잊었던 사람의 온기와 연대 등을 되돌아보게 되었다는 것이죠.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현실에선 불가능했을 ‘실험’이 허용되는 특수한 상황 속에 외면됐던 가치가 떠오른 셈입니다. 사회 활동 최소화와 자가격리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듯, 이런 일들도 계속될 수는 없을 거에요.


하지만 긍정적인 경험조차 감염병 기억의 일부로 여겨 함께 치우고 이전의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게 바람직한지는 의문이에요. 이번 계기로 되돌아보게 된 지구나 사회적 유대 등은 버릴 수 없는 거에요. 경기 침체나 대량 실업 등 감염병이 남길 상처는 치유하면서 동시에 이런 뜻밖의 ‘선물’은 살리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아닐까 싶어요.

ⓒ 권오성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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