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울린 이 만화를 그린 주인공은?

조회수 2020. 3. 25. 10: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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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그린 주인공은 누구? 처음에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뿐인 그림이었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그림에 채워가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지, 일선에서 고생하는 분들을 위한 응원을 담아내었죠.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많은 분의 공감으로 이뤄진 연작이기에 더 의미를 닮은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응원의 마음을 담은 시민들의 그림을 함께 모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이정헌 작가를 만나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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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 공감으로 이뤄졌기에 더 의미 깊어

▶이정헌 작가가 국민과 방역 당국을 응원하는 그림 ‘힘내자 대한민국’을 들고 있다.│이정헌

Q.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A.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후,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다 열심히 자신의 역할을 하는 질병관리본부를 응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장 상징적인 이미지로 국민을 향해 브리핑하는 수척한 모습의 정은경 본부장을 그렸어요. 


상황을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전달하지만, 업무의 중요함과 과중함 때문에 매일 조금씩 더 지쳐 보이는 느낌을 담았어요. 그런 힘든 상황을 국민이 다 알고 고마워하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힘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첫 그림을 그렸어요. 다음 날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을 텔레비전에서 보고 그 모습을 추가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의료진뿐 아니라 공무원들 역시 최선을 다해 소임을 완수하고 있다는 생각에 캐릭터를 추가하는 형식으로 연작을 그리게 되었어요.

솔직히 처음부터 연작을 기획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저 어수선한 시국에 그림으로 의사 표현을 했으니 할 일은 했다는 심리적 면피였을 수도 있고요. 밤늦게 첫 그림을 완성하고 인터넷에 올린 뒤 잠들었는데, 일어나 보니 많은 분이 공감하며 그림을 공유했어요.


 제 생각에 동의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이렇게 끝내는 것이 아쉬워 또 다른 수고하는 분들을 찾았지요. 의료진을 그린 두 번째 그림이 올라오자 댓글로 경찰, 소방관도 그려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방역에 힘쓰는 일선 공무원 이미지를 그린 세 번째 그림을 완성했어요. 거기에 더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다 마지막으로 그린 것이 바로 함께하는 시민의 모습이었어요. 


일선에서 수고하는 분들을 가장 힘나게 하는 것은 국민 개개인의 실천일 거라는 생각을 담아 텍스트와 함께 마무리했어요.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가 국민을 힘나게 하고, 국민의 응원이 관계자들을 힘나게 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염원을 담았고,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 많은 분의 공감으로 이뤄진 연작이기에 더 의미를 담은 작품이 된 것 같아요.


▶1 차분한 목소리로 브리핑하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그린 최초의 그림 2 예방과 치료, 방역을 위해 힘쓰는 의료진과 공무원들의 모습이 그림에 추가됐다.

Q.

작은 시작이 시민들이 보낸 그림을 엮는 기획으로 확대됐어요. 그림이 이렇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나요?

A.

앞서 말한 것처럼 그저 한 컷의 그림으로 끝났을 수 있었지만, 많은 분의 공감이 더해져 연작으로 이어졌어요. 게다가 단지 그림을 공유하는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제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응원하며 응원받는 프로젝트들이 생겨났어요. 


창작자로서는 기분 좋았지만, 사태가 진정되면 곧 잊힐 그림이라 생각했기에 더 이상의 의미는 두지 않으려 했어요. 그런데 한 만화가 선배의 전화를 받았어요. 시민들이 직접 그리고 참여하는 행사를 추진하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었는데 처음엔 회의적이었다가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에서 그린 그림을 모으면 더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바로 요청의 글을 작성해 인터넷에 올렸어요.


처음의 그림은 제가 시작했지만 많은 사람의 참여로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이제는 모두의 작품이 되었어요. 그리고 그 모두의 마음을 담은 작품은 맨 처음 그림을 그린 의미를 담아 상황이 종료되거나 진정되는 시점에 맞춰 질병관리본부에 선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마무리라는 생각으로 이렇게 추진하고 있어요.


가족이나 소규모 모임서 공감의 의미 담아 보내

▶공무원과 시민들이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에 ‘꼼꼼히 손 씻기, 마스크 착용, 가리고 기침하기’ 등 실천 사항을 덧붙여 완성했다.│이정헌

Q.

어떤 이들이 사연이나 그림을 보냈나요?

A.

몇몇 캐릭터는 현역으로 활동하는 작가님들이 그려주었지만, 대부분은 가족이나 소규모 모임에서 공감의 의미를 담아 그려주었어요. 그림을 못 그리는 분들은 사진을 카메라 앱으로 변형해 보내주기도 했고요. 통일되지 않은 콘셉트의 집합이라 어쩌면 아쉬워 보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이 모여 완성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의미는 더 잘 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작가님은 페이스북에 “‘나 그림 못 그리는데 해도 되나?’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된다"라고 참여를 이끌었어요. 작가님에게 그림은 어떤 의미인가요?

A.

만화에 어느 정도 조예가 있는 분들이 볼 때 제 그림은 잘 그리지도, 큰 개성이나 매력이 보이지도 않을 수 있어요. 저 스스로도 기본기가 부족한 그림이라 생각하고요. 하지만 만화라는 예술 분야는 그림 실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좀 더 중요해요. 마음을 담아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리다 보면 이번처럼 마음이 전해지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Q.

액자비를 내고 싶다고 연락하는 이들도 많다고 들었어요.

A.

그림을 보내면서 액자 비용까지 걱정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참여만으로도 감사했기 때문에 따로 계좌를 알려주지 않았어요. 액자 비용 정도는 개인적으로 부담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림을 활용하면서 사용료나 원고료가 책정되었다고 보내주는 경우가 생겼어요. 취지에 공감하면서 계좌번호를 몰라도 카카오톡 등을 통해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보내는 분도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저절로 액자 비용이 모인 것 같아요. 이 또한 함께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인 결과라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마음과 따뜻한 손길로 함께합시다

Q.

지구촌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치료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런 국면에서 정서적, 심리적으로는 어떤 마음이 필요하다고 보나요?

A.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중요한 것은 바로 지치지 않는 것이에요.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긍정적인 생각과 응원, 실천이고요. 물론 불평할 부분도 있고, 개선해야 할 것도 있을 거예요. 그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필요하지요. 하지만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이라 생각하기에 모든 국민이 지치지 않고 서로 믿고 응원하며 각자 할 일을 해나가기를 바라요.


또 한 가지는 나보다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돌아보는 거예요.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취약계층은 이런 사태에서 몇 배는 더 힘든 상황일 수밖에 없어요. 주변에 그런 분들이 있으면 외면하지 말고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내면 좋겠어요.


Q.

작가로서 현재 진행하는 또 다른 프로젝트나 활동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A.

저는 사람들에게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만화를 그린다고 소개해요. 옳다고 생각하는 이야기,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면 좋은 이야기가 있어서 마음이 동하는 경우라면 제 능력을 다해 힘을 실어주려고 해요. 


2019년에는 성남시에서 추진하는 독립운동가 웹툰 프로젝트에 참여해 <파락호 김용환>이라는 작품을 다음 웹툰에 연재했어요. 노름으로 가산을 탕진한 줄만 알았던 김용환지사의 숨겨진 독립운동기를 그린 작품이에요. 


하지만 가장 비중을 두고 앞으로 제가 평생 그려야 하는 작업은 장애인들이 당당히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작품이에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아들에게 발달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다음부터 장애에 대한 사회 인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깨달았고, 이후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왔어요.


Q.

마지막으로 <공감>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A.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시민과 독자들이 심리적, 물질적으로 고생하고 있어요. 힘든 상황이 이어지면서 조금씩 인내의 끈을 놓는 경우도 생기고 있어요. 하지만 이럴수록 나만 살겠다는 생각보다 주위를 한 번 더 둘러보고, 조금 뒤처진 이웃이 있으면 손 내밀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면 좋겠어요. 언젠가 위기의 마지막이 올 것을 알기에 긍정적인 마음과 따뜻한 손길로 함께해요. 함께라면 우리는 이겨낼 수 있어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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