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공감

죽은 딸을 다시 만난 그녀의 애틋한 사연은?

1,083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꿈에서라도 먼저 보낸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요?  동영상, 사진, SNS에 남긴 글, 채팅 기록 등을 사용해 사랑하는 이들을 되살려 낼 수 있는 기술이 있어요.

 

최근 먼저 간 딸아이를 컴퓨터 기술로 다시 만난 엄마를 그린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기술이 무엇인지 알아봐요.


최근 외신을 메운 한국 관련 뉴스는 단연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었어요. 하지만 적지 않은 곳에서 주목한 다른 한국발 뉴스가 있었으니, MBC 스페셜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너를 만났다>는 2016년 혈액암으로 7세 나이에 세상을 떠난 딸을 가상현실(VR)에서 만나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다큐멘터리로, 꿈에 그리던 딸 나연이를 (가상의) 현실에서 만나 감격과 슬픔의 눈물을 터트리는 장지성 씨의 모습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어요.


딸, 아들, 배우자, 부모 등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남은 이의 마음은 다른 사람이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영역일 거에요. 잃은 사람을 다시 만나거나 그의 삶을 이어가고 싶다는 욕망, 즉 죽음을 거스르고 싶다는 욕망은 인류 역사를 통틀어 지속된 보편적인 것으로. 파라오의 피라미드는 그 욕망의 대표적 기념비겠지요. 현대 기술은 다른 모습으로 그 바람을 이룰 힘을 건넸을 뿐인지 몰라요.

▶ MBC 스페셜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방송 화면


사후 재생에 쓰이는 데이터의 빛과 그림자

가상현실이 한 방법이고 인공지능(AI)이 또 다른 방법이에요. 미국의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히어애프터(HereAfter)’ 는 사랑하는 사람의 생전 육성을 이용해 챗봇(채팅하는 로봇)을 학습시켜요. 학습이 충분히 이뤄지면 로봇은 떠난 이들이 마치 우리 곁에 있는 듯 우리와 대화할 수 있어요. 


예컨대 돌아가신 할머니의 기억을 학습한 챗봇은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우리와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죠. “할머니, 제가 예전에 아플 때 불러주었던 노래가 뭐죠?” “아~ 그 노래? 다시 불러줄까?” 라이프노트(Lifenaut), 이터님(Eternime) 등 이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기업은 해외에 이미 여럿이에요.


누리소통망(SNS) 데이터, 동영상, 사진, 남긴 글, 채팅 기록 등의 데이터가 모두 사후 재생에 쓰일 수 있어요. 이런 기업 가운데 하나인 레플리카(Replika)의 창업자 유지니아 쿠이다는 연인을 잃은 개인적 경험에 착안해 창업을 했어요.


기술 매체 <더 버지(The Verge)>에서 상세히 다룬 기사를 보면, 그의 경우 연인 로만 마주렌코의 챗봇과 나눈 대화는 특히 더 강렬했던 것 같아요.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끌어모아 그의 성격을 구현한 챗봇을 만들어냈는데 쿠이다와 챗봇의 대화는 매일 깊어졌다고 해요. 얼마나 깊어졌던지 “심지어 생전의 마주렌코와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들까지 말하게 됐다”고 하네요.


사랑하는 이들을 되살려내는 기술이 가진 위험 중 하나가 여기에 있어요. 놀랍도록 빠르게 정교해지는 기술과 결합하면 자칫 그 재현이 너무도 강렬한 유혹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죽음의 강을 건너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에요. 그렇기에 사실이 아닌 줄 알아도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났을 때의 행복에 현실까지 내던질 위험은 더 큰 셈이지요. 


딥페이크(deep fake) 등으로 불리는 영상 생성 기술의 발전 속도는 놀라울 정도에요. 이미 몇 장의 사진과 길지 않은 음성만으로도 전에 없던 새 영상을 만들 수 있어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절대 하지 않은 말을 한 것처럼 꾸며낼 수 있는 능력이죠. 품질은 올라가고 비용은 떨어지는 이 속도가 계속 유지된다면 머지않아 누구나 이런 기술에 손댈 수 있게 될지 몰라요.

▶ MBC 스페셜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방송 화면


디지털 재생이 아름다운 기술로 남으려면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이미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의 디지털 가상 분신(아바타)을 만들어내는 전문 기업에서 축적한 데이터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경계선은 무엇일까요? 


예컨대 가상현실에서 만난 연인이 “우리 여기서 추억을 앨범으로 남기고 싶다”며 유료 앨범 서비스를 교묘히 제안하면 그것은 용납할 수 있는 것일까요? 용납할 수 없다면 어떤 방법으로 기업의 그런 상술을 규제해야 할까요? 또는 기업이 망자의 데이터를 다른 용도로 쓴다면 그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살아 있는 사람의 데이터를 어떻게 쓰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고민도 아직 풀지 못한 문제인데 말이죠.


이는 앞으로 이런 서비스가 더 활성화하면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문제지만, 어쩌면 기본 원칙은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는지 몰라요.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의 콘텐츠 제작진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부분은 엄마 장지성 씨가 겪는 경험이 딸과 아름다운 작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었다고 해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인터넷 연구소의 연구진은 죽은 사람의 데이터를 다루는 원칙을 탐구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핵심은 ‘그들에게도 인간으로서 존엄을 가지고 대하라’ 는 거에요. 살아 있는 사람의 데이터를 대하듯 떠난 이의 데이터를 대하면 문제가 없을 거라는 것이죠. 


즉, 산 사람은 떠난 이를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떠난 이는 살아 있는 사람처럼 대우받을 수 있도록 다룬다면 디지털 재생은 우리 삶을 풍족하게 하는 아름다운 기술로 남을 것이라는 이야기에요.

ⓒ 권오성 한겨레 기자


작성자 정보

공감

대한민국 정책정보지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