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주간지 공감

바야흐로 2020년대가 시작되었어요. 지난 10년간  음악계의 화두가 ‘글로벌(지구촌)’이란 단어로 압축해 설명할 수 있다면, 2020년은 어떤 열쇳말(키워드)이 중요할지 한번 살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입니다. 먼저 예정된 쟁점(이슈)들부터 살펴보면서 앞으로 흐름을 조심스레 짚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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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돌아옵니다. 국내외 음악 순위와 시상식의 주요 부문을 휩쓴 방탄소년단은 2020년에 새 앨범을 발표해요. “현재 신곡과 새 음반을 작업하고 있다. 하루빨리 들려드리고 싶다. 2020년, 방탄소년단이 무엇을 선보일지 기대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어요. 좋은 메시지와 선한 영향력을 추구하는 이들의 새 앨범은 아마도 기존 메시지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꾸며졌을 것 같아요.

이전 앨범들의 서사가 ‘소년들의 내적 성장’에 맞춰졌다면, 앞으로 앨범은 ‘소년에서 성인으로, 세상을 마주하는 관점’이 될 가능성도 있어요. 좀 더 메시지가 강조되는 방향이 아닐까 짐작할 수 있어요. 방탄소년단은 K-팝의 세계적 이슈를 좀 더 현실적이면서도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올려놨어요.

슈퍼엠(SuperM)과 레드벨벳 같은 SM엔터테인먼트의 스타들을 비롯해 드림캐쳐, 이달의 소녀처럼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걸그룹들이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은 2020년 이후의 ‘가요’가 ‘팝’으로 소비될 수 있음을 상징해요.

2019년의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트로트’이기도 했어요. 2019년 2월부터 5월까지 방송된 <미스트롯>이 가요계 전반에 열풍을 몰고 왔어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해 단숨에 스타가 된 송가인뿐 아니라 <미스트롯> 출연자들도 방송과 콘서트를 통해 활발히 활동했어요. <미스트롯> 시즌2인 <미스터트롯>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시작했어요. ‘프로듀스 시리즈의 트로트 버전’이라 해도 좋을 만큼 출연자 101명이 대국민 오디션을 통해 데뷔하는 구조는 동일해요.

사실 <미스트롯>의 성공은 두 가지 점에서 시사적입니다. 하나는 송가인 현상이라고 할 만큼, 트로트 가수들도 아이돌 그룹처럼 충실한 팬클럽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어요. 가요계의 수익모델과 지속가능성이 팬덤(가수·배우 등 유명인의 팬층) 중심으로 재편되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봅니다. 다른 하나는 <슈퍼스타K>에서 출발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보컬에서 아이돌로, 아이돌에서 트로트로 이전되었다는 사실이에요.

‘여성 파워’도 더 강해질 것이에요. 걸그룹과 솔로 싱어송라이터, 발라드 가수에 이르기까지 젠더(사회적 의미의 성별)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여성이 대거 등장할 것이고, 이들은 더 큰 인기를 얻을 것입니다. 

‘림킴’이란 이름으로 파격적인 음악과 시각예술(비주얼 아트)을 선보이는 김예림을 비롯해 <퀸덤> 무대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AOA, 여성 팬덤으로 유명한 마마무가 대표적이에요. 이 외에 백예린, 이루리, 새소년, 민수, 천미지 등 싱어송라이터들은 자신의 젠더 정체성을 관습적인 틀에 욱여넣지 않으면서도 여성성 회피의 강박을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의 이미지 메이킹과 작곡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어요. 2020년에는 이 이름들을 기억해도 좋을 것입니다.

산업적으로도 중요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 예상해요. 유튜브 등 개인방송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기존 순위(차트)의 권위는 더욱 약해질 것입니다. 사재기 논란으로 촉발된 가요 생태계의 건강성 문제는 단지 차트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차원이 아니라 로엔 엔터테인먼트와 멜론 서비스, 카카오M의 일체화된 기업 구조가 보여주듯 음악 제작, 유통, 판매의 수직계열화 모델과 그에 대한 도덕성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어요. 과연 시장 지배력이 높은, 독과점 형태의 사업 모델을 음악 생태계를 해치지 않으면서 지키려면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요.

공동작업(컬래버레이션)도 늘어날 전망이에요. 지금처럼 다양한 플랫폼에서 여러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 일이 일반화된 환경에서 음악가들의 컬래버레이션은 선택(옵션)이라기보다 필수 항목이 될 가능성이 높아요. 지금은 음악 서비스뿐 아니라 누리소통망 등 음악과 관련성이 크지 않은 플랫폼도 음악이 콘텐츠로 묶여 소비되는 환경입니다. 음악 서비스‘만’ 중요하지 않은 시대에 컬래버레이션은 결국 고도화된 바이럴 마케팅(어떤 기업이나 회사의 제품을 소비자의 힘을 빌려 알리려는 마케팅)과 취향 기반의 청취 환경에서 눈에 띄기 위한 기본 전략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이것은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팬덤이에요. 앞으로 음악계에서는 팬덤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인 ‘아미’가 대표적이겠지만, 중요한 건 이들이 유일한 사례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아이돌 비즈니스는 팬덤을 기반으로 작동하지만, 앞으로는 아이돌이 아니라도 팬덤을 바탕으로 수익구조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종의 ‘슈퍼팬덤현상’은 음악뿐 아니라 거의 모든 산업 영역에서 자리 잡고 중요해집니다. 팬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지고, 팬덤과 소통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사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쓸데없는 일일지 몰라요. 특히 요즘처럼 자본도, 시장도, 환경도 급변하는 시대에는 말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불투명한 현재이기 때문에 방향타 또한 필요해요. 그걸 위해 과거를 돌아볼 필요도 있어요. 이왕이면 이런 전후 맥락을 조망하는 일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거나 통찰력을 얻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요. 이런 마음으로 2020년을 기대해봅니다.

©차우진_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