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사람은 무슨, 그냥 아무나 돼~"라는 조언의 힘

조회수 2019. 12. 23. 16: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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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무언가를 성취하고 이루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지기 마련인데요. 그와 달리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지기도 하죠. 하지만 정말로, 우리가 남들이 존경할만한 무언가가 되어야 하는 걸까요? 


위클리 공감 누리집 원문 기사 보러 가기

연말이라 그런지 콘텐츠 부문에서는 특히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눈에 띄어요. 온라인 쇼핑몰 G마켓의 광고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1000만 회를 돌파했어요. 


유튜브 광고가 유머 코드를 강조하는 것과 달리 이 영상은 공감을 자극해요. 모델은 걸그룹 레드벨벳. 11월 25일에 올라온 이 광고는 한 달도 되지 않아 조회수 1000만을 넘겼어요. 


영상은 레드벨벳 멤버별로 ‘고백’ ‘여행’ ‘책’ ‘해외 직구’ ‘패션’을 주제로 한다. ‘잘됨 파티’라는 캠페인 이름처럼 ‘뭐든지 해도 된다’고 강조해요.


고백 편의 주인공 아이린은 시청자를 향해 ‘먼저 고백해도 된다’고 말하고, 조이는 여행을 주제로 ‘지금 떠나야 한다’고 속삭여요. 패션 테마의 주인공인 슬기는 어떤 모습이든 ‘나를 사랑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웬디와 예리는 해외 직구와 책을 주제로 ‘나를 위해 쇼핑해도 된다’ ‘그냥 너 자신이 되면 된다’고 말해요.


베스트셀러의 제목 같은 이 메시지는 가수 자이언티의 노래 ‘꺼내 먹어요’를 배경으로 사람들의 공감을 자극해다. 물론 쇼핑이 주제이긴 하지만 그 쇼핑을 통해 지금까지 여러 제약으로 하지 못했거나 미뤄둔 것을 시작하도록 용기를 북돋아요. 


괜찮아, 잘될 거야 등등. 1000만 조회수는 바로 이 감성을 건드렸기 때문이에요. “힘이 된다” “마음속 깊은 울림을 준다” 같은 댓글이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해요.

‘아무거나 돼’라는 말이 던져준 위로

수년 전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에 출연한 이효리는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는 동네 아이에게 “무슨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돼”라고 말했어요. 이 짧은 한마디는 전국 시청자에게 큰 울림을 줬어요. 일종의 충격이었죠. 


‘아무나 돼’라는 말에 위로받은 사람이 나뿐만은 아닐 거에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사람도 많았어요. 그만큼 우리는 뭔가 되어야 한다, 이왕이면 훌륭하고 주목받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것을 거에요. 


강박 혹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유롭게 있는 그대로 살 수 있는 권리를 새삼 깨닫게 된 순간이었죠.


최근 2~3년 사이 출판계에서도 이런 위로와 공감의 키워드가 유행했어요. 자기계발서 대신 ‘안 해도 괜찮다’는 주제의 책이 주목받은 것이죠.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괜찮아>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같은 에세이는 위로와 공감, ‘네가 옳다’는 자존감을 북돋우는 내용이었어요.

 

너만 힘든 게 아니라 모두가 힘드니 내가 너를 이해한다는 메시지. 영화도 마찬가지였죠. <토이 스토리 4>, <겨울왕국 2> 같은 인기 애니메이션은 모두 ‘너의 미래는 네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 ‘너 자신이 되는 길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우디나 엘사 모두 외부로부터 주어진 삶, 의무로 시작된 삶, 남들에게 보이는 삶의 길을 벗어나 자기만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용기를 북돋우고 응원해요.


웹드라마도 다르지 않아요. 여러 인기 웹드라마의 제작사인 와이낫미디어가 새 시즌을 선보이는 <우웅우웅>은 회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내 연애의 다양한 경우를 다루며 2030 세대에게 큰 공감을 얻었어요. 


밀레니얼 세대가 공감하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와이낫미디어는 히트 작품들의 검증된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로 확산, 변형하는 콘텐츠 프랜차이즈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 기업이에요. 유튜브에서 ‘콕TV’라는 채널을 운영하며 자사의 웹드라마를 연달아 출시하고 있어요.


<우웅우웅> 시즌 2는 사내 연애를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여자 민지우(송지은 분)가 거부할 수 없는 당돌한 매력을 지닌 신입사원 이민웅(신정유 분)과 엮인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요. 


민지우와 이민웅이 보여줄 사내 비밀연애의 달콤하면서도 쫄깃한 묘미는 척박한 직장인들의 로망을 대리 실현해주며 많은 이에게 공감을 살 것으로 기대돼요.


‘사내 연애’라는 단어의 묘한 비밀스러움과 현실적 고충을 모두 담아내며 시청자에겐 대리만족과 호기심을 자극하죠.


‘공감’이란 곧 마음을 움직이는 일

방탄소년단 역시 ‘공감’ 키워드에서 빠질 수 없어요. 최근 한국언론학회 문화젠더연구회는 ‘BTS 너머의 케이팝: 미디어 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 문화’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열었어요. 


이 행사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지원한 행사이기도 해요. 총 12건의 발제와 4건의 토론이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는 50여 명의 국내외 학자와 200여 명의 미디어 등이 참석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서 방탄소년단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했죠. 


특히 세미나에서는 방탄소년단으로 상징되는 초국적 팬덤과 팝 산업에서 플랫폼과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의미 등에 주목했어요. 


전에 없던 팬덤의 결집과 새로운 현상은 국가와 인종의 경계가 없다는 점, 그 사이에서 소비되는 음악과 메시지가 중요해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팬의 탄생이라고 할 만한 방탄소년단의 팬덤은 향후 팝 산업의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이 모든 일이 ‘공감’을 우선으로 해서 벌어진 결과에요. 공감이란 곧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기도 해요. 마음을 움직이는 일, 다시 말해 마음을 얻는 일은 결국 메시지에요. 정확하게 언어화하지 못하는 마음을 언어로 만들어 입 밖으로 내는 일. 그게 바로 공감의 메시지예요. 


이 과정에서 광고든, 음악이든, 출판이든, 영화든 보편적인 성공 공식에서 벗어나기도 하죠. 그렇게 하면 잘 안 된다는 걱정과 제약을 ‘사람들이 원한다’는 마음으로 돌파하게 돼요. 


사람들이 원하는 메시지와 위로를 충족하는 콘텐츠가 쌓이면 고유한 팬덤도 만들어요. 바로 그 점이 2019년의 콘텐츠 업계가 거둔 성과일 것이에요. 대중이 듣고 싶어 하지만 정작 들을 수 없는 이야기. 영향력이란 그렇게 만들어져요.



ⓒ 차우진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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