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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 생물'을 먹으면 일어나는 일

조회수 2019. 12. 13. 15: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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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인구 증가는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지구 건너편에서는 이러한 인구 증가를 식량 생산이 따라가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곳들도 있답니다. 지구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 함께 살펴볼까요? 


위클리 공감 누리집 원문 기사 보러 가기

▶유전자 변형 사과를 시험 재배 중인 전북 완주군 비닐하우스 단지 위쪽에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일반 마을과 농경지가 보인다.│ 한겨레
정모야, 네가 살아 있는 동안
지구 인구는 두 배가 될 거야.

중학교 때 사회 선생님이 굳이 제 이름을 걸고 한 말씀이에요. 저는 썩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래서 어쩌라고요? 제가 무슨 폭탄이라도 된다는 말씀인가요?”라고 대들지도 못했죠. 


아마 선생님은 재앙이 임박했다고 경고하는 파울 에를리히의 <인구 폭탄>(1968)이나 로마 클럽 보고서 <성장의 한계>(1972)에 대한 보도를 접하셨던 것 같아요. 걱정이 많다 보니 제자 기분 따위는 살필 틈이 없었겠죠.

 

여러 보고서의 예측대로 지구 인구는 급속히 증가했어요. 1960년부터 20년 동안 세계 인구는 30억 명에서 45억 명으로 50%나 늘었났죠. 


제가 태어난 해 35억 명이던 인구는 이제 76억 명을 넘어섰으니 정말 제가 살아 있는 동안 두 배가 훌쩍 넘었어요. 


제가 대한민국 기대 수명인 83세까지 산다면 제 인생 동안 지구 인구가 세 배 가까이 될 것 같네요. 유엔(UN)은 2050년 세계 인구가 98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거든요.


우리는 인구 얘기를 할 때마다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1798)을 거론해요. 제 주변에 이 책을 읽은 이는 한 사람도 없어요. 하지만 책의 핵심 주장은 누구나 알고 있죠. 

 

“인구 증가는 기하급수적(그러니까 1, 2, 4, 8, 16…)인 데 반해 기대할 수 있는 식량 공급의 증가는 산술급수적(1, 2, 3, 4, 5…)이다. 이 차이 때문에 인구를 먹여 살릴 식량이 부족해지고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농업혁명을 상상하지 못한 맬서스

▶<인구론>의 저자 토머스 맬서스│한겨레

맬서스의 주장이 얼마나 강렬했는지 찰스 다윈은 ‘자연선택’이라는 진화의 동력을 알아차리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받았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맬서스가 <인구론>을 쓴 지 220년이 지났고 인구는 말도 못하게 늘었지만 식량이 부족하거나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았어요. 


식량이 골고루 분배되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여전히 지구에는 기아가 발생하지만 평균적으로는 오히려 과도한 영양을 섭취하고 있죠.


맬서스는 농업혁명을 상상하지 못했어요.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식량 생산도 늘었어요. 곡물을 공급하는 식물들의 진화가 급격하게 일어났기 때문이죠. 


진화의 원동력은 자연선택이에요. 그런데 농업혁명의 원동력은 농업인들에 의한 인위선택, 즉 육종이었어요. 자연선택과 인위선택의 결과가 달랐어요. 왜냐하면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죠.

자연에서 곡식의 줄기는 길고 가늘어지도록 진화해요. 이웃 식물의 그늘에 가려지지 않고 높이 자란 식물이 광합성을 많이 하고 후손을 더 많이 남기거든요.


광합성의 결과물이 씨앗보다는 줄기와 잎에 투여됐어요. 농부들이 처음 재배하기 시작한 곡물이 바로 이런 식물이었죠. 재배하기 힘들었습니다. 가늘고 긴 줄기는 추수도 채 하기 전에 쓰러지기 일쑤였거든요. 


비료를 주면 오히려 웃자라서 키우기가 더 힘들었어요. 기다란 지푸라기로 소쿠리를 만들거나 지붕을 잇거나 모자는 만들 수 있지만 곡물의 수확량이 너무 적었어요.

멕시코의 육종학자 노먼 볼로그(Norman Borloug, 1914~2009)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벼, 밀, 옥수수 줄기의 길이는 줄이고 굵기는 늘리려고 했어요. 감히 식물의 진화에 개입한 것이죠. 


필요한 유전자는 지구 어딘가에 있어요. 1950년대 말~1960년대 초에 그는 전통 밀과 일본의 왜소종 밀(일명 난쟁이 밀)을 교배했어요. 그 결과 반(半)왜소종 밀 품종이 만들어졌죠. 


줄기가 짧고 빳빳했어요. 질병에 강하고 비료도 잘 들었죠. 더 크고 무거운 이삭이 달려도 수확할 때까지 주저앉지 않고 잘 버텼어요. 

왜소종 밀은 멕시코에서 남아메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아프리카로 퍼져나갔어요. 세계의 밀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죠. 이 공로로 볼로그는 197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어요.평화상이 맞습니다. 평화는 풍성한 곳간에서 나는 법이니까요. 


벼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1960년대 중반 필리핀의 국제미작연구소(國際米作硏究所, IRRI)에서 ‘기적의 쌀’로 일컬어지는 IR8을 비롯한 여러 가지 왜소종 벼가 개발되었어요. IR8은 미작연구소에서 만든 여덟 번째 품종이라는 뜻이에요. 


하지만 IR8은 우리나라의 식량문제는 해결하지 못했죠. 우리가 먹는 쌀과 맛이 달랐기 때문이에요.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찰기가 없는 ‘인디카’ 쌀을 주식으로 삼지만 우리나라는 찰기가 많은 ‘자포니카’ 쌀을 주식으로 먹어요.

 

그렇다면 개량된 왜소종 인디카와 재래종 자포니카를 교배하면 어떨까요? 튼튼한 왜소종 줄기에 찰기가 많은 벼가 달리지 않을까요? 이렇게 만든 품종은 번식력이 없었어요. 


암말과 수탕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처럼 말이죠. 사실 ‘인디카와 자포니카의 교배종은 불임’이라는 것이 1920년대 이후 상식이었어요.

GMO 없이 식량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상식을 무시하고 꾸준히 다양한 교배를 시도한 사람이 있었어요. 서울대 농대 교수를 지낸 고 허문회 교수(1927~2010)에요. 


그는 한 개의 자포니카 품종과 두 개의 인디카 품종을 교배하는 3원 교배라는 창의적인 육종법을 사용했어요. 한 개의 벼 품종을 개발하는 데에는 보통 5~10년이 걸려요. 


허문회 교수는 기간을 줄이기 위해 여름에는 한국에서, 겨울에는 필리핀 연구소에서 벼를 재배했어요. 그 결과 1971년 국제미작연구소에서 667번째로 개발한 품종 IR667이 빛을 보게 되었지요. 


생산성이 30%나 높으면서도 수확한 쌀이 차졌어요. 우리는 IR667을 통일벼라고 불러요. 우리나라에서도 녹색혁명이 일어난 것이죠. 하지만 모두 옛날 일이에요. 1991년부터는 더 이상 통일벼를 재배하지 않아요. 쌀 소비가 엄청나게 줄었거든요. 


인구는 계속 늘고 있지만 녹색혁명은 이제 최대치에 이르렀어요. 맬서스의 예언이 현실화되지 않으려면 2차 녹색혁명이 필요해요. 우리는 방법을 알고 있죠. 그것은 바로 유전자 변형 생물(GMO)이에요. 


저는 GMO에 반대하지 않습니다만 많은 분들은 아직 두려워하지요. GMO 없이 식량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육류 소비를 줄이는 거에요. 동물 사료로 쓰이는 곡물 수요만 줄여도 당분간 2차 녹색혁명은 필요 없답니다.

ⓒ 칼럼니스트 이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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