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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그들이 괜찮을 거라 믿은 걸까?

조회수 2019. 10. 30. 20: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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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들려오는 유명 연예인의 가슴 아픈 소식에 안타까운 감정을 느낄 때가 많죠. 내 주변에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오늘 공감이 만난 사람은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을 만나 이야기 함께 나눠볼게요.



위클리 공감 홈페이지 원문 보러 가기

“자살은 사회가 막을 수 있는 죽음 주변에서 먼저 알아차리는 게 중요”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는 2011년 자살예방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012년 설립됐어요. 보건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와 협력해 국가자살예방행동계획 실행을 맡고 있죠.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교육을 114만 명 이상에게 전파하고 생명존중 인식 개선을 위한 사업도 주요 역할 가운데 하나예요. 중앙자살예방센터의 노력에 힘입어 2017년 우리나라 자살자 수는 전년보다 4.8% 줄어든 1만 2463명으로 감소세를 보였어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요. 같은 해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를 의미하는 자살률은 23.0명으로 리투아니아(24.4명)에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위예요.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여전히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죠.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잠을 못 자거나 식욕이 줄고 부정적인 생각과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정도라면 도움 청하기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전문 의료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어요.


백종우 센터장을 만나 향후 자살 예방을 위한 대책에 대해 들어볼게요.

Q. 우리나라 자살률이 높은 원인은 무엇인가요?

A. 경찰청 통계로는 10~30대는 정신건강 문제, 40~50대는 경제적 문제, 60대 이상은 신체질환과 외로움이 주원인으로 보고되고 있어요. 


더욱 심층적인 중앙심리부검센터의 심리 부검 결과를 보면 중요한 부분이 평균 3.9개, 즉 4개의 심각한 스트레스를 연속적으로 겪은 것으로 조사되었죠.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실업 이후 어려워진 상황으로 가족 관계도 힘들어지다 최종적으로 우울증이 생기면서 극단적 선택을 하고, 반대로 승진 이후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주변의 기대에 부응을 못 한다고 생각해 우울해지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평균 4가지의 스트레스가 관련된다는 거예요. 그만큼 자살의 원인은 복합적이어서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해요.


2017년 OECD 통계를 보면 우리가 사회적 네트워크 지수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어요. 질문이 ‘힘들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있느냐’는 거예요. 


핵가족화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사회안전망이 충분치 않은 점도 높은 자살률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거예요.

“자살은 전염병 아니지만, 트라우마는 전염력 가져”

Q. 자살은 개인의 선택인데 이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어요.

우리나라 자살예방법 3조는 ‘자살 위기에 처한 국민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서술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러한 권리는 잘 실현되지 못하는 실정이죠. 자살 위험에 처한 분들이 절망 때문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보니 자살의 위험신호를 주변 사람들이 알아차리는 게 예방에 매우 중요해요. 


‘보고 듣고 말하기’ 자살예방교육과 같은 생명지킴이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런 교육이 모두 자살 경고신호를 알아차리고 적절히 대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죠. 


흔히 죽고 싶다고 말하는 언어적 신호가 있고, 일과 학업에 집중을 못하고 한숨을 자주 쉬며 잠을 못 자는 등 행동적 신호 그리고 스트레스 사건과 같은 상황적 신호가 있어요. 


보고 듣고 말하기는 2018년 안타까운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고(故) 임세원 교수가 핵심적 기여를 한 프로그램이에요.

Q. 유명인의 자살 관련 보도도 자살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데 어떤가요?

A. 유명인 자살과 언론의 관련 보도도 영향을 주는 건 사실이에요. 2008년 10월 유명 연예인의 자살 사망 후 그 전해보다 자살 사망자가 1000명이 늘고 700명이 같은 방법을 택한 안타까운 일도 있었어요. 


2018년 1월, 3월, 7월의 자살이 전년보다 높아졌는데, 이는 2017년 12월 유명 가수, 3월 배우, 7월 정치인의 사망 시점과 일치하며 검색 사이트에서 자살에 대한 검색이 증가한 시점과도 같아요. 자살은 전염병은 아니지만, 자살 트라우마는 전염력을 가지기 때문이에요. 


다행히 최근에는 한국기자협회와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개발한 자살 보도 가이드라인의 준수율이 높아지고 있어요. 


특히 자살 수단에 대한 보도는 지양하고 자살예방 상담전화를 알리는 기사가 늘고 있어 희망적이죠.

Q. 9월 9일 ‘자살예방정책위원회’가 출범했어요. 위원회의 역할은 무엇이며, 현재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사회적 노력과 앞으로 과제는 무엇인가요?

A. 일본도 1999년 자살 사망자가 3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증가했어요. 이후 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2006년 자살예방법이 통과되었고 그중 핵심 정책의 하나가 자살예방위원회를 총리실 아래에 둔 거예요. 


이후 전 부처가 관심을 가지면서 2009년 3만 2845명 수준이던 일본의 자살 사망자가 2018년 2만 840명으로 감소했어요. 


자살은 흔히 보건이나 복지 문제로 생각하기 쉽지만, 통합적인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교육부, 고용노동부, 국방부, 건설교통부 등 여러 부처의 협력이 매우 중요해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개정된 자살예방법에 근거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자살예방정책위원회가 출범해 기뻐요.


이를 통해 범부처 협력과 민관 협력을 통해 사회적 자살예방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자살 시도자 지속 관리로 자살률 낮춰

Q. 우리가 참고할 만한 해외의 자살예방 사례가 있을까요?

A. 지금은 가장 행복한 나라로 분류되는 북유럽 국가들도 1980년대 후반에 자살률이 지금 우리만큼 높았어요. 


그때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고 핵가족화되었지만 사회안전망은 부족했고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편견이 높았다는 점도 같았어요. 


핀란드 같은 나라도 모든 자살 유가족을 국가 주도로 찾아가 위로하고 원인을 조사하면서 지금은 자살률이 절반 이하로 줄어 점점 살 만한 나라, 행복한 나라로 바뀌었죠. 


자살은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에요. 관심과 대책을 통해 예방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좀 더 살 만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구 여러 나라에서 자살의 증가는 핵가족화로 중증 정신질환을 가정 내에서 돌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지역사회 서비스가 없어 방치될 때 나타났어요. 


우리도 2017년 5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후 정신질환자 탈수용화가 진행되면서 진주사건 등 사고가 증가했었죠.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환경이 자살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도 적극적으로 규명해야 해요.


자살률이 우리의 3분의 1인 미국 뉴욕주에서는 한 명의 시민을 잃으면, 유족 동의를 거쳐 검시관, 경찰, 소방관, 관련 부처 공무원, 정신건강 전문가, 주민 대표, 의원 등 수십 명이 모여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었는지 돌아보고 주 정책에 반영하고 있어요. 


통합적인 대책이라는 게 만들어지려면 어떤 체계와 노력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해요.

Q. 중앙자살예방센터의 역할과 그동안 자살예방 활동 및 성과는 무엇인지요?

A. 자살 시도자는 대표적인 자살 고위험군이에요. 그동안 이들은 응급 상황에서 신체적 치료만 받고 귀가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2009년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민성호 교수팀이 사례 관리자를 병원 내에 두고 응급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가 협력하며 지원하는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 모델을 시작했어요. 


2012년 세 군데로 시작해 현재 보건복지부 예산 지원 아래 60개 기관에서 자살 시도자를 초기부터 접촉해 심리적 지원과 복지서비스를 연계하고 있어요. 


실제 서비스를 받은 군의 자살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고요.


2017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자살예방 계획을 세우고 성과를 총괄해 평가하는 체계를 보건복지부 책임 아래 진행하고 있어요. 센터가 이에 대한 기술 지원을 맡고 있고요.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리더의 관심과 의지가 가장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세계보건기구가 말한 바 있죠. 지자체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성과를 내는 시·군이 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기자협회와 함께 자살보도 가이드라인을 냈고 올해는 방송작가협회와 영상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어요. 영상은 특히 젊은 층 자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이러한 노력이 확산되기를 기대하고 있죠.

“생명 네트워크 만드는 게 앞으로 목표”

Q. 2019년 2월 중앙자살예방센터장으로 취임했어요. 앞으로 센터 운영 목표는 무엇인지요?

A. 재난을 설명할 때 ‘스위스 치즈 이론’을 예로 들어요. 재난은 스위스 치즈의 모든 구멍이 일직선상에 위치할 때 발생하게 돼요. 인간도 사회도 완전하지 않고 모든 구멍을 메울 수는 없을 거예요.


그러나 한 해 1만 3670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은 재난 상황을 돌아보고 우리 사회의 빈틈을 메우려는 노력에 민관이 나설 때,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던 한 사람이 누군가를 통해 다른 방식의 해결을 위한 연결과 희망을 찾을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살 만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저희 센터가 하는 일은 고통스러운 분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함께 연결을 만드는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거예요.


Q.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서 우울증 의심 증상과 극복 방법을 알려주세요.

A. 우울은 분노, 불안과 함께 정상적인 감정이에요. 괴로움이 있지만 사실 삶에 도움이 되는 면도 있어요. 


목표를 이루지 못했을 때 우리는 우울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목표를 수정하고 오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수도 있죠. 하지만 우울증은 달라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뇌질환으로 봐야 해요.


일본에 자살 고위험군을 발견하는 캠페인 중 아키타현에서 시행한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캠페인이 있어요. 


자살 위험군을 찾는다고 하면 접근이 어려우니 대신 대부분의 자살 고위험군이 가진 불면증을 먼저 찾고 이분들에게 정신건강 평가를 진행한 거예요.


잠을 못 자거나 너무 오래 자고, 식욕이 줄고 기운이 떨어지면서 삶의 의욕이 없고 부정적인 생각과 마음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힘든 정도라면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드러내고 필요한 경우 전문 서비스를 받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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