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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공감

저마다 다른 그들의 방에 숨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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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1인가구영화제’가 있어요?”

영화제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부탁받고 일정을 확인하기도 전에 내놓은 첫 반응이었어요. 노량진 고시생, 서울로 상경한 사회초년생, 기러기 아빠 등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1인가구영화제'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얼마나 많은 작품이 출품되겠어?’라는 생각에 부담 없이 심사를 수락한 영화제 출품작은 모두 341편. 


독거노인부터 반려동물과 사는 사람, 기러기 아빠, 나 홀로 직장인, 독립된 삶을 꿈꾸는 청춘, 자립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까지 주인공은 모두 홀로 사는 사람이었어요.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주관하는 1인가구영화제는 한국을 제외한 세계 어디에도 없죠.


올해 처음 열리는 1인가구영화제는 10월 18~19일 서울 관수동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되며 모든 상영작은 무료예요. 다양한 1인 가구의 삶을 조망하는 작품 16편이 본선에 올랐어요. 


1인 가구의 사회적 의미와 영화제를 개최하게 된 계기를 들으려 10월 2일 서울 중구 소파로에 자리한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권금상 센터장을 만났어요.


서울특별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25개 자치구에 각 센터를 둔 광역기관으로, 1인 가구는 물론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지원하는 곳이죠.

△서울시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만난 권금상 센터장

세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영화제

Q. 1인가구영화제를 기획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상을 보면서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들여다보자는 의도였어요. 지역마다 1인 가구의 모습은 다 달라요.


관악구의 경우 고시생, 취업 준비생이 있어 연령층이 어려요. 반면 노원구는 노인이 많죠.


지역에 따라서도 1인 가구의 요구가 다를 만큼 다양한데 이런 모습들을 영화를 통해 들여다보자는 거죠.


이런 제안을 했을 때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여러 반응이 나왔어요. ‘이게 될까요?’ 하는 반응도 있었죠.


1인 가구의 삶을 보여주는 기존 영화들을 모아볼까 하다가, 새로운 걸 보자는 의도로 영화를 공모했어요.


사람들에게는 1인 가구에 대해 전형적인 정서가 있어요. 여성은 어떻고, 중년 남성은 어떻고.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서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싶었어요.


그렇다면 영화의 완결성은 어떻게 될까? 의문은 열어놓고 시작했어요. 정말 예상보다 많은 편수가 들어왔어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사람이 모두 다 다르지만 근본적으로 이들의 삶에도 어떤 지점들은 있어요.


1인 가구에는 ‘독립, 자립, 고립’이라는 3개의 큰 카테고리가 있는데, 어떤 지점에 더 큰 방점을 찍고 사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정말 젊은 친구들은 건강하게 독립은 하고 싶으나 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해요. 공간 문제나 삶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경제력 크기 때문에 고민한다면, 중년은 그때 막 무언가를 잃은 사람이 꽤 많죠. 


이혼, 사별, 기러기 아빠가 그래요. 이들이 어쨌든 무너진 자기 삶에서 딛고 일어나려는 것도 있고 헤매는 모습도 있어요.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7년 총 가구수 2016만 8000가구 중 홀로 사는 사람의 수는 561만 9000가구로 27.9%가 1인 가구 생활자예요. 1인 가구의 증가는 삶의 풍경마저 바꿔요. 소포장 제품은 물론 혼밥, 혼술 마케팅이 대표적이죠.


1인 가구의 증가는 오늘날 두드러진 사회현상임이 분명하지만, 세대 간에 살아왔던 사회적 경험치가 다르고 연령에 따른 경제적 위치가 달라서 1인 가구 생활자를 하나의 집단으로 묶기에도 어려워요.

△진성문 감독의 <안부>

Q. 현재 1인 가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A. 대중 강연을 나가서 1, 2, 3, 4인 가구 가운데 어떤 가구가 더 많을지 부등호로 표시하라고 퀴즈를 내면 연령층별로 다르게 답해요. 


40~50대 이상은 4인 가구가 많다고 굳건히 믿고, 젊은 층은 1~2인 가구가 가장 많다고 답하죠. 


1인 가구 인식 개선 사업을 하지만, 인식에 대한 개념조차 정확하지 않아요. 그들의 삶과 양태가 어떤지는 정확하게 모르는 게 현실이에요.

“자발적이냐 비자발적이냐 애매”

Q. 다른 나라에도 1인가구영화제가 있나요?

A. 어떤 분들이 찾아봤는데 우리나라만 있다고 하더라고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1인 가구에 대한 지원을 시작한 게 최근이에요. 


서울시가 2016년 1인 가구에 대한 조례를 만들었어요. 1인 가구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죠. 또 관계망을 지원해서 이들의 삶을 두텁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에요. 


통계를 얘기하기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지만, 올해 9월 행정안전부 누리집에 나온 1인 가구 통계는 40%였어요. 스웨덴 수준으로 갔다는 의미죠. 


스웨덴의 경우 두 집 중에 한 집이 1인 가구예요. 사회보장제도가 잘돼 있고 안전하기도 해요. 우리나라처럼 취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따로 사는 모습들과는 결이 좀 달라요.

△김덕근 감독의 <나의 새라씨>

Q. 스웨덴은 자발적 1인 가구가 많다는 의미인가요?

A. 그게 애매해요. 자발적 1인 가구냐, 비자발적 1인 가구냐. <나 혼자 산다> 같은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분들은 이상적인 1인 가구죠. 경제력도 되고 사회적 관계망도 좋아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봤을 때 자발적, 비자발적의 경계가 애매한 지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취준생이 자발적인지 묻는다면, 어떤 사람은 자발적이라고 해요. 그런데 그들이 빨리 취직을 못하는 사회구조 문제 등을 놓고 보면 진정 자발적 1인 가구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죠. 정말 자발적인 1인 가구는 삶의 만족도가 높아요.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1인 가구도 역시 가족 속에서 완전히 떨어져 나가는 것은 아니에요. 저희가 하는 프로그램 중에 원가족과 관계, 사람과 관계를 중시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양승욱 감독의 <잔을 채우는 동안>

Q. 센터에서 하는 사업 가운데 1인 가구들이 다 같이 요리해서 먹는 ‘소셜 먹방’도 있다고 들었는데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A. 서울특별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25개 자치구에 각 센터를 두고 지원하는 광역기관인데, 자치구마다 다양한 이름을 써요. 


‘달빛옥상밥’이라고 있는데 저녁에 퇴근해서 같이 밥 먹는 시간이에요. 늘 혼자서만 먹는다는 것은 고립의 지표일 수 있어요. 함께 모여 음식을 배우고 만들면서 일상을 공유하는 자리죠. 센터마다 다른데 1회에 걸치지 않고 몇 차례 이어지는 프로그램이에요.

△조유경 감독의 <언데이터블 우먼>

“심사위원들 굉장히 만족하고 기뻐해”

Q. 선정된 작품 가운데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다면?

A. 심사에 참여한 분들이 굉장히 만족해했어요. 심사위원들이 너무 기뻐하는 모습에 의아했죠. 알고 봤더니 처음에는 기대를 안 했는데 오히려 쫙 넓혀진 (1인 가구들의) 삶을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의미가 있었던 거예요. 


영화를 하는 분들과 저의 관점이 다를 텐데, 저는 1인 가구의 관계를 중심으로 봤어요. <안부>라는 영화가 있는데 노량진 공시생들에 대한 이야기에요. 한때는 좋은 사이였는데 잘된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 관계가 결국 벌어지는 내용이죠. 


<나의 새라씨>라는 영화에서 중년 여성은 이혼 후 많은 걸 잃고 돼지 부속물을 씻어내는 공장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바꿔요. 공장에서도 어떤 충돌이 일어나요. 누구나 중년에 들어서며 삶에서 한 번쯤 무릎 꿇을 일이 있지 않을까, 용기를 주는 영화였어요.

영화제는 사회적 구조와 부조리를 보여주는 영화부터 관계망이나 정서적 외로움에 천착한 영화까지 다양하게 펼쳐져요. 


임대인의 일방적 통보로 가게를 정리하는 청년 임차인의 이야기를 담은 <망치>, 정서적 외로움을 그린 영화 <잔을 채우는 동안>도 눈에 띄죠.


오고 갈 사람이 없어 소주잔 하나면 충분했던 주인공의 집에 낯설지만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면서 두 사람은 마주앉아 술잔을 부딪쳐요. 한 잔은 소주잔이고, 다른 잔은 머그컵이에요.


소주잔과 머그컵의 차이만큼 저마다 다른 1인 가구의 삶을 한자리에서 바라보는 영화제가 또 있을까요. 들여다보기 전에 알고 있다고 말해버리는 수많은 편견을 향해 16편의 작품은 홀로 살아가는 그들만의 방을 조용히 비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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