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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수족관 돌고래의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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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억하는 최고의 방송사고는 ‘내 귀의 도청 장치’ 소동이에요. 88서울올림픽이 열리기 한 달쯤 전인 1988년 8월 4일 MBC 뉴스데스크 생방송 도중에 일어난 사건이죠. 자세한 내용 살펴볼까요?


인간은 듣지 못하는 낮은 소리

당시 강성구 앵커가 서울시 지하철노선 증설과 이를 위한 재원 조달 방안을 소개하는 순간, 한 젊은이가 스튜디오에 뛰어들어서 “여러분! 제 귓속에 도청장치가 들어 있습니다. 저는 가리봉1동…”이라면서 소리를 쳤죠.


경찰에 따르면 선반공으로 일하던 청년이 점심시간에 축구를 하다 공에 맞아 오른쪽 귀 고막이 파열되고 귀에서 진동음이 계속 들리자 정신착란 증세를 보인 것 같다고 해요. 


이후에도 청년은 1991년 연세대학교 도서관 광장에서 나체 시위를 벌이는 등 ‘내 귀의 도청장치’ 소동을 몇 차례 반복했어요. 설마 귀에 도청장치를 했을까요? 우리가 소리를 들을 때 귀가 필요하다고 해서 외부의 소리가 귀로만 모이는 게 아닌데 말이죠. 


정말로 도청장치를 하려면 좀 편한 곳에 했겠지요. 어쨌든 그 청년은 귀에서 이상한 진동음이 계속 들려 괴로웠던 것 같아요. 요즘 같으면 나라에서 치료라도 잘해주었을 텐데 그 후에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해요. 귀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는 경험을 하는 사람들은 제법 많아요. 


같은 방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 소리를 느끼는 현상이죠. 이명(耳鳴)이라고 하는데요. 마치 귀에 새가 사는 것처럼 새소리가 들린다는 뜻이죠. 물론 새소리가 들리는 건 아니에요. 아름다운 새소리라고 해도 참기 힘들 텐데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요. 


귀 주변의 핏줄이나 근육 이상 때문에 생기는 주기적인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윙’ ‘쏴’처럼 원인을 알 수 없는 비주기적인 소리가 들리기도 해요. 뇌에 종양이 생겼을 경우에도 이명 현상이 나타나요. 


이명은 치료할 수 있어요. 미세혈관의 혈액순환을 개선하는 약을 복용하거나 다른 소음을 발생시켜 귓속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를 덮어버리는 장치를 쓰기도 해요. 소음제거 이어폰과 같은 원리인데요. 이명 자체를 습관화하는 치료법도 있죠.

△미국 플로리다주의 시월드 올랜도에서 범고래가 쇼를 하고 있다.│한겨레

여러 방법을 적절히 사용해서 이명 환자의 80%는 증세가 호전돼요. 이명 때문에 아파서 죽지는 않는데요. 하지만 이명은 인간이 견디기 힘든 고통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될 정도로 괴로운 일이에요. 


오죽하면 생방송 뉴스를 진행하는 스튜디오에 뛰어들고 대학 도서관 광장에서 나체 시위를 벌였을까요? 사람은 유별난 존재가 아니에요. 우리가 겪는 고통을 다른 동물도 겪죠. 단지 그들은 자연적으로 치유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이명 현상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동물도 이명 현상에 고통받을 수 있죠. 그러다가 언젠가는 낫겠지요. 그런데요, 수조에 갇힌 돌고래는 평생을 이명 현상에 시달리면서 산답니다. 그것도 하루 종일 말이죠. 안타까운 일은 이명이 자신의 신체 이상 때문에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신체 이상이라면 치유를 기대할 수 있는데 그들이 살고 있는 환경 때문이라 자연적으로는 해결 방법이 없죠. 돌고래와 고래는 사회적인 동물이에요. 의사소통을 해야 하지요. 포유동물의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단은 소리예요. 우리도 그렇잖아요. 글이야 불과 수천 년 전에 생긴 것이고요. 


우리도 목에서 소리를 내어 마음을 주고받아요. 바다에 사는 돌고래와 고래에게도 소리는 아주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죠. 아무리 깨끗한 바다라고 해도 깊이가 60m만 되어도 앞이 보이지 않거든요. 몸짓이나 표정은 아무 소용이 없어요.

  

당연히 짝짓기에도 소리는 중요해요. 소리를 오래 내는 수컷이 짝짓기에 유리하죠. 소리를 오래 낸다는 것은 몸집이 크다는 뜻이거든요. 고래가 내는 소리를 우리 인간은 듣지 못해요. 사람은 20~2만Hz의 소리를 듣는데요. 흔히 말하는 가청 주파수지요. 


그런데 고래들은 보통 12~25Hz의 소리로 대화해요. 사람은 듣지 못하는 아주 낮은 음이죠. 낮은 음은 아주 멀리까지 전달된다는 특징이 있어요. 대양을 누비고 사는 고래에게는 딱 맞지요. 

드넓은 바다에선 유용한 정보로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돌고래 수족관 건설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한겨레

사람의 가청 주파수를 넘어가는 2만Hz 이상의 소리를 초음파라고 하죠. 돌고래는 머리에 있는 비도라는 기관에서 초음파를 쏘는데요. 초음파가 어딘가에 부딪혀서 돌아오겠죠. 이것을 반향이라고 해요. 반향은 아래턱에 있는 지방층에서 받아들이죠. 


이 방식으로 앞에 어떤 장애물이 있는지, 또 어떤 먹잇감이 있는지 알 수 있어요. 이것을 반향정위(反響定位, Echolocation)라고 하는데요. 반사되는 소리로 위치를 안다는 뜻이에요. 물론 초음파를 쏘는 곳이 한 군데뿐이면 거리는 측정할 수 있지만 방향은 알 수 없겠지요. 


우리가 양 눈이 있어서 정확한 거리를 알고, 또 양쪽 귀가 있어서 방향을 알 수 있는 것과 같아요. 돌고래 역시 두 개의 기관에서 초음파를 발생시키죠. 따라서 이들은 쉬지 않고 초음파를 발사해요. 그래야 살 수 있거든요. 수족관에 사는 돌고래도 마찬가지랍니다.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명 현상에 시달려요. 돌고래는 원래 드넓은 바다에서 살죠. 하루에 100km 이상 헤엄치는데요. 자신이 발생시킨 초음파는 자기에게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돌아온다고 해도 한 번만 돌아오지요. 그 정보를 유용하게 사용해요. 그런데 사방이 막힌 수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자신이 발생시킨 초음파가 사방 벽에 반사되며 계속해서 자기에게 돌아와요. 소음이죠. 피할 수가 없는 이명이 되는 것인데요. 1988년 ‘내 귀의 도청장치’ 청년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해봐요.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2000년대 이후 돌고래를 가둬둔 수족관이 줄어들고 있어요. 


하지만 아직도 지구에는 돌고래 쇼를 하는 수족관이 60여 개나 남아 있는데요. 수족관 크기를 점차 키우고 있지만 소용없는 노릇이죠. 아무리 커봤자 수족관은 수족관일 뿐이고 돌고래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거든요.

  

생태학자 최재천 선생님은 “나는 죽기 전에 이 세상 수족관에 있는 모든 돌고래를 한 마리도 빠짐없이 바다로 돌려보내는 과업을 마무리할 생각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방법은 간단한데요. 우리가 돌고래 쇼를 보지 않으면 된답니다.

ⓒ 이정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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