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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덕후라면 꼭 가봐야 할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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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을 훈증시킨 약재 오매, 검은 대나무 오죽, 창포, 홍삼, 깻잎, 국화, 산초, 솔, 오미자, 백일홍 등 이 모든 식재료를 맥주와 배합해본 수제 맥주 양조장이 있어요. 이 양조장에 대해 함께 살펴볼까요? 


‘홍삼 맥주’ 외국인과 한국인 평가 엇갈려

가장 한국적인 맥주를 지향하는 강원도 강릉의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 끝에 지역 농가가 생산한 쌀맥주를 판매 중인데요. 강릉시 사천면 미노리에서 재배한 쌀을 활용한 맥주 ‘미노리세션’이 그 주인공이죠.

 

사실 쌀이라는 농산물은 맥주 원료로 각광받지 못했어요. 보리가 아닌 쌀을 이용하면 맥주의 보디감이 가벼워지는데요.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묵직한 에일맥주에 비해 가볍게 마실 수 있는 맥주로 개발했죠. 


전은경(33)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한 쌀의 특성을 잘 담아낸 맥주를 만들고 싶었다”고 취지를 설명했죠. 올해는 맥주 발효에 적합한 쌀 종자인 ‘설갱’을 공급받을 예정인데요. 아직 설갱쌀을 수확하지 않아서 시제품을 생산하지 못했지만 올해 11월 맥주를 출시할 계획이에요.  


가장 한국적인 맥주를 지향하는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수석 양조사는 호주 출신 필립 랭크모어(33)인데요. 전 대표와 랭크모어는 5년 전 서울의 한 양조 교육기관에서 처음 만났죠. 당시 전 대표는 교육기관 운영에 참여했고 랭크모어는 그곳에서 맥주를 가르치는 강사였어요.


전 대표는 “한국적인 재료에 대해 처음에 낯설어했지만 굉장히 창의적인 양조사”라고 랭크모어를 소개해요.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왜 한국적 재료를 이용하는지, 이런 것들이 어떤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니는지 끊임없이 랭크모어와 소통합니다." 


"이런 소통의 노력으로 랭크모어는 생전 처음 접해보는 재료로 우수하면서도 실험적인 맥주를 만들 수 있었어요.” 지역 농가와 수제맥주 업체의 협업에 호주 출신 수석 양조사까지 더해지면서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상생은 더욱 보폭을 넓혔어요.

7월 24일 만난 ‘버드나무 브루어리’ 수석 양조사 필립 랭크모│박유리 기자

한국 식재료를 잘 알지 못했던 랭크모어는 맥주 개발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었는데요. 강릉시 성산면 구산리에 자리한 양조공장에서 6월 24일 만난 랭크모어는 한국적 재료를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어요.


“새로운 재료를 찾는 과정에 저의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 것은 아니었어요. 외국인이니까요. 저희 팀원 모두 맛을 보고 공유하면서 어떤 재료가 맥주에 어울릴지 판단해요. 매장 안 단골손님들에게 피드백도 받고요." 


"외국 수제 맥주는 과일의 단맛을 넣는데 우리는 다른 쪽에 특화돼 있다고 생각해요. 홍삼을 넣은 맥주를 만든 적도 있어요. 이 맥주를 시음한 외국인 친구들은 ‘떨떠름하고 흙 맛이 난다’고 했어요. 반면 한국 손님들에게 맛을 보여줬더니 신기하게 여겼죠." 


"친구 아버지 중에 한의사가 계신데 ‘한약 맛이 난다’고 평하기도 했어요. 이런 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니 어느 정도 균형이 잡혔어요. 홍삼처럼 시도에 그친 맥주도 있지만, 오디를 넣은 맥주는 시판만 남겨놓은 상황이에요.” 


강릉시 홍제동에 자리한 버드나무 브루어리 매장 내부는 손님들이 맥주를 즐기는 좌석과 양조 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어요. 주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던 전 대표가 제주, 인천 등지를 다니며 발견한 공간이 이곳이죠. 


전 대표는 전통주에 주로 쓰이는 재료를 활용해 한국적인 맥주를 만들고 싶었는데요. 오래된 막걸리 공장을 재활용하면 이런 콘셉트를 더욱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전국의 막걸리 공장을 수소문하다 강릉탁주 공장을 만났죠. 

1926년 설립돼 2014년 폐업한 강릉탁주 공장이 버드나무 브루어리로 재탄생했다. 전은경 대표는 “단순히 오래된 건물을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절될 뻔한 90년 강릉 술의 역사를 잇고 그곳에 살아 숨 쉬는 효모로 맥주를 만든다”고 말했다.

폐업한 강릉탁주 건물이 지닌 역사성과 공간성을 결합한다면, 이만한 장소가 없겠다는 판단으로 공간을 수리해 2015년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문을 열었어요. 2018년 강릉시 성산면에 새 양조공장을 만들면서 대량생산 시설까지 완비했죠. 


양조공장에서는 기존 시판 중인 맥주를 생산하고 홍제동 매장에서는 실험적인 맥주를 연구해요. 다양한 실험 끝에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은 맥주만 엄선해 판매한답니다. 


지역 농가로부터 공급받아 개발한 ‘미노리세션’은 이미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대표 맥주로 자리 잡았어요. 전 대표는 “마냥 가볍기만 한 맥주 맛이 아니라 시트러스한 과일 향과 풍미를 살려 상큼하게 드실 수 있다." 


"아무래도 에일맥주를 처음 접하면 너무 쓰다고 느끼거나 묵직한 보디감이 익숙지 않을 수 있는데, 미노리세션은 에일맥주 특유의 향과 풍미는 살아 있으면서 보디감이 가볍고 상큼해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마시는 맥주”라고 설명했어요. 


현재의 미노리세션 쌀 함량은 40%지만 50~60%까지 함량을 높여가며 다양한 쌀맥주를 개발할 예정이에요. 작목반의 농부들도 자주 버드나무 브루어리에 와서 맥주를 즐기곤 하죠. 


전 대표는 “국내산 보리, 메밀 등 다양한 국산 재료도 맥주에 활용될 수 있다. 아직은 국내산 농산물을 이용하는 게 쌀에 한정돼 있지만 여러 가지 국산 재료를 활용한다면 농가와 협업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어요.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야생 효모 채취

수제 맥주 원료용 쌀인 ‘설갱’ 계약 재배 체결 현장. 농가와 손을 맞잡은 전은경(가운데) 대표가 활짝 웃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도 맥주 개발에 힘을 보탰어요. 강릉시가 수제 맥주 원료인 설갱쌀 재배를 추진한 것인데요. 강릉농업기술센터는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맥주 원료 국산화 차원에서 개발한 설갱쌀 품종을 올해 강릉 농가에 시범 보급하기로 했다”고 밝혔죠. 


설갱쌀을 재배하는 강릉시 사천면 미노리의 농가들은 5월에 논 1㏊에서 모내기를 마쳤어요. 설갱쌀은 외관이 뽀얀 게 찹쌀처럼 보이는 멥쌀로, 내부에 미세한 구멍이 많은 성긴 구조로 돼 있는데요. 쌀 원료에서 목적물인 맥주를 실제 추출하는 비율인 ‘알코올 수율’이 높죠.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올해 생산된 설갱쌀을 사들일 예정이에요.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이미 수제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서 정평이 날 만큼 강릉의 명소로 자리 잡았는데요. 쌀맥주인 미노리세션, 국화와 산초를 이용한 즈므블랑, 하슬라 IPA 등 네 가지 라인업이 정착됐죠. 


랭크모어는 맥주에 쓰이는 효모나 박테리아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어요.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쓰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야생 효모는 숲이나 뒷동산에서 채취할 수도 있죠." 

"효모를 찾아 하이킹을 가기도 하고요. 옛날에 맥주를 처음 만들었을 때는 맥즙 같은 것을 밖에 놓아두면 야생 효모가 달라붙는 방식을 이용했거든요. 그런 방식에 착안해서 야생 효모를 채취하는 거죠."


"벨기에의 다양한 맥주들도 야생에서 채취한 효모를 쓰고 있어요. 야생 효모들이 달라붙으면 복잡한 향이 나는데요. 과일 향이 나기도 하고 마구간 냄새가 난다고도 하죠.”


수입 맥주의 공세에 국내산 맥주 업체들이 설 자리를 위협받는 가운데 랭크모어는 수제 맥주의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는데요. “5년 전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대기업 맥주가 대부분이었어요. 수제 맥주 업체도 많이 없었고요.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맥주가 한정적이었죠."


"그런 맥주들은 치킨이나 가벼운 음식을 먹을 때 어울리긴 하지만 다양성 추구에는 실패했어요. 현재 수제 맥주 업체들마다 다른 스타일의 제조 방식을 갖추고 있고 맛과 종류도 다양합니다.” 

통장이 좋아하는 감 넣어 ‘박영순 에일’

버드나무 브루어리 내부의 양조시설│버드나무 브루어리

랭크모어는 아내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서울 집과 직장이 자리한 강릉을 오가는데요. 높은 건물이 빽빽이 들어선 서울에 비해 바다와 산이 있는 강릉에서는 보다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죠. 


호주에서 드넓은 자연을 만끽한 그에게 강릉의 삶은 쉼이 되는데요. 랭크모어는 양조공장에서 맥주를 개발·생산하는 한편 매장에 자주 들러 손님들의 반응을 살펴본답니다.

  

“한국 사람들이 버드나무 브루어리를 통해 다양한 맥주를 경험하는 것, 전 지역 사람들이 우리 맥주를 경험하는 것이 꿈이에요. 소비자들도 만족감을 느끼고 있고요. 학교 졸업 이후 양조사가 되겠다고 결정했고 다른 일을 시도해본 적은 없어요. 제 직업에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요.”


버드나무 브루어리에서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도 맥주로 탄생하는데요. 지역민의 삶을 발견하고 맥주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시리즈인 ‘우리 동네 히어로’를 통해 탄생한 맥주가 ‘박영순 에일’이죠. 


1년에 한 번 지역사회를 위해 애쓴 이웃을 선정하고, 그의 이름을 따서 헌정 맥주를 만들어요. 50년 동안 강릉 홍제동에 거주하며 김장 나누기 등 나눔을 실천해온 박영순(73) 통장이 2018년 주인공으로 선정됐죠. 박 통장이 좋아하는 홍시에서 영감을 얻어 말린 감을 맥주에 넣었답니다. 


올해 말이 되면 또 다른 이웃을 추천받아 우리 동네 영웅으로 선정할 예정인데요. 쌀 재배 농가, 평범하지만 위대한 강릉의 이웃들, 지자체, 외국인, 전국의 수제 맥주 소비자 등 이들을 잇는 만남의 중심에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뿌리내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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