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주간지 공감

사무실 창밖으로 푸른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고, 점심시간에는 직원들이 다트 던지기 게임을 하거나 책을 보고, 누워서 낮잠을 자요. 직급이나 이름 대신 닉네임을 부르는 회사가 있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살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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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이나 부사장에게도 ‘님’ 자를 붙이지 않는데요. 다른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기 위해서예요. 게임 업계는 살인적인 노동 강도로 유명하지만, 이 회사 직원은 야근을 잘 하지 않죠. 그런데도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톱 100을 기록한 이력이 있어요. 

외국계 회사가 아닌 부산의 대표적인 게임회사 ‘트리노드’ 얘기인데요. 2017년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은 중소·중견기업 성장의 롤 모델인 ‘월드클래스 300’에 트리노드를 선정했죠. 

월드클래스 300 사업은 정부가 성장 의지와 잠재력을 갖춘 우수 중소·중견기업을 ‘글로벌 히든 챔피언’으로 육성하기 위해 2011년 시작됐어요. 미래 전략,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비를 4년간 최대 60억 원 지원하죠. 

2017년 월드클래스 300에 선정된 전국 36개 회사의 77.8%가 전기전자, 기계 소재 기업인 가운데 게임회사로는 트리노드가 유일해요. 트리노드의 2018년 매출액은 520억 원으로 90% 이상을 해외에서 벌어들였어요.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본사를 둔 트리노드를 8월 5일 찾아갔어요. 대다수 회사가 일하는 공간을 사무실 중앙에 배치하는 것과 달리 휴게 공간이 사무실 가운데 자리했는데요.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죠. 

자유로운 공간에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드는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보였어요. 업무 공간과 회의실은 사무실의 가장자리에 있는데요. 회사는 창업 후 8년간 빠르게 성장했죠. ‘포코팡’ ‘포코포코’ ‘포코팡 타운’ 등 포코팡 시리즈 게임은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8500만 이상을 기록했어요.

2011년 부산 동아대학교 산학협력관의 10평 남짓한 사무실에 자리 잡은 것이 시작이에요. 서울의 유명 게임회사에 근무하던 김준수(38) 대표는 과감히 사표를 냈어요. 2011년 ‘애니멀 다운’으로 T store 모바일 앱 개발 대상을 받은 뒤 2011년 트리노드를 창업했죠. 

이듬해 첫 게임으로 파타포코 애니멀을 출시했으나 큰 호응은 없었어요. 절치부심 끝에 파타포코 애니멀에 들어간 캐릭터를 활용해 2013년 6월 포코팡을 출시했죠. 동물 캐릭터를 수집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한붓그리기 퍼즐 게임은 큰 인기를 끌었어요. 

2014년 9월 출시한 3매치 퍼즐 게임인 포코포코는 현재까지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3년 만인 2017년 12월에는 원터치 퍼즐을 통해 마을을 꾸미는 포코팡 타운을 출시했어요. 

트리노드의 임직원은 부산 본사 140명, 서울 지사 40명 등 총 180명인데요. 대표와 부대표를 비롯해 임직원 대다수가 20~30대로 젊어요. 

포코팡 시리즈의 성공은 매력적인 이야기에 있어요. 트리노드의 비전은 ‘이야기를 창조하는 회사’가 되는데요. 트리노드가 개발한 게임에는 공통적인 캐릭터와 세계관이 있죠. 게임이 자극적이지 않고 이야기 또한 자연 친화적이에요. 

분홍색 토끼 ‘포코타’, 갈색 곰 ‘코코’, 하얀색 양 ‘오비스’가 주요 캐릭터로 트리노드가 만든 캐릭터는 150여 종에 이르는데요. 사원에서 시작해 부대표에 오른 이미주(34) 씨는 “못생긴 귀여움을 가진 캐릭터”라고 설명했어요. 이들 캐릭터의 성격은 다층적이에요. 

포코타는 장난기가 많고 용감하지만,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으며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렵죠. 오비스는 말수가 적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늘 무언가를 상상해요. 감성적인 코코는 꽃차와 낚시를 즐겨요. 

“사람마다 다층적이고 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잖아요. 게임 이용자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런 캐릭터를 설정했어요. 주변에서도 우리가 만든 캐릭터들과 비슷한 사람들이 있잖아요.”(이 부대표)

처음부터 이야기에 집중했던 것은 아니에요. 초반에는 스토리보다 액션 감이 중요한 게임을 만들었지만, 방향을 선회했죠. 트리노드는 캐릭터와 이용자의 플레이가 결합했을 때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상상한 다음에 게임을 개발해요. 

2014년 출시한 포코포코는 공간을 숲으로 설정했어요. 클릭할 때마다 악마가 훼손한 공간에서 꽃이 피는 게임이죠. 3년 뒤 출시한 포코팡 타운은 동물들이 사는 황폐한 마을을 복구시키는 이야기에요. 

“이용자가 게임에서 마을의 한 주민일지, 또는 완전히 3인칭 관점에서 신적인 존재일지 고민했어요. 어떤 게 더 몰입감이 있을지, 더 좋은 스토리일지 생각하다가 포코팡 타운에서는 마을 주민으로 이용자를 설정했죠." 

"캐릭터가 내 이름을 불러주면서 서로 소통해요. 자연을 가꾸고 치유하는 정서가 있죠.”(이 부대표) 연구개발(R&D)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갔어요.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게임 업계에서 트리노드는 조급하게 게임을 내놓지 않는데요. 

보통 한 업체가 게임을 출시해 좋은 성적을 거두면 비슷한 게임을 여러 버전으로 내놓는 등 물량 공세를 하지만 트리노드는 이런 기업 문화와 거리가 멀죠. 게임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서인데요. 우수한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포코팡 타운은 출시하는 데 3년의 시간이 걸렸어요. 

“제조업은 설비투자를 하지만 우리 같은 게임 회사는 ‘어떤 사람이 어떻게 일하는지’ 그 자체가 R&D잖아요? 사람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김예지 인사팀장) 

트리노드의 경영 철학은 ‘좋은 제품은 좋은 회사에서 나오고, 좋은 회사는 좋은 사람들이 만든다’는 것인데요. 좋은 사람들의 원활한 소통이 더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이죠. 

“대표에게 모두 ‘맥스’라고 불러요. ‘님’ 자도 붙이지 않죠. 수평적 조직 문화의 시작이 닉네임 부르기예요. 대표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는 순간, 말을 조심해야 하고 자기 의견을 말하기 어렵잖아요. 제가 이 회사의 여섯 번째 직원인데 그때부터 이런 문화가 시작됐죠." 

"경력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지만 게임을 창의적으로 만들어야 하니까요. 닉네임을 쓰다 보니 나이가 몇 살인지 들어도 잊어버려요." 

"닉네임을 부르면 처음에만 오글오글하지, 나중에는 훨씬 더 편하게 의견을 말할 수 있어요. 대표와 다른 의견도 낼 수 있죠. 틀린 게 아니고 다른 의견이니까요.”(이 부대표)

트리노드의 정신은 끊임없이 ‘왜?’라고 묻고 살아 있는 현재의 답을 만드는 것이에요. 트리노드 사무실 곳곳에서 ‘make alive’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는데요. 김 팀장은 트리노드의 정신을 이렇게 설명했죠.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정답은 아닐 수 있기에 끝없이 ‘왜’라는 질문을 해요. 이런 과정에서 갈등이 일어날 수 있지만, 갈등이 우리만의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가치가 더 나음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어요.” 

트리노드는 2016년 산업통상자원부, 부산시, 부산테크노파크가 선정하는 ‘우리 지역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뽑혔어요. 사람에 대한 투자는 복지 정책으로 이어졌죠. 부산에 근무하는 직원의 30% 이상이 타지역 출신인데요. 이들을 위해 회사는 생활 안정 제도를 마련했답니다. 

사무실에서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에 원룸 건물을 마련해 직원 한 명당 한 개의 원룸을 제공했죠. 원룸에서 1년간 생활이 끝나면 2년간 무료로 지낼 수 있는 사택을 제공해요. 타지역에서 올 경우 장거리 교통비나 정착 이사비를 지원하죠. 

체력 단련 지원비, 연차 외에 주어지는 봄과 겨울 휴가 제도, 사내 도서관, 교육 지원도 트리노드만의 복지 제도에요. 외부 업체에 위탁하지 않고 회사가 조리사들을 직접 고용해 저염식 무료 식당도 운영하고 있죠. 조미료를 쓰지 않은 집밥을 제공하기 위해서인데요. 

“타지에서 오면 혼자 살다 보니까 건강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많은 복지 제도가 고용 안정에 도움을 주는 측면이 있습니다.”(김 팀장)

 

기술과 직원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창의적인 회사 정신은 빠른 성장 속도로 ‘월드클래스 300’ 반열에 오른 비결로 꼽히는데요. 월드클래스에 선정되면 해외 홍보비, 연구개발비 등 정부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죠.

2018년 8월에는 7500만 원을 지원받아 글로벌 시장에서 트리노드의 IP를 알리기 위한 홍보 활동을 진행했어요. 월드클래스에 선정되면 연구개발비를 받기 위해 별도의 공모를 거쳐 최대 60억 원을 지원받는데 트리노드 또한 준비 중이죠. 

“이용자들이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데이터를 뽑아 AI(인공지능)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맞춤형 게임을 제공할 수 있는 거죠. 준비 기간이 끝나면 AI 연구개발로 (정부에) 신청할 예정입니다." 

"빅데이터, AI 등 4차 산업 기술을 활용한 게임 콘텐츠 제작 기술 개발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해요.”(김 팀장) 마지막으로 트리노드의 강점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이 부대표는 “우리만의 길, 흔들리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어요. 

대다수 게임업체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몰려 있는데요. 게임업체가 집결된 곳에서는 정보를 공유하기 쉽고,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죠. 

김준수 대표가 부산으로 내려와 창업한 이유는 기존 게임업체와 다른 트리노드만의 독립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고 본연의 게임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서예요. 아시아 국가에서 이미 많은 팬층을 보유한 트리노드는 부산을 넘어 미국과 유럽 진출을 현재 준비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