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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있지(ITZY)의 'ICY'에 숨겨진 놀라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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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에 공개된 있지(ITZY)의 ‘ICY’는 듣는 음악이라기보다는 보는 음악인데요. 말 그대로 ‘보는 음악’, 그러니까 음원만 들어서는 이 곡의 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요. 이 노래에 대해 살펴볼까요? 


있지의 ‘ICY’

있지(ITZY)의 ‘ICY’ 뮤직비디오 한 장면│JYP엔터테인먼트

공개와 동시에 유튜브 조회수 3000만 뷰 돌파에 네이버 뮤직, 벅스, 멜론 등 실시간 음원 차트 1위에 올랐고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 해외 12개 지역 아이튠즈 앨범 차트 정상을 기록했어요. 미국 빌보드에서도 특집 기사로 있지의 컴백을 조명했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노래’라는 평을 받는 이 곡은 박진영이 처음으로 있지를 위해 작사, 작곡한 것으로 프로듀서 겸 래퍼 페노메코를 비롯해 다수의 해외 작곡가들이 참여했는데요. 최소한 8명의 작곡가가 이름을 올렸는데, 여러 부분에서 인상적인 점이 많은 곡이기도 하죠.

 

먼저 매우 복잡한 곡의 구조인데요. 3분이 조금 넘는 이 곡은 비트가 수시로 쪼개지면서 그 사이를 보컬의 짧은 구호가 메우죠. 이건 마치 선언문처럼 들리는 효과를 주는데요. 멜로디보다는 리듬을 강조하는 방식은 21세기 댄스팝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 한국 밖에서는 이미 이런 방식이 완전히 자리를 잡은 반면, 국내에서는 멜로디 중심의 댄스음악이 좀 더 대중적인 입지를 가지는데요. 그런데 해외 작곡가들이 참여하는 K­–팝은 이런 공식에서 비껴났죠. 


물론 덕분에 대중적이라기보다는 팬덤 중심의 소비 트렌드로 보이는 경향도 있어요. 요컨대 해외에서는 자연스러워 보이는 곡의 구조가 한국에서는 하위문화로 여겨지는 현상인데요. K–­팝 혹은 아이돌 음악은 이 틈에 존재한답니다. 

10대 서브컬처에서 메인스트림으로

그런데 있지의 ‘ICY’는 이 복잡한 음악을 영상으로 전달해요. 오래전 걸그룹 f(x)의 ‘New ABO’가 등장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다’라거나 ‘가사가 의미도 없고 맥락도 없어서 가요계가 걱정된다’는 반응을 보였죠. 


그 당시 나는 ‘이해는 안 되겠지만 의미는 있다’고 생각했어요. 결론부터 말해 ‘뉴 예삐오’는 당시 10대들의 언어였는데요. 20대 이상은 이해하지 못하는, 이해하려고 애쓸수록 미궁에 빠지는 퀴즈였죠. 나는 바로 그 점이 f(x)를 남다른 걸그룹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있지의 ‘ICY’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들의 음악을 듣는데 그때 그 느낌이 떠올랐어요. 분절된 비트가 낯설게 들리고 그 사이의 가사가 구호처럼 들리는데, 바로 그게 이 곡을 남다르게 만든다는 생각이죠. 무엇보다 이 곡은 음악 자체보다 비디오가 중요해요. 


유튜브에서 이 노래는 4일 만에 조회수 4038만 1835회와 댓글 11만 3607개를 기록했는데요. 댓글 중 대다수는 영어죠. 내용 중 대부분은 ‘이 노래는 내 자신감을 자극한다’ ‘당당함을 새삼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가 주를 이뤄요. 나는 이 비디오를 과장하지 않고 한 100번 돌려 본 것 같아요. 

케케묵은 헤브디지(Hebdige)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하위문화의 핵심은 스타일이고 그건 이해할 수 없어서, 정확히는 기성세대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한데요. 있지의 음악은 10대들의 서브컬처에서 메인스트림으로 이동하고 있는 K­팝의 한순간을 반영한답니다.


비디오에서 있지의 멤버들은 모두 아름답다기보다는 당당하게 등장하죠. 배경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길거리, 식당, 유서 깊은 극장, 지하철과 버스, 면접장 혹은 교무실 같은 곳들인데요.


여기서 이 아시안 소녀들은 다인종 시민들의 놀람과 부러움의 시선을 한 몸에 받거나 무슨 말인지도 모를 어른들의 잔소리를 한 방에 날려버려요.


있지의 데뷔곡은 ‘난 달라’라는 가사를 반복하는 노래였고, 두 번째인 이번 곡에서는 ‘거 참 되게 말 많네’ 같은 가사를 반복하는데요. 있지는 뉴 제너레이션의 목소리를 대변하죠.

한 시대를 정의하는 문화의 메시지

목소리는 메시지에요. 메시지의 핵심은 공감이죠. 이제껏 팝의 역사에서 스타는 많았지만, 한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아이콘이 된 아티스트들은 그리 많지 않은데요. 그들의 노래에는 메시지가 있었죠. 


젊은이들의 마음을 반영하는 노래, 우리는 누구라는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는 메시지가 특정 세대의 공감을 얻어 한 시대를 정의하는 문화가 되었어요. 있지가 노리는 것은 바로 거기랍니다.

 

인상적인 부분은, 이전 팝 스타들의 메시지가 스타 자신에게서 나왔다는 것과 달리 있지의 메시지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전략에서 나온다는 점인데요. 


10대, 정확히는 제트 세대와 밀레니얼의 끄트머리에 있는 세대를 위한 프로파간다로서 K­–팝은 21세기 팝 컬처의 메인스트림을 지향하는 걸로 보이는데, 이 점에서 JYP엔터테인먼트의 야심이 짐작돼요. 


있지의 이 노래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한 확고한 팬덤을 얻기 위한 포석이자, 있지를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켜 공연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죠. 


팝 아이콘이 되기 위한 여정이라고 해도 좋을 것인데, 그 때문에 있지가 대중적으로 글로벌하게 성공한다면 팝 역사에서 꽤 인상적인 순간이 될 것이에요. 아티스트의 목소리, 내면의 목소리, 이른바 팝 산업을 지탱하는 ‘진정성’이라는 맥락에서 새로운 장이 열린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이 곡을 단순히 ‘이해하기 어려운 K–­팝’이라거나 ‘멋지게 보이는 게 목적일 뿐인 노래’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러나 나는 자꾸만 이 순간이, 그러니까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하고 대규모의 확고한 팬덤을 가진 맥락과 겹쳐지는데요. 


메시지가 없다면 문화가 될 수 없죠. BTS는 그걸 증명했고, 메시지가 확산되는 데 뉴미디어가 크게 기여했음을 보여줬어요. 그런데 다들 여기서 미디어 활용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핵심은 바로 메시지에요. 


‘나는 너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강하다. 우리는 하나다. 너와 나는 함께 살아간다.’ 바로 이런 메시지를 있지는 정확하게 겨누는데요. BTS 이후의 K­–팝이 이런 전략을 가진다면, 21세기의 팝 컬처는 20세기의 것과 상당히 다른 길을 갈 수도 있어요. 


정체성과 자존감이라는 세대의 문제를 글로벌리즘으로 돌파하는 ‘ICY’는 그야말로 잘 설계된 프로파간다로, 뉴 제너레이션과 팝의 트렌드를 절충한 결과죠. 

ⓒ 차우진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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