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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주년 쾌거! 봉준호 감독 <기생충>,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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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수상은 한국영화계의 오랜 염원이었다. 21세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칸영화제가 공식 부문에 한국영화를 초대한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습니다. 


1984년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이두용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를 초대한 게 전부였으니 수상이야 다른 세상 이야기였는데요. 하지만 최근 봉준호 감독이 수상을 하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모던의 세계로 뚜벅뚜벅

베니스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모스크바영화제에서 몇 번 연기상 등을 수상할 때도 칸영화제는 한국영화에 좀처럼 문을 열어주지 않았는데요. 문화가 으레 그러하듯 칸영화제 입성의 수치화된 기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선택되고 수상하기 위해 여러 여건이 무르익기만을 기다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없는데요. 우선 주목받는 상황이 조성돼야 합니다.


영화산업이 발전해 일정한 규모와 수준을 유지한다거나 일군의 뛰어난 작가가 형성되는 등 한국영화를 주시하도록 이끌 동인이 필수적입니다. 


한국영화의 기회는 두 번째 르네상스가 펼쳐지던 1995년 이후 점차 무르익었고, 이미 작가로 평가받던 임권택과 함께 새롭게 등장한 이창동, 홍상수, 김기덕, 박찬욱 등이 칸영화제에 도전하고 수상하는 역사를 써왔습니다.


그런 배경 아래 봉준호의 <기생충>(2019)이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국영화 100주년에 극적으로 이룬 쾌거가 아닐 수 없는데요.

저열한 등수 매기기 아닌 명예로움 상징

어느 분야든 상징적인 상이 존재합니다. 영화는 칸영화제 수상이 그렇습니다. 봉준호의 수상을 맞아 미디어 등에서 과열된 반응을 보이자 거꾸로 냉소적으로 대하는 사례도 나타났습니다. 


줄 세우기를 좋아하고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닌데요. 하지만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은 저열한 등수 매기기의 결과라기보다 명예로움의 상징에 해당합니다.


종전 다음 해인 1946년에 시작된 칸영화제는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영화 예술을 지키며 스스로 명예로운 가치를 쌓아왔습니다. 칸영화제의 상영과 수상이 영화사의 고전 혹은 걸작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아님은 물론입니다. 


다만 수십 년에 걸쳐 이 영화제를 거쳐간 영화인과 영화가 영화사에 중요한 부분을 남겼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1953년의 칸영화제를 돌아봅시다.


그해 심사위원장은 시인이자 감독인 장 콕토(종려나무 잎사귀를 디자인한 장본인이다)가 맡았는데, 경쟁부문에 오른 감독들의 리스트는 가히 충격적입니다. 


이름 자체가 영화사인 존 포드, 앨프리드 히치콕, 앙리 조르주 클루조(봉준호가 시상식에서 거론했던 이름이다), 자크 타티, 비토리오 데 시카, 신도 가네토, 기누가사 데이노스케, 루이스 부뉴엘, 알프 셰베리가 각자의 신작을 선보이며 자웅을 겨뤘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들의 자취가 밴 영화제에서 수상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따로 말할 필요도 없는데요. 대학 졸업 후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 만들기를 배운 봉준호는 2000년 <플란다스의 개>로 데뷔했습니다. 


감독은 눈 밝은 사람들로부터 될성부른 나무로 평가받은 반면, 정작 영화는 대중에게 접근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는데요.


몇 년의 애씀 끝에 발표한 <살인의 추억>(2003)은 모든 사람의 눈이 그를 향하게 만들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세계 영화사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남았습니다. 


두 영화에서 드러나는 특징은 봉준호 영화의 근간(根幹)을 이룹니다. ‘장르영화의 재미, 비극 위로 짙게 드리워진 어두운 유머, 계급의식을 바탕으로 한 정치사회성’이 그것입니다.

<괴물> 평가한 두 시각, 반전은 외부에서

여기서 ‘셋 중 무엇으로 인해 봉준호가 문제적 감독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봅시다. 보통은 후자와 유사한 것들로 인해 작가의 특성이 정해지는데, 봉준호의 경우 논란을 부르는 게 ‘장르성’인 점이 흥미로운데요. 


재미있는 영화, 수백만의 관객은 오히려 봉준호라는 인물과 그의 영화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장벽으로 기능했습니다. 이어지는 <괴물>(2006)이 천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그런 부분이 더욱 부각되었는데요.


대중성과 더불어 예술성을 알아본 측과 반대로 일각에서는 그의 작가성을 의심하는 눈빛을 보내곤 했습니다. 반전의 계기는 외부에서 일어났는데요.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영화지 <카이에 뒤 시네마>가 <괴물>을 그해의 베스트로 꼽았고, 몇 해 뒤에는 2000년대의 첫 10년 동안 발표된 최고의 영화 10편 가운데 4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의 이름 앞뒤로 놓인 데이비드 린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스티븐 스필버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함께 세계적인 감독으로 인정받는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더욱 어두운 세계로 들어가 <마더>(2009)와 <설국열차>(2013)를 내놓을 즈음엔 거의 만장 일치의 환호를 받았는데요.

세계적인 영화지인 <필름 코멘트> <사이트 앤드 사운드> <시네마스코프> 등이 앞다퉈 21세기의 작가로 그를 지목했고, 현재 그들의 지지 의사는 더욱 확고해 보입니다. 


넷플릭스가 세계 배급을 맡고, 그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대된 <옥자>(2017)로 다시 비평의 중심에 놓였던 봉준호는 올해 <기생충>으로 돌아왔는데요. 


지하의 세계에 머물던 4인 가족과 지상의 세계를 누리던 4인 가족이 얼굴을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누가 봐도 계급에 대한 코멘트임을 알 수 있으나, 131분 동안 스크린 위로 아로새겨지는 복잡한 정서는 몇 마디 말로 요약하기가 힘듭니다. 


폭풍우 치는 밤, 그들은 하나 혹은 둘 또는 세 개의 공간 사이에서 숨바꼭질을 벌입니다. 천국과 지옥을 만드는 것은 인간인데요. 그리고 누구는 남고, 누구는 떠납니다. 


계급 이야기라는 점에서 앞서 나온 영화의 변주처럼 보이겠으나, 한편으로 전혀 다른 세계로 훌쩍 뛰어넘은 작품이기도 한데요. 서늘한 풍자극과 따뜻한 우화가 공존하는 아주 이상한 영화입니다. 이건 말장난이 아닙니다.

봉준호가 꿈이 되어야 하는 이유

그는 현실의 땅 위로 발을 떼지 않는 작가입니다. 고전적인 스타일의 <살인의 추억>에서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조금씩 모던의 세계로 건너오던 봉준호에게 <기생충>은 가장 멀리 간 모더니즘 영화인데요. 


친구의 자리에 앉아, 그는 귀여운 미소로 내 옆구리를 쿡쿡 찌릅니다. 나는 간지럽다고 그의 손을 툭 치는데요. 그는 내가 영화를 마저 보도록 놔둡니다.


문득 돌아본 봉준호의 등 뒤로 루이스 부뉴엘과 조셉 로지가 서로 머리를 돌려놓으려고 장난치는 걸 목격합니다. 나는 그 풍경을 한참 바라봅니다. 봉준호는 계급에 분노해 혁명을 부르짖을 인물과 거리가 멀다. 


우리가 빚은 관계, 그것을 이리저리 조합해볼 따름입니다. 어쩌다 거기에서 이상향이 나올 법도 하지만, 아직까지 봉준호의 세계에서 그것은 언감생심입니다.

봉준호 다음으로 누가 황금종려상을 받을까, 누군가 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쎄다, 질문은 ‘누가’가 아니라 ‘언제’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한국영화와 한국 영화산업의 환경이 쉬 추락하지는 않을 테니, 빼어난 작가가 뛰어난 작품을 내놓기만 하면 가능성은 높습니다. 그런데 그게 언제일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바로 내년일 수도 있고 수십 년 내에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칸영화제의 수상 리스트가 곧 증거인데요. 영화의 오랜 강대국들을 제외하면, 여러 나라는 잠시 중심에서 환영받다 곧 잊힌 존재가 되었습니다. 


(실제 상황과 별개로) 이란, 필리핀, 태국처럼 한동안 강력한 작품을 내놓다 근래 잠잠한 곳이 있는가 하면, 남미처럼 오랫동안 중심에서 밀려났다 중심으로 복귀한 곳도 있는데요. 


아프리카 출신의 몇몇 감독은 잠깐 빛나다 결국 장식품 취급에 그쳤습니다. 뛰어난 작가가 꾸준히 작품을 잇지 못한다면 그렇게 되는 건 한순간입니다. 봉준호가 꿈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래서입니다.

ⓒ 이용철 영화평론가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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