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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의 균형, 워라벨! 주 최대 52시간 근무제 후 달라진 직장인의 저녁 풍경

조회수 2019. 9. 9. 10: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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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최대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직장인의 저녁 풍경도 달라지고 있는데요. 어떻게 달라졌는지 한번 살펴볼까요?


위클리공감 홈페이지 원문 보러 가기

직장인 저녁 풍경 
서울 마포구의 한문화센터에서 직장인 퇴근 후 ‘사진 강좌’의 모습

야근을 지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아가면서 한층 여유로운 저녁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시간을 활용한 운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취미 활동을 ‘퇴근 후 ○○’란 이름으로 즐기는 직장인이 적지 않은데요.


3월 22일 저녁, 꽃샘추위가 찾아왔는데도 서울 마포구 한 교육문화센터는 ‘퇴근 후 ○○’를 즐기는 이들로 북적였습니다.


“과제 하려다 밤새운 적도 여러 날이에요.” 한 공공기관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신지은(33) 씨는 ‘퇴근 후 소설’에 푹 빠져 있습니다. 


체력적으로 힘들겠다고 묻자 “밤새워 과제를 하고 출근한 날이면 온종일 머리가 멍할 수밖에 없다”며 웃었습니다.

일상 관조할 힘과 여유 생겨 워라밸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는 그는 “대학 전공에 맞춰 공부하고 취업 준비로 바쁘게 지내다 보니 글을 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취업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요. 


신 씨는 “상사가 밤늦은 시간까지 회사에 남아 업무를 보는 날이면 눈치가 보여 밤 10시, 11시가 넘도록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며 “원하는 직장에 입사해 기뻤지만 퇴근 후 무언가를 계획한다는 건 힘든 일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던 그의 생활에 변화가 생긴 건 2018년 여름쯤이었습니다. “2018년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 이후 확실히 야근하지 않는 분위기로 바뀌더라고요. 그만큼 제 저녁 시간에도 여유가 찾아왔죠.” 


신 씨는 “퇴근 후 듣게 된 소설 쓰기 수업은 제게 워라밸(Work & Life Balance) 그 자체”라며 “일상을 관조할 힘과 여유를 되찾게 해줬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그는 일상에서 소설의 아이템을 찾다 보니 모든 상황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씨는 “회사에선 끊임없이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데 소설 쓰기 수업은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는데요. 


인터뷰를 끝내고 ‘퇴근 후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신 씨의 발걸음이 힘찼습니다. 이날 교육문화센터에선 ‘퇴근 후 외국 시 읽기’라는 다소 생경한 수업에 참여하는 이들도 보였습니다. 


강의실에 들어서자 조용히 서 있기도 미안할 정도의 적막감이 흘렀습니다.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는 수강생부터 눈을 감고 생각하거나 종이에 무언가를 열심히 쓰는 수강생까지 다양한 이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곧 ‘쫄깃한’ 합평 시간이 이어졌는데요. 합평이란, 여러 사람이 모여 의견을 주고받으며 비평하는 시간입니다. ‘퇴근 후 외국 시 읽기’ 수업은 일주일에 한 차례, 4주 동안 시인 7명의 시 7편을 정독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합평을 통해 다른 누구의 비평이나 해석도 참조하지 않는 오직 ‘나만의 외국 시 읽기’가 수업의 목표입니다. 

여러 경험 공유… 회사도 더 즐거워
문화센터에서 직장인이 퇴근 후 ‘외국 시 읽기 수업’의 모습

수강생 김현우(37) 씨는 “시 쓰기는 개인 창작의 영역이고 혼자 하는 예술이지만 적어도 ‘퇴근 후 외국 시 읽기’ 수업을 통해서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시를 향유할 수 있어 좋다”고 했습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는 그는 잡지사를 거쳐 현재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자신을 위한 글을 써본 적도 없고 점점 문화생활과 멀어져가는 것 같아 불안했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직업 특성상 야근과 주말 근무가 있어 퇴근 후 여가 등에 집중하는 일은 부담스러웠습니다. ‘퇴근 후 외국 시 읽기’ 강의를 듣기로 결심한 건 시인으로 활동하는 지인의 권유 덕분이었습니다. 


마침 저녁 시간이 전보다 여유로워져 실행에 옮길 수 있었는데요. 김 씨는 “수업을 듣고 난 후 회사에 다니는 게 이전보다 즐거워졌다”고 했습니다. 


“퇴근하고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다양한 직업, 전공, 성별, 연령대의 사람들과 함께 시를 읽고 글을 쓰면서 여러 경험을 하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를 보면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고 술을 마시는 장면이 나와요. 아름다운 시절, 벨 에포크처럼 불안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순간. 시 수업은 제게 이런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퇴근 후 다양한 취미 활동이나 교육을 받는 것은 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문화센터나 모임 공간 등을 찾는 직장인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2018년 고용노동부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발표한 빅데이터 분석을 보면 오후 6시 이후 문화센터 이용객이 전년 대비 28%나 늘었습니다. 서점 매출은 14.5%, 스포츠용품 매출은 11.8% 증가했는데요. 


이런 분위기에 맞춰 직장인이 찾는 강좌도 기존의 미술, 체육 등 예체능 활동에서 벗어나 좀 더 세분화,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찾아간 ‘외국 시 읽기’나 ‘개러지 밴드’ 강좌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출근 복장 그대로…업무 능력 계발도 

또한 SNS 채널 등이 다양해지면서 자신만의 특색 있는 영상이나 이미지를 올리기 위해 관련 기술을 배우려는 이들도 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영상이나 사진 강좌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잠시나마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 한 ‘퇴근 후 사진’ 공간으로 들어갔습니다. 10명 남짓한 수강생들은 대부분 회사 출근 복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전 양해를 구한 뒤라 수업을 조금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수업은 업무상 사진 촬영이 필요한 직장인을 위한 강좌였는데요. 즉 행사 사진이나 제품 사진, 혹은 촬영 업무를 맡은 직장인이 대상이었습니다. 


“환자분의 현재 상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강사의 지명에 따라 의사 역할을 맡은 수강생이 앞으로 걸어 나와 설명을 시작했는데요. 


이내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조금 더 좋은 촬영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습니다. 

“기자회견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손이 프레임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피사체는 얼굴과 상체 안에서만 손을 움직여 동작을 최소화해주는 것이 좋겠죠.” 강사의 설명이 더해지자 셔터 소리가 더욱 빨라졌습니다. 


이후에도 수업은 여러 상황극이 더해져 흥미롭게 이어졌는데요. ‘퇴근 후 사진’ 수업은 총 6회 과정으로 장비 구매와 사용법에서부터 실내·실외 인물 사진 촬영법, 제품 사진 촬영법, 잡지 화보 따라 해보기, 포트폴리오 만들기 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를 위해 강의실 수업은 물론 야외 출사와 외부 스튜디오 실습까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화센터 관계자는 “문화센터 수강생은 직업과 연령층이 매우 다양한데 저녁 강좌의 경우 퇴근 후 저녁 시간을 이용해 수업을 듣는 직장인이 대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저녁 강좌에 대한 문의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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