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내추럴빙 시대! 산속에서 건강 찾아주는 산림치유사

조회수 2019. 9. 9. 10: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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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먼저 가벼운 퀴즈 하나 드릴게요. 참나무를 왜 참나무라고 부를까요?” 순간, 조용해집니다. 다들 나무만 바라보는데요.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봄바람을 탄 나무의 녹색이 눈부십니다. “간단해요. 나무가 쓸모가 많아 ‘진짜 나무’라고 해서 참나무인 겁니다.” 산림치유사의 재치 있는 질문과 답변에 분위기가 더욱 밝아지는데요. 산속에서 건강을 찾는 비결 한번 알아볼까요? 


위클리공감 홈페이지 원문 보러 가기

숲에 건강 있다
국립산림치유원의 하늘로 힘차게 뻗은 나무들의 모습

몸이 뒤틀린 신체 장애인을 태운 휠체어를 끌고 참나무 앞에 선 산림치유사는 주변을 여유 있는 눈길로 살피며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

 

“이 산에는 모두 다섯 종류의 참나무가 있어요. 바로 이 참나무는 신갈나무로 불리는 참나무입니다. 그럼 왜 신갈 나무라고 부를까요?” 또 묻는데, 어렵습니다. 휠체어 뒤에 서서 설명을 듣고 있는 이들은 지체가 부자연스러운데요. 


대부분 지적장애 성인들입니다. 정상적인 등산이 어렵기에, 나무 데크가 깔려 있는 이곳 국립산림치유원에 왔습니다. 또 조용해졌습니다. 다시 친절한 설명이 시작되는데요. 


“저 나무 잎이 크고 단단해 옛날에 짚신 바닥에 깔고 다녀서 ‘신깔’나무라 했는데 지금은 신갈나무로 변한 것입니다.” “아!” 작은 탄성이 터집니다.

나무 이름 유래 들으며 탄성 
출처: ▶산림치유사가 방문객의 휠체어를 밀며 숲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산림치유사는 “이제 다시 올라갑시다” 하며 휠체어를 밉니다. 다들 따라가며, 표정이 모두 환합니다. 이렇게 산속에 파묻혀본 적이 언제였나요? 절로 흥얼거립니다. 가파르지 않은 나무 데크는 산모퉁이를 돌고 돌아 계속됩니다. 


3월 19일 오전, 경북 영주에 자리한 국립산림치유원의 마실 데크로드를 따라 60여 명의 ‘겨자씨 사랑의 집’(경기도 파주) 회원들이 즐거운 산속 나들이를 했습니다. 


2㎞의 마실 데크로드는 산을 편하게 오를 수 있게 나무로 계단이 없이 완만한 경사로 만든 마실 길로 휠체어를 타고 오를 수도 있고, 다리가 불편한 이들도 부담 없이 산림이 주는 혜택을 맛볼 수 있습니다.

 

군데군데 설치된 전망대에서는 숨을 고르며 산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서로서로 휴대전화로 산림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어주는데요. 다람쥐가 데크 옆의 나무에서 이들을 보고 인사를 합니다. 


전날 18일 오후에는 어르신 30여 분이 이 데크를 따라 산에 올랐는데요. 충주의 한국 치매예방협회에서 온 어르신들은 산 아래에서 꺾어진 나무를 지팡이 삼아 결의를 가다듬었습니다. 

산림치유사 김미선 씨가 크게 웃는 시범을 보이고 있는 모습

“천천히 오를 겁니다. 힘든 어르신들은 무리하지 마시고 그 자리에서 앉아 쉬세요. 저희가 안전히 모실게요.” 안내하는 복지사들과 산림치유사가 신신당부를 합니다. 대부분 여성 노인들인데요. 표정은 살짝 흥분된 상태입니다. 


산림치유사의 지도에 따라 산 아래 평지에서 몸을 풉니다. 허리를 유연하게 만들고, 지팡이를 도구 삼아 허벅지 근육과 종아리 근육을 풉니다. 마치 수학여행 출발하는 학생들처럼 들뜬 기분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경험이 많은 여성 산림치유사는 그룹을 둘로 나눕니다. “앞에는 끝까지 갈 분들입니다. 천천히 걷거나 도중에 포기할 어르신들은 뒤 그룹에 서세요.” 어르신들은 분주히 자신의 위치를 잡고, 출발했습니다. 


주변의 나무들을 보며 가벼운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출발한 지 10분 만에 절반의 어르신들이 포기를 선언하는데요. “어휴, 고되다. 여기서 기다릴게요.” 힘차게 잡았던 지팡이가 무색하고, 이제 몸이 말을 정말 안 듣습니다.


<토지>의 소설가 박경리(1926~2008) 선생은 생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제나 내 마음대로 움직일 줄 알았던 몸이 나이가 드니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켰다. 이제 몸을 움직이고, 걷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사람들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를 걷는 것이 기적이라고 하지만, 인간이 땅에서 바르게 걷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이젠 웰빙 넘어 내추럴빙 시대

 

숲속을 단순히 걷는 것만으로 평온과 건강을 가져다 주는 모습.

앞 그룹의 어르신 10여 분은 평소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 덕분인지 데크를 걷는 발걸음이 사뿐사뿐합니다. “자, 이제 그만 걷고 여기서 숲의 소리를 들어봅시다.” 산림치유사는 데크 중간의 넓은 공간에 어르신들을 모이게 합니다. 


“숨을 크게 쉬어보아요. 맑은 산소가 여러분의 온몸을 깨끗하게 정화시켜줄 겁니다.” 어르신들은 편안한 표정으로 숨을 크게 들이쉬는데요.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필요로 하고, 산소를 내뿜어줍니다. 인간은 산소를 필요로 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뿜어줍니다. 서로 보완하는 생물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숲속에 들어오면 정신이 맑아지고 건강해집니다.”

  

산림치유사는 능숙하게 어르신들을 움직이게 합니다. “두 분씩 짝을 지어서 운동해봐요.” 서로 팔을 당기고, 어깨를 주무르고, 마주보고 웃습니다. 한 어르신이 크게 소리치는데요. 


“오늘 영감 저녁해줄 걱정 안 해서 좋다.” 평생 해온 할아버지 식사 준비 부담에서 오늘은 해방입니다. 흥이 오른 한 할머니가 노래를 부르며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금방 전염되는데요.

모두들 박수 치며 어깨를 덩실덩실 흔들며 합창을 합니다. 할머니들의 합창은 숲속의 저녁노을과 잘 어울려 퍼져나갑니다. 


산림치유사는 허브 가루를 할머니들에게 조금씩 나눠줍니다. “풀잎의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세요. 폐 속이 맑아집니다.” 이제는 기념 촬영 시간인데요. 다들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리고 환하게 웃습니다. 


함께 온 복지사가 “김치”라고 말하며 셔터를 누릅니다. “잠깐만요, 내 핸드폰으로도 찍어줘요.” 집에 있는 손주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급히 건넵니다. 다시 포즈를 잡는 어르신들은 조금도 귀찮지 않은것 같은데요. 


이제 웰빙(well-being)을 넘어 내추럴빙(natural-being) 시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려고 애를 쓰는데요. 숲속에서 사는 이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인기입니다. 문명시대의 반란인데요. 하지만 현실은 숲에 가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산림청 산하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의 국립산림치유원(원장 고도원)은 경북 영주시 봉현면과 예천군 효자면 일대 153㏊에 걸쳐 조성된 산림 복지 시설입니다. 

생리·심리적 효과 활용 프로그램 다양 
숲속에 오른 어르신들이 가벼운 몸 운동을 하는 모습

강덕호(30) 씨는 이곳에 근무하는 산림치유사 30여 명 가운데 한 명인데요. 경북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숲해설가를 하다가 산림치유사 자격증을 취득해 이곳에서 근무 중이입니다. 


“숲에 오래 머물면 심리적으로 편해지고, 신체적으로 건강해져요. 특히 나무가 내뿜는 휘발성 향기 물질인 피톤치드가 면역력을 높이고 살균 효과를 줍니다.”


피톤치드(phytoncide)는 식물이라는 뜻의 ‘파이톤(phyton)’과 죽이다라는 뜻의 ‘사이드(cide)’가 합쳐진 말입니다. 숲속에 들어갔을 때 느껴지는 숲 특유의 냄새가 바로 피톤치드 냄새이고, 이것은 수목이 주변의 해로운 미생물을 죽이는 물질이라는 것인데요. 


숲의 효능은 1990년대 초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서 당시 창궐하는 폐결핵 환자를 수용할 병실이 부족해 병원 뒤뜰 숲에 임시로 텐트 병동을 만들면서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상하게도 숲속에 수용한 환자들의 치료 효과가 크게 높았고, 이런 사실을 학술지에 보고하면서 숲의 치료 효과가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고도원 국립산림치유원 원장 인터뷰 

“산림치유원은 기존의 수목원에 비해 한 단계 업그레이된 힐링 공간이어야 합니다.” 2018년 10월 국립산림치유원 2대 원장으로 취임한 고도원(67) 씨는 자신의 늦깎이 새로운 도전에 흠뻑 몰입돼 있었습니다. 


지난 15년간 충주에서 힐링 공간인 ‘깊은산속 옹달샘’을 운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립산림치유원을 ‘산림복지’의 요람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인데요.

  

3월 19일 산림치유원에서 만난 고 원장은 “소백산맥의 중심인 영주에 위치한 산림치유원은 풍광이 뛰어나고 멋진 자연의 기운도 느낄 수 있어 치유원 입지로 최고”라 했습니다.


또, “풍기 인삼을 비롯해 좋은 식재료가 많아 치유 음식을 개발해서 전국에 보급하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짧은 역사(3년)의 산림치유원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몇 가지 더 다듬고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우선 고 원장은 불편한 ‘동선’을 꼽았습니다. 숙소와 식당, 치유 장소가 떨어져 있어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또 산림치유원 진입구의 썰렁한 분위기도 바꾸고 싶다고했습니다. 산림치유원의 이름에 걸맞게 우거진 숲이 방문객을 맞아야 하는데, 지금은 아스팔트와 건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경북도에 도로 확장이나 인도 개설로 버려지는 나무들과 이식 가능한 아름드리나무 150주를 확보해 이식하고 있습니다.” 산림치유사들의 전문성도 더욱 강화 할 계획입니다. 


“민간 치유 단체인 ‘깊은산속 옹달샘’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쏟아부어 산림치유사들에게 밀도있는 심화교육과 힐링 전문가로서의 소양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고 원장은 다양하고 효과적인 숲속 힐링 프로그램을 모색하고, 숲에 대한 연구 기능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식당의 음식도 개선할 과제라고 하는데요. 자연식이나 유기농 등 몸에 약이 되는 음식을 제공해야 치유원으로서의 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 원장은 올해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점을 기념해 국립산림치유원에서 독립유공자 등을 대상으로 ‘명예의 숲 캠프’를 무료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1500억 원을 들여 만들어진 국립산림치유원이 대중에게 다가서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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