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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에서 이탈리아를 만나다. 춘천 육림고개 'SUA MANO'

조회수 2019. 9. 9. 16:2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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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시 중심부에 자리한 야트막한 언덕길 '육림고개'. 몇 년 전부터 청년들이 새롭게 바꿔놓고 있는데요. 그  중 'SUA MANO' 백동현 대표를 만나보겠습니다.


위클리 공감 홈페이지 원문 보러 가기

백동현 'SUA MAMO' 대표
백동현 대표는 청년몰 조성 청년상인 2차에 선정되어 2018년 8월 식당을 열었습니다.

간판만 남아 있는 육림극장 앞에서 육림고개는 시작됩니다. 춘천시 중앙로 77번 길 39-2. 구글 맵에 주소를 쳤더니 바로 코앞이었으며, 세월이 스며 있는 오래된 계단을 올라 낡고 투박한 한옥 대문으로 들어서면 뜻밖의 풍경이 펼쳐졌는데요.


춘천시를 발아래 두고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단장한 가게들이 도란도란 모여 있고, 가운데 진한 초록빛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가게가 ‘SUA MANO’입니다. 올해 서른 살인 ‘SUA MANO’의 백동현 대표는 왜 육림고개를 택했을까요.


“서울 출생이지만 아버지 직장 때문에 중학교 때까지 원주에서 살았어요. 어릴 때부터 강원도와 인연이 있었지요. 


그러다 아내가 강원도 화천으로 인사 발령이 나 9개월 가까이 주말부부로 살면서 더는 안 되겠다 생각했어요. 가족은 함께 살아야죠.”


결혼 5년 차인 백 대표는 육림고개상점가 청년몰 조성 청년상인 2차에 선정되어 2018년 8월 이곳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요리 유학도… 허름한 골목 뜻밖 풍경
테이블 옆 창문을 통해 저 멀리 춘천의 풍경이 액자처럼 걸립니다.

육림고개상점가 청년몰의 매력은 뭘까요.


“2017년 1차 조성된 청년상인들 덕을 봤어요. 이미 자리가 어느 정도 잡혀 있더라고요. 그만큼 혜택을 본 셈이죠. 게다가 몰 형태로 뭉쳐 있다 보니 볼거리도 다양하고 숨겨진 공간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찾아온 분들이 이야기해요.”


청년상인이 하는 이탤리언 식당이라고 분식점 맛을 생각하면 큰 실례인데요. 백 대표는 요리를 전공하고 지금까지 15년 넘게 요리를 만들어온 전문 요리사이며, 이탈리아로 유학도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15년 차 요리사도 창업 앞에서는 초보. 본격적인 창업에 앞서 백 대표는 팝업 레스토랑을 두 달 동안 열어 주변 상권 파악을 했었습니다.


“해물 크로스티니는 제가 개발한 일종의 전채 메뉴입니다. 바삭한 칩 위에 새우, 오징어 등 해물을 익혀 올리고 간장과 마요네즈, 새콤한 파를 얹은 요리예요. 팝업 스토어 때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지금도 저희 집 대표 메뉴 중 하나예요.”


당시 방문한 고객들이 단골이 돼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는 점도 중요한데요.


“전통시장 내 음식점 창업은 1인 점포가 많아요. 이 경우 조리, 서빙, 홍보 등 1인 다역을 해야 해요. 그럴수록 창업에 앞서 시뮬레이션을 많이 해보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보완할 점을 알 수 있거든요.”


백 대표는 충분히 준비하고 시작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육림고개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유럽 골목길의 정취를 닮아” 애정이 갔다는 백 대표는 “이탈리아 유학 기간에 경험한 이탈리아 식문화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의 생각은 인테리어에도 스며들어 있었는데요. 간판 안에 작은 글씨로 쓰인 ‘TRATTORIA’가 가게의 성격을 드러냈으며, ‘소규모 식당’이란 뜻에 걸맞게 테이블은 7개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에 울긋불긋한 대리석 테이블, 짙은 초록색 페인트와 큰 잎사귀의 식물들이 아늑함과 시원함을 더해줬으며, 청년상인 지원사업을 통해 인테리어 비용을 일부 지원받은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2월에는 이탤리언 셰프들을 초대해 직접 요리를 해주는 특별 이벤트를 마련했는데. 이탈리아에서 치즈 등 주재료를 가져와서 요리를 선보인 자리였습니다.


“저도 공부가 되고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어서 즐거웠어요. 이탈리아 북부의 독특한 식전주 문화인 아페리티보(aperitivo)가 있어요. 기회가 되면 한국식으로 변형해서 소개하고 싶어요.”

청년상인 지원사업 수혜 직원 뽑아
‘SUA MANO’는 이탈리아의 소규모 식당인 ‘Trattoria’를 지향한다. 식당 안에는 테이블 7개가 전부입니다.

독특한 가게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그의 손’이란 뜻입니다. “요리사의 손, 공간을 만드는 손, 이 공간을 통해 만나게 될 사람의 손을 기억하기 위해 지은 이름이에요.”


백 대표의 포부를 펼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초기 창업자에게도 절실한 부분일 것인데요.


바로 지속적인 가게 운영입니다. 경제적으로 가장 큰 부담인 월세를 5년간 지원받는 것은 백 대표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는데요.


춘천시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가능해진 부분이며, 매년 재계약 형태로 5년간 보장합니다. 요리만 할 줄 알던 요리사에게 마케팅과 홍보 교육은 가게 운영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는데요.

 

청년상인 지원사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정착해나가고 있는 백 대표는 3월에 직원을 한 명 뽑았습니다.


“그동안 꿈꿔왔던 것을 하나씩 해볼 여유가 조금 생겼어요. 우선은 강원도의 좋은 식재료를 컬래버한 요리를 다양하게 연구하려고 합니다.”


가게를 방문했을 때 눈에 띄었던 감자 뇨끼 반죽처럼 백 대표는 강원도의 특산물을 활용한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 했는데요.


식당 한쪽에 비치된 노트에 백 대표가 직접 쓴 글귀가 눈에 띄었습니다.


“자신이 사는 지역을 애정하고 특산물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토대로 요리하는 셰프가 되려고 한다. 강원도는 산간 지역, 바다 등 식재료가 풍부한 매력적인 곳이다. 내가 유년기를 보낸 곳이라 더욱 각별한 강원도에서 나의 첫 이탤리언 식당을 시작하게 되어 정말 기쁘다.”


지역을 사랑하는 요리사의 마음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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