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개편! 주식 과세체계,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조회수 2019. 9. 9. 17:01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최근 증권거래세 개편 논의가 뜨겁습니다. 여당에서는 손실을 입어도 세금을 내야 하는 불합리한 증권거래세를 손보겠다며 벼르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폐지는 곤란하지만 단계적으로 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들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위클리공감 홈페이지 원문 보러 가기


주식거래의 두가지 세금

주식거래에는 두가지의 세금이 있습니다. 먼저 증권거래세는 투기적 거래를 억제할 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 이미 한 차례 폐지됐다 되살아난 ‘전력’도 있습니다. 


세율은 상장 주식 양도가액의 0.3%라고 기억하면 됩니다. 물론 코스피 시장의 경우에는 0.15%만 부과되지만 여기에 농어촌특별세(0.15%)가 추가로 부과돼 매도자에게 0.3%의 세금이 나갑니다. 


비상장주식에는 이보다 높은 0.5%의 세율이 매겨집니다. 양도소득세는 상장법인의 경우 대주주가 매도하는 주식의 양도차익만을 과세하고 있습니다. 소액주주의 상장법인 주식은 비과세되고 있는 것이죠. 


비상장주식이나 상장주식의 장외거래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대주주·소액주주 가리지 않고 과세합니다. 주식 양도세율은 네가지 경우의 수에 따라 다른데 10~30%에 걸쳐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의 주식 과세체계

우리처럼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 둘 다 부과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금융거래세를 부과하는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산물입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11년 9월 EU 회원국의 주식, 채권, 외환, 파생상품 거래에 부과하는 금융거래세 도입 방안을 EU 의회에 제출합니다. 금융 부실을 방지하고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영국과 네덜란드가 자본유출이 우려된다며 반대해 EU 차원의 도입은 무산됐습니다. 프랑스가 2012년 8월 금융거래세(0.2%)를 제한적으로 도입했고, 이탈리아는 2013년부터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은 특이하게도 대기업 주식의 매수자에게 0.5%의 인지세를 뗍니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증권거래세를 없애고 양도세만 부과합니다. 단기적 투기 수요를 감소시키기 위해 증권거래세를 도입했지만 효과가 거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1965년, 독일과 스웨덴은 1991년에 거래세를 폐지했습니다. 일본도 1999년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만 부과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신흥국들은 증권거래세만 부과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과 경쟁관계에 있는 이들 나라의 거래세 수준은 우리보다 훨씬 낮습니다. 중국은 증권거래세율을 2008년 0.3%에서 0.1%로 인하했고 태국도 0.1%입니다.


홍콩은 0.1%+5홍콩달러, 싱가포르는 0.2%를 과세합니다. 대만은 2017년에 거래세를 0.3%에서 0.15%로 내렸습니다.  

조세 원칙보다 세수 시각 접근도

이렇듯 많은 나라들이 거래세를 폐지하거나 세율을 인하하는데, 우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거래세 개편 논의를 불러온 배경의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거래세율은 1996년에 0.3%로 변경된 이후 23년 동안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그동안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저금리 시대에 걸맞지 않은 세율이라고 볼 수 있겠죠.

 

이번 주식세제 개편 논의의 핵심은 증권거래세 부과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느냐에 있습니다. 

주식투자로 손실이 생겼는데도 수익을 본 이들과 똑같이 세금을 내는 게 조세 형평성에 맞는 걸까요? 자본시장의 과세 형평을 높이려면 국제적 흐름처럼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거나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조세 원칙보다는 세수라는 현실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거래세를 인하하면 당연히 세수가 줄어들므로 국가 재정 사정을 고려해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2017년에 걷힌 증권거래세는 4조 5083억 원으로 전체 내국세(230조 8000억 원)의 2%에 이릅니다. 부가된 농특세를 포함하면 총 6조 2828억 원으로 국세의 2.7%를 차지합니다.


거래대금이 급증한 2018년에는 농특세를 포함한 증권거래세가 8조 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가 증권거래세 폐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거래세 인하-양도세 확대 땐 셈법 달라


증권거래세를 인하하면서 양도세를 확대할 경우 셈법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17년 세법개정안 분석에 따르면, 거래세를 인하하면 시중의 유동성 자금이 증권시장으로 유입돼 주식거래가 늘어나 주식양도세의 세수 증가분이 거래세의 수입 감소분을 어느 정도는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김갑래 연구위원은 “미국 등 선진국은 자본시장을 단순히 재정수입 증대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혁신성장 정책의 지원 대상으로 여긴다”면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한 기업의 성장이 가져다주는 세수 확대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거래세 폐지 주장의 배경에는 양도소득 과세 대상자의 지속적인 확대에 따른 ‘이중과세’ 논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재는 코스피 시장 상장법인의 지분 비율이 1%(코스닥 시장 2%, 코넥스 시장 4%) 이상이거나, 종목별 보유 주식의 시가총액이 15억 원(코넥스 시장 10억 원) 이상이면 양도세 대상인 ‘대주주’로 분류됩니다.


지분율 요건은 앞으로 변함이 없지만 시가총액 보유 기준은 2020년 4월부터 10억 원 이상, 2021년 4월부터는 3억 원 이상으로 낮춰집니다.


최길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종목별 시총 기준이 3억 원까지 낮아지면 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는 1만 명 수준에서 약 8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렇게 양도세 대상이 확대되는 만큼 증권거래세를 폐지·인하해 이중과세를 해소하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증권거래세는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편익’ 제공에 대한 대가로 부과되는 조세이고, 양도세는 거래에 따른 ‘이득’에 과세하는 조세로 두 세목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양도세 전환, 일본은 성공 대만은 실패

우리나라가 주식세제 개편에 나선다면, 증권거래세 폐지와 양도세 도입을 같은 시기에 진행했지만 양도세 전환에 성공한 일본과 그렇지 못한 대만의 사례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10년에 걸쳐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한 뒤 폐지하고, 주식양도세제로 전환했습니다. 1989년에 양도세를 도입하면서 0.55%이던 증권거래세율을 0.3%로 낮췄고 1998년에는 0.1%까지 인하했습니다. 


그 이듬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고 주식의 양도차익에 20%를 과세합니다. 증권거래세와 양도세가 처음 병존할 때는 세 부담 가중 우려로 주식시장이 위축되기도 했지만 10년의 과도기를 거치면서 연착륙할 수 있었습니다. 


증권거래세율이 낮아지면서 거래세만 걷던 1988년에 비해 되레 세수가 감소했지만 증시 거래금액이 급증한 2005년부터 기존의 세금 규모를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대만은 일본과 동일한 방식으로 양도소득세 전환을 거듭 추진했지만 실명거래 환경을 갖추지 못한 가운데 세율을 급격히 높이는 바람에 금융시장에 대혼란이 일어나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대만은 양도세 도입 첫해인 1989년부터 주식양도 차익에 최대 50%의 세율을 매겼습니다. 깜짝 놀란 대만 주가지수는 한 달 만에 30% 넘게 급락했습니다.


이에 증권거래세를 0.15%로 낮추고 양도소득세 면세 한도를 높였지만 투자자들은 차명계좌를 통해 양도세를 피해갔습니다. 결국 대만 정부는 1990년 양도세 부과를 철회합니다. 2013년에도 양도세 도입을 추진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로 3년 만에 접게 됩니다.  


과세체계 전환을 위해서는 대만처럼 단기적으로 급격히 밀어붙이기보다는 일본과 같이 장기 계획 아래 세수 감소를 감수하면서도 차근차근 개편해나가는 게 효과적임을 알 수 있겠죠?

늑대 피하려다 호랑이 만난다?

이번 세제개편 추진에 대해 투자자들은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할 수도 있습니다. 주식 양도차익이 클수록 거래세보다는 양도세 부담이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주식 매매에서 절대로 손실을 보지 않는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가정에서만 성립합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식양도세는 손실과 이익을 상계하는 손익 통산과, 손실을 다음 연도로 미뤄 이익과 상계하는 손실 이월공제를 거쳐 산정됩니다. 


예를 들어 한 종목에서 20만 원의 수익을 내고 다른 종목에서 30만 원의 손실을 냈다면 전체적으로는 10만 원을 잃었기 때문에 20만 원 수익을 본 종목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게 됩니다. 


불행히도 두 종목 모두 손실을 봤다면 향후 3년 동안 이익을 내는 종목이 나오면 여기에서 차감해 세금을 상쇄해줍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손익 통산의 범위는 훨씬 넓어집니다. 

일본은 주식·채권·펀드의 소득 간에 포괄적인 손익 통산을 허용하고, 미국은 주식 양도손익을 통산한 뒤 이자·배당 등 일반 소득과도 연간 3000달러까지 손익 통산이 가능합니다.


당해 연도 전체 투자금액에서 손실이 발생한 경우 손실 이월공제를 미국과 영국은 영구적으로, 일본은 3년간 허용하고 있습니다.


소득 없는 곳에는 과세도 없는 것입니다. 전배승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이렇게 손익 통산의 범위가 확대되고 손실의 이월공제가 병행할 경우 양도세 부과로 인한 주식거래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제개편 논의를 증권거래세 문제만으로 보지 말고 금융소득 과세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정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증권매매 차익에 대해 전면적인 양도세를 도입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증권거래세 폐지와 동시에 양도세의 전면 확대, 이자·배당·양도소득의 손익 통산과 같은 세제개혁을 검토해야 한다는 겁니다. 

창업,벤처,혁신기업 투자 유인 걸림돌 

여당은 손실에 대한 과세와 이중과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증권거래세율을 순차적으로 낮춰 최종적으로 폐지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별위원회는 3월 5일 ‘자본시장 과세체계 개편안’에서 손실은 과세되지 않도록 개선하고, 손익 통산·손실 이월공제 도입을 통해 순소득에 과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12월 발의한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좀 더 구체적입니다. 과세 대상을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에서 모든 주식 양도소득으로 확대하고 대신에 주식·파생상품·채권의 양도소득을 통산하고, 과세기간 결손금을 3년간 이월공제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자본시장에 이러한 세제가 미비된 탓에 창업·벤처·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의 투자 유인이 저하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손실에 대한 이월공제가 충분히 긴 기간에 허용되면 장기투자 유인이 생겨 자금이 오래 투입돼야 하는 모험자본과 장기간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하는 기술 벤처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장기투자에 대한 우대세율의 적용도 모험자본의 육성을 지원할 수 있겠죠.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특위는 “현행 과세체계는 장기투자 때 누진과세로 오히려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면서 “장기투자 세제 유인과 모험투자에 대한 손실공제 등을 통해 과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