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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통해 일깨우자, 지진 사고의 경각심!

조회수 2019. 9. 9. 17: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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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이라고 하면 낯설지만 ‘동일본 대지진’이라고 하면 다들 기억이 나실 겁니다. 이 사고를 통해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고 사전에 방지할 수있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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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사고들

2011년 3월 11일 금요일 오후 2시 46분, 일본 산리쿠 연안의 태평양 앞바다에서 일어난 해저 거대지진이지요. 무수히 많은 CCTV 덕분에 당시의 처참한 장면을 생생하게 목격하였지요. 


후쿠시마현의 경우 핵발전소 사고가 겹쳐 반경 20km 이내 지역이 피난 구역으로 설정되었고, 지진이 발생한 후 한 달 동안은 수색도 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사망자와 실종자가 1만 8000명이 넘었습니다. 지진이 발생한 지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5만 2000명이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일본과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 사람으로서 그 아픔을 함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그들의 아픔에서 얻어야 할 교훈도 많을 겁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어서 그렇지, 사실은 24년 전인 1995년 1월 17일의 고베 지진도 이에 못지않게 큰 사건이었습니다. 


마치 도미노판이 쓰러지듯 고가도로 교각이 넘어져 있는 장면이 기억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일본 사상 처음으로 진도 7을 기록한 지진이었지요. 이때 643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전파되거나 전소한 가옥이 11만 채나 되었죠. 우리나라도 전국적으로 성금을 걷어서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사망자 대부분 원인은 압사 아닌 질식

6434명은 어떻게 죽었을까요?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에 깔려서 숨졌을까요?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식으로 숨졌다고 합니다. 일본에는 6334명의 사망자 가운데 5036명의 사체 검안서가 남아 있습니다. 


사체 검안서에는 숨진 이유와 시간이 기록되어 있지요. 일본의 NHK 방송은 5036명의 사망 원인을 시간대별로 추적했습니다. NHK 방송팀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지진 발생 후 1시간 이내에 사망한 사람은 3842명이었습니다.


당일 숨진 5036명 가운데 76%에 해당하지요. 예상할 수 있는 결과입니다. 그런데 이 중 압사는 8%에 불과했습니다. 61%는 질식사였습니다. 이들은 지진이 나고 어느 시점까지 살아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들은 뼈도 부러지지 않았고 장기 손상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몸 위에 떨어진 기둥, 들보, 가구가 가슴이나 배를 눌러 숨을 쉴 수 없었던 것이죠. 

이것은 무엇을 말할까요? 가구에 깔리지만 않았다면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진 전문가들은 자기 키의 절반보다 높은 가구는 벽에 고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침실에는 가구를 두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지진 당일 고베시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205건이었습니다. 고베시에서 보통 1년에 일어나는 화재 건수의 40%에 해당합니다. 이 가운데 지진 발생 1시간 안에 일어난 화재는 모두 113건으로 55%였습니다. 


이것은 지진의 흔들림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나머지 45%는 지진이 멈추고 한참 후에 발생한 것입니다. 이 시간차 화재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생존자들의 증언은 일치합니다. 지진이 일어난 뒤 정전되었는데 전기가 복구된 후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전기 복구와 함께 전기제품에서 불이 나는 현상이라는 뜻으로 ‘통전(通電) 화재’라고 합니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습니다. 전력회사는 지진으로 정전이 된 곳을 적극적으로 복구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화재와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것이죠. 지진 전문가들은 위험한 지역에서는 ‘통전’을 늦춰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2015년에 간토·도호쿠 지역에 호우가 발생해서 약 1만 2000가구가 정전되었을 때 도쿄 전력은 통전을 늦췄습니다. 연인원 1300명을 동원해 4일에 걸쳐 가구별로 안전을 확인한 다음에야 전기를 복구했죠. 


이때 통전 화재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요? 시민들이 4일 동안의 불편함을 견뎠기 때문입니다. 왜 빨리 통전시키지 않느냐고 닦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화재 45%는 섣부른 전기 복구 탓

사체 검안서에 따르면, 고베 지진 당일 숨진 사람 가운데 500명은 지진 발생 후 5시간 뒤에도 살아 있었습니다. 압사와 질식사를 당하지 않고 통전 화재에도 불구하고 500명이 5시간 넘게 살아 있었던 것이죠. 


그때까지도 이들에게는 소방관과 경찰의 구조 손길이 닿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지진 당일 오전 10시 전국의 소방 당국에 지원 요청이 갔습니다. 전국 각지 108곳의 소방대가 피해 지역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소방대는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없었습니다. 우회도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의외의 원인이 있었습니다. 


지진으로 도로에 30cm 정도의 단차가 발생했습니다. 많은 차들이 단차를 피해 인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승용차가 도로를 점령했기 때문입니다. 

지진이 일어났는데 왜 수많은 승용차가 고베로 향하는 도로를 점령했을까요? 가장 많은 이유는 ‘안부 확인’이었습니다. 고베에 있는 가족과 지인의 안부가 궁금한 사람들이 차를 가지고 고베로 향한 것입니다. 


결국 가족의 구조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 셈이죠. 늦은 오후에는 귀가하는 사람들이 도로를 점령했습니다. 교통이 정체되자 시민들은 도로 위를 걸었고 복구 차량의 움직임은 더 늦어졌습니다.

지진,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드문 일이 아닙니다. 2016년 경주 지진은 무려 리히터 규모 5.8에 달했습니다. 지진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만약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큰 지진이 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베 지진은 우리에게 몇 가지 힌트를 줍니다. 첫째는 가구를 고정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가구에 깔려 질식사합니다. 


둘째는 지진이 나면 최대한 빨리 전기 차단기를 내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기 복구를 재촉하는 대신 안전 점검을 기다려야 하지요. 지진이 나면 불편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셋째는 안부를 직접 확인하고자 현장에 가는 일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도로는 구조대에 양보해야 합니다. 안부를 확인하려는 내가 가족의 구조를 막는 장애물일 가능성이 크니까요. 


대신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피난 장소를 미리 약속하는 게 필요합니다. 언젠가 지진은 발생합니다. 가족의 안전과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인내와 침착함 그리고 소방대에 대한 신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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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모_서울시립과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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