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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같은 영화를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

조회수 2019. 9. 9. 17: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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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좀 더 현실처럼 관객들이 느끼게 만들어 주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액션 스클의 스턴트 배우들인데요. 실감 나는 연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위클리공감 원문 기사 보기


차고 지르고 날고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서울 액션스쿨 회원들이 공중 회전 낙법을 연습하는 장면

오른 주먹을 지르고 고개를 숙입니다. 상대방의 주먹이 ‘휭’ 하고 귓전을 스치고, 지체 없이 왼손을 내지릅니다. 상대방도 허리를 구부리며 피합니다. 


이어서 상대방의 날카로운 오른발 후려치기가 안면으로 날아오고, 인상을 쓰며 마치 상대의 발바닥에 일격을 당한 것처럼 뒤로 ‘붕’ 날아 떨어집니다. 아직은 어색합니다. 


이번엔 세 명이 손발을 맞춥니다. 두 명이 합을 겨루다가 한 명이 나가떨어지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지체 없이, 그리고 깊숙하게 오른 주먹을 날리며 파고들어야 하는데요. 


마치 퍼즐이 빈틈없이 맞춰지듯 오고 가는 주먹과 발길질이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진짜보다 격렬하게 이어져야 한합니다. 벌써 몇 주째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습은 실전처럼
힘차게 벽을 딛고 뛰어올라 발차는 연습을 하고 있는 장면

“기본이 아직 부족하잖아. 발차기가 크고 화려하게 구사돼야 해. 태권도 경기에 출전한 것이 아니잖아. 너무 빠르게 지르는 것이 아니야. 긴박감이 묻어나면서 큰 동작을 해야 해. 다시 발차기부터 연습해.” 선배의 호령인데요.


치 복싱 코치가 미트를 잡아주듯 선배가 가죽으로 만든 발차기 목표물을 두 손에 들고 서있습니다. 그 가죽 목표물을 발로 차고, 공격을 피한 뒤 공중 뒤돌려차기를 해야 하는데요. 


중심 잡기가 어려워 정확한 자세로 목표물을 가격해야 하며 계속되는 반복만이 해답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2월 15일,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 자리한 서울액션스쿨에서는 스턴트 배우들의 일상적인 운동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스턴트 배우는 어려운 액션 연기를 대신해주는 배우이며 영화산업이 발달하고 스턴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지망생도 늘고 있습니다. 

와이어에 의지해 공중에 매달려 화려한 몸동작을 연습하는 장면

정두홍(53) 감독이 20년 전에 만든 서울액션스쿨은 전 세계 유일한 스턴트 교육기관입니다. 할리우드 영화 본고장인 미국에도 이런 스턴트 전문 교육기관이 없는데요. 게다가 교육비는 무료랍니다.

 

어렵고 힘든 직업이고, 위험한데요. 목숨까지 내놓고 와이어 줄에 매달리고, 고층 건물에서 뛰어내려야 합니다. 달리는 차에 매달려야 하고, 한강 다리에서 몸을 날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젊은이들을 유혹하는데요. 이는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노남석(40) 무술감독은 17년 경력의 베테랑 스턴트맨입니다. 흔히 말하는 ‘잘나가는 스턴트맨’인데요. 그는 지난 10년간 영화배우 하정우의 전문 액션 대역배우를 했습니다. 


2009년 영화 <국가대표>에서 처음 만난 이후 2010년 <황해>, 2012년 <범죄와의 전쟁>, 2013년 <베를린>, 2014년 <군도>, 2015년 <암살>, 2017년 <신과 함께>, 2018년 <더 벙커>까지 하정우를 대표하는 작품의 액션 대역을 모두 그가 맡았는데요. 


184cm의 키가 하정우와 같고, 체격 조건이 비슷하고, 전체적인 이미지도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대역배우에게 자신과 비슷한 톱스타가 있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처음엔 하루 1만번 발차기만
막내 스턴트 배우들이 액션 연기를 연습하고 있는 장면

어릴 때부터 합기도를 해서 몸 쓰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는 노감독.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스턴트’를 치니 정두홍 감독과 서울액션스쿨이 떴다고 합니다. 


곧장 짐을 싸서 대구에서 서울로 와서, 매일 액션스쿨에 나가 연습을 했는데요. 선배들은 첫날 ‘거울 보면서 발차기 1000개를 해!’ 딱 한마디였다고 합니다. 


발차기 1000개를 하다가 5000개로 늘렸고, 1만 개까지 발차기만 반복했다는 노감독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액션스쿨에 무작정 방문해 스턴트를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노 감독을 받아준 선배가 <국가대표> 무술감독을 맡고 있었는데요. 


노 감독이 스키를 타는 것을 알고 있던 선배는 그에게 하정우의 대역을 부탁했고,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이제는 하정우 배우와는 형, 동생 사이가 됐으며, 수입도 남부럽지 않다고 합니다. . 

생사의 갈림길 그럼에도 액션배우를 하는 이유.
와이어 연기를 하기 전 무술 감독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장면

지금 남부럽지 않지만, 몇 년 전 달리던 차에서 뛰어내리는 연기를 하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적도 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액션배우를 하는 이유에 대해 노감독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습니다.


“대중에게 굳이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고, 주목을 받고 싶지도 않아요. 대역 액션배우로서의 자존감이 크니까요.” 

선배 스턴트 배우들의 운영 찬조금
서울 액션스쿨 실내 체육관 한쪽에 있는 회원들의 활동 현황판

현재 활동 중인 한국의 스턴트맨과 스턴트우먼은 모두 300여 명인데요. 이들은 영화는 물론 각종 광고 촬영, 무대 공연 등에서 활약을 합니다. 고정적인 수입이 없고, 대부분 그때그때 출연료를 받는데요. 


동작이 좋은 스턴트 배우는 대기업 연봉이 부럽지 않다고 합니다. 액션스쿨 한쪽에는 서울액션스쿨 소속 배우 78명의 이름과 현재 활동 내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현황판이 있습니다. 


그날그날 어떤 스턴트 연기와 공연 등에 출연하는지가 개인별로 적혀 있는데요. 


<남산의 부장들> <킹덤> <아스달 연대기> <결백> <타짜 3> <동네변호사 2> 등 현재 촬영 중인 영화와 TV 드라마에 출연 중인 스턴트 배우의 명단을 볼 수 있습니다. 


간간이 붉은 글씨로 ‘손목’ ‘쇄골’ 등 부상 내역을 적은 명단도 있는데요. 10여 명, 전체의 10%를 넘는 수입니다.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만큼 스턴트라는 직업이 위험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서울 액션 스쿨의 벽에 걸린 그동안 회원들이 출연한 영화 포스터

액션스쿨의 교육 강도는 특수부대 훈련 강도에 못지않다고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교육비는 무료일까요? 정두홍 감독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제가 처음 스턴트 배우를 시작할 때는 어디에도 스턴트 연기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없었어요. 무술 유단자라고 하면 곧바로 연기 현장에 투입시켰어요. 당연히 부상이 속출했지요. 그런 후배들에게 안전한 스턴트 배우의 길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라고 정두홍 감독은 답변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답변하길, "또 하나의 이유는 저의 무술 스승인 이각수 선생님에 대한 보답의 길입니다. 제가 돈이 없어 학원에도 못 갈 때 도움을 주셨고, 대학 등록금도 대신 내주셨어요. 그분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라고 덧붙여 답변했습니다. 


한때 이종격투기 라이트헤비급 세계 챔피언이었던 이각수 명지대 무예과 교수는 현재 세계종합격투기연맹 회장이기도 합니다. 


몇 년 전 길거리에서 칼을 휘두르며 묻지마 폭행을 저지르던 남자를 맨손으로 제압해 뉴스에 등장하기도 했는데요. 현재 서울액션스쿨의 운영비는 정 감독을 비롯한 선배 스턴트 배우들의 찬조금으로 충당한다고 합니다. 

후배들의 연기 연습을 바라보며 50대의 한 무술감독이 '옛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이렇게 현실과 같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스턴트 배우들을 보게 된다면 박수를 쳐주는 것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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