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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나보다 더 행복해보여!"라는 환상에 속지 마라

조회수 2021. 5. 3. 11: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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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행복'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병수를 찾아오는 많은 우울증 환자들은 "우울과 불안이 없어져야 행복해진다"고 말한답니다.


하지만 이별을 하면 슬프고, 시험을 앞두면 초조하듯이 정상적인 우울과 불안까지 없애버릴 수는 없다고 해요. 행복과 우울에 대한 올바른 정의, 의사 김병수의 '행복은 그런 게 아니야'를 통해 함께 들어볼까요?


마음이 괴로운 이들이 찾아오는 곳이라 그런지 정신과 상담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어요?”라고 물으면 “행복해지고 싶어요!”라는 대답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무엇 때문에 괴로운 거냐?”라는 질문에도 “행복하지 않아서요”라는 답이 많죠. 


이런 말들을 주고받다 보면 “당신이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라고 묻게 되는데요. 나의 환자들은 “우울증이 나아야 행복해진다, 불안이 없어져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해요. 당연합니다. 우울장애와 불안장애를 끌어안고 살기는 어려우니 제대로 진료받고 관리해서 이런 병이 나아야 행복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증상이 없어진다고 저절로 행복해지는 건 아니에요.


게다가 정상적인 우울과 불안까지 없애버릴 수는 없습니다. 이별하면 슬픈 게 정상이고 시험을 앞둔 수험생은 초조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 인간은 아무 이유 없이 울적한 기분에 빠져들기도 하죠. 새로운 자극이 없으면 공허해지는 게 당연합니다. 부정적 감정 없이 긍정적 감정만 느끼고 사는 게 정상일 리 없는데도 이런 상태를 간절히 원하는 이들을 종종 봐요. 이런 상태가 바로 행복이라고 믿으면서 말이죠.


핀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인데요.

2017~2019년 행복도 조사에서 연속 1등을 차지했어요. 그러면 이 나라 국민은 매일매일 기분이 좋을까요? 매 순간을 짜릿하게 느끼며 살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가장 행복한 나라지만 우울증에 시달리는 환자도 많죠.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라 우울증 유병률 세계 랭킹 9위예요(2017년 세계보건기구). 


다양한 긍정적 감정에 대해 “어제 그것을 경험했나요?”라는 질문을 토대로 조사기관 갤럽은 138개국의 긍정정서경험 점수(Positive Experience Index Score)를 산출했는데요. 그 결과 파라과이가 1등, 파나마와 과테말라가 각각 2등, 3등이었어요. 핀란드는 28등을 기록했죠. 행복도 1위 국가 국민이라면 하루하루가 즐거워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것이에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행복과 긍정적 감정을 동일시하면 안 돼요. 

우울증이 있다고 “나는 불행한 사람이야!”라고 하거나 정상적인 우울을 느끼는 자신을 향해 “난 왜 행복하지 않지?”라며 비정상으로 착각해선 안 됩니다.

행복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복합적 개념이에요. 행복도 조사에는 국민소득과 사회적 지지체계, 건강 수명, 자기 삶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자유, 관용성, 그리고 사회의 부정부패 정도까지 포함됩니다. 개인의 정신 승리만으로 얻어지는 게 아니죠. 그런데도 유명인이나 멘토(지도자)라는 사람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해라. 행복해야 잘사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몰아가면 사람들은 더 불행해지죠. 어찌할 수 없는 불운이 닥쳤을 때 우리를 더 큰 고통에 빠뜨려요. 불행하다고 느끼는 자신이 잘못 살고 있다는 죄책감마저 느끼게 됩니다. 행복하면 좋지만 삶이 언제나 행복일 수는 없어요.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을 모두 끌어 담는 단 하나의 기준은 없습니다. 5,000만 명이 모여 사는 대한민국에는 5,000만 가지의 서로 다른 행복이 있으니 “저 사람은 나보다 더 행복해 보여!”라는 환상에 속아서는 안 돼요. 


ⓒ김병수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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