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세대가 빠져든다는 음악?!

조회수 2021. 4. 13. 14: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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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여러분의 플레이리스트에도 '국악'이 스며들진 않았나요? 이날치밴드의 '범 내려온다'부터 BTS 멤버 슈가의 '대취타', 빅스 멤버 라비의 '범'까지! 전통적인 국악에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한 노래가 인기를 끌었는데요. 최근 젊은층이 국악에 빠진 이유를 공감과 함께 살펴봐요.


젊은 국악 시대 ‘활짝’

출처: 이종삼 작가
▶북한 지역 노래와 굿음악을 소재로 ‘하나됨’의 진정한 광복을 노래하는 악단광칠

 "범 내려온다/범이 내려온다/장림깊은 골로/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2020년 국내 대중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국악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의 가사 일부예요.


판소리 ‘수궁가’ 가운데 호랑이가 내려오는 대목을 펑키한 리듬의 곡으로 재해석한 이 노래는 ‘1일 1범(하루에 한 번 ‘범 내려온다’를 듣는다)’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장안의 화제를 모았어요. 비단 이날치밴드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에요. 최근 몇 년간 젊은층 사이에서 판소리와 민요 등 우리 국악 장르를 현대화한 시도가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젊은 이들 사이에서 ‘얼쑤!’ 추임새를 자아내는 새로운 국악 열풍 현상을 살펴봤어요.


엄마, 나 국악 좋아한다!
엄마, 나 국악 좋아해!
난 어른들이 왜 국악을 좋아하는지 점점 알게 됐어.

새로워진 국악에 1030세대가 버선발로 나와 응답해요. ‘격한 어깨춤’과 ‘환호’도 서슴지 않죠. 유튜브에 올라온 9인조 국악밴드 악단광칠의 ‘영정거리’, ‘어차’ 등 공연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 실감할 수 있어요. 요즘 청년들이 ‘신(新) 국악’, 즉 우리 국악을 현대화한 시도에 뜨겁게 열광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출처: 국립극장

음악을 해서 ‘악단’, 광복 70주년에 태어나 ‘광칠’. 지난 2015년 결성된 악단광칠은 사회적기업 정가악회 유닛(새로운 기획을 통한 별개의 활동) 밴드에서 출발했어요. 이들은 북한 지역 노래와 굿 음악을 소재로 ‘하나됨’의 진정한 광복을 노래했는데요. “굿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트랜스(최면) 상태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굿당에서 굿을 듣는데 ‘쟁쟁쟁’ 울리면서 어느 순간 ‘멍’ 해지더라고요. 가만 생각해보니 젊은 이들이 클럽에서 춤추고 놀 때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나를 내려놓는다’는 측면에서 굿과 클럽의 공통점이 보였죠. 게다가 굿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준다는 점에서 특유의 매력이 있어요.” 정가악회 천재현 대표의 설명이에요.


이런 기획의도에 화답하듯 실제 악단광칠의 음악에는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거리고 있다”, “혼이 나간 것 같다”는 반응이 많아요. 이들의 노래인 ‘어차’의 유튜브 동영상에는 “술 먹다 보는데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흔들며 쏟는 게 더 많네”라는 댓글도 달렸어요.


굿·민요·판소리… 장르부터 방식까지 다양한 시도

요즘 대중음악계에선 국악이 뜨거운 관심거리예요. 국악과 현대음악의 협업, 국악에 더해진 현대적인 퍼포먼스 등 국악을 둘러싼 최근의 경향을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요? 퓨전 국악 혹은 국악 팝? 많은 이가 “하나로 딱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죠. 그만큼 뮤지션마다 다양한 음악을 펼쳐내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악단광칠이 대금·아쟁·피리·가야금 등 전통 국악기를 기반으로 굿을 노래하는 등의 실험을 한다면 이날치밴드는 전통 판소리에 현대적인 팝을 접목해요. 2020년 ‘범 내려온다’로 대중음악계를 뒤흔든 이날치밴드는 베이스와 드럼이 만들어낸 리듬 위에 판소리를 실었어요. “춤출 수 있는 판소리를 만들자”는 뜻에서 시작한 이들의 시도는 ‘조선의 힙’이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젊은층에게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죠. 이 밖에도 태평소·해금·거문고 등의 악기와 강렬한 록 사운드를 크로스오버(교차)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밴드 ‘잠비나이’, ‘코리안 집시’를 표방하며 한국 전통음악에 뿌리를 두고 다양한 음악적 유랑을 시도하는 ‘상자루’, 판소리 스토리텔링(이야기)에 팝 리듬과 멜로디를 입혀 ‘조선팝’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서도밴드’ 등 최근 국악의 새로운 시도는 폭이 매우 넓어요.

출처: 박다울 작가
▶악단광칠의 ‘미치고 팔짝 콘서트’ 현장

홍대 인근 인디(독립) 라이브클럽을 중심으로 2004년부터 활동해온 ‘모던 가야그머’ 정민아도 최근 전자음악프로듀서 이상진과 새로운 음악 프로젝트 ‘ESP(Electronic Sanjo Project)’의 첫 정규앨범 ‘ESP’를 내놨어요. 두 사람은 2011년 정민아의 3집 ‘오아시스’ 앨범 협업을 시작으로 산조와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협업을 꾸준히 시도해왔고 이번 앨범은 그 결실로 나오게 된 것이에요. ESP의 음악은 실험적이지만 어렵지 않은데요. 


정민아는 “가야금 터치의 질감을 살려 산조의 감각을 유지하되 이국적인 멜로디 라인을 이용해 전자음악과 이질감 없이 융화했다”라고 설명했어요. 특히 타이틀곡인 ‘Gaya DNA’는 전자음악 장르인 ‘드럼 앤드 베이스’ 특유의 빠른 템포 속에서 가야금만이 낼 수 있는 넘실대는 그루브(리듬)가 매력적인데요.


"이번 앨범은 기본적으로 리듬과 화성, 멜로디를 명확하게 진행해 어렵게 들리지 않도록 구성하며 작업했어요. 국악인데 어른들만의 음악이 아니고 전자음악인데 젊은이만의 음악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듣기 쉽고 함께 여흥을 즐기기 좋은 음악, 자유롭게 춤추며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담자는 게 목표였어요."


국악과 현대음악 연주자 협업 역사 깊어

국악 장르의 현대적 시도는 사실 최근의 일은 아니에요. 이른바 신(新)국악이라 불리는 국악의 현대화 노력은 1960년대부터 본격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1963년 가야금 명인 황병기가 만든 ‘숲’은 가야금 창작곡의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아요. 


1985년 20대 국악인들로 이뤄진 ‘슬기둥’의 시도 역시 국악의 현대화 노력에 있어 주요 사건으로 꼽히죠. 이들은 피리, 대금 등 전통악기에 기타와 신시사이저 등 서양 악기가 어우러진 파격적인 국악을 선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출처: ESP
▶모던 가야그머’ 정민아와 전자음악프로듀서 이상진. 이들은 얼마 전, 새로운 음악 프로젝트 ‘ESP(Electronic Sanjo Project)’의 첫 정규앨범 ‘ESP'를 발매했다.

1990년대 들어서며 ‘홍대’로 대표되는 이른바 ‘인디신’에서도 국악이 등장했어요. 특히 슬기둥의 멤버 원일이 백현진, 장영규와 함께 결성한 ‘어어부 프로젝트’는 실험적 성격이 돋보이는 음악적 시도로 주목을 끌었죠.


이런 역사로 비춰봤을 때 지금의 국악 열풍은 결코 우연히 터진 사건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어요. 과거부터 축적된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있었기에 오늘날 결실을 맺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에요. 


화려한 의상과 춤·영상, 보는 눈까지 즐거워

출처: 한국관광공사
▶이날치밴드의 ‘범 내려온다’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춤이 어우러져 화제를 모았던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의 한 장면

2010년 이후 등장한 국악의 현대화 현상에서 눈에 띄는 차별점도 분명히 있어요. K-팝이 음악 자체의 매력뿐 아니라 패션, 퍼포먼스 등으로도 큰 사랑을 받은 것처럼 국악 역시 시각 측면에서 파격적인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 대목에서 국악이 소리뿐 아니라 시각까지 민감한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해석도 나와요.


소리꾼 이희문, 추다혜, 신승태와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 등이 만들었던 밴드 ‘씽씽’은 펑키한 느낌을 주는 특별한 가발과 여장 등 파격적인 모습으로 독특한 퍼포먼스를 선보여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았어요.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의 유명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들의 공연 영상은 조회 수 600만 회를 훌쩍 넘겼죠.


이날치밴드, 추다혜차지스, 악단광칠 등도 음악은 물론이고 춤과 의상 등 다채로운 볼거리로 각종 음악 페스티벌 등에서 시선을 끄는 뮤지션들인데요. 특히 코로나19로 ‘집콕(집안에서 생활하는 것)’ 시대에 독특한 의상과 안무를 선보이는 이들의 공연 영상은 유튜브에서 입소문을 탔어요. 그 중심에 있는 뮤지션은 단연 이날치밴드죠. 이들의 최대 히트곡 ‘범 내려온다’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춤이 어우러진 한국관광공사의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홍보 영상은 이날치밴드의 음악 역량과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군무, 화려한 의상 등이 고루 어우러져 흥행에 성공했어요.


현실 상황 대입한 가사로 공감 끌어내기도

대중에 국악을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음악이 아닌 현재성 깃든 음악으로 소개하려는 시도도 국악에 대한 사람들의 호응을 끌어내는 데 한몫했어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이 홍옥이가, 이 광칠이가 여기 계신 여러분께 축원 한마디 드려야겠지요~” 악단광칠의 ‘얼싸’ 노래 말미 일종의 ‘공수’를 하는 대목에서 관객들은 보컬 홍옥의 덕담에 귀 기울이며 열렬히 호응해요. 공수란 무당이 신들린 상태에서 신의 말을 하는 것을 일컫는데요.


천재현 대표는 “이는 공연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해요. “굿에는 정해진 사설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 맞춰 사람들에게 들려줄 만한 말을 담을 수 있는 부분도 있죠. 공수 대목은 공연 때마다 그 상황에 맞춰 즉흥적으로 준비합니다. 2020년엔 코로나19 관련 내용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듣는 분들도 이 대목에서 큰 공감을 하고 따뜻함을 느끼고 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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