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행복하려면 도대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할까?"

조회수 2021. 4. 7. 11:0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파이어(FIRE) 운동'의 창시자 미국의 그랜트 사바티에. 두 사람은 행복이 '이것'에서 온다고 이야기 했는데요. 이상록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의 '행복의 조건' 글로 함께 알아봐요!

행복하려면 도대체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언제 내가 행복한지 ‘행복리스트’를 써봤죠.
- 이상록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 -



tvN에서 프로듀서(PD)로 일하던 시절 다양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재미도 중요하지만 모두가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볼 만한 의미나 메시지를 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항상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만들려고 노력했고요. 2019년에 제가 기획, 제작한 다큐멘터리에서 ‘파이어(FIRE) 운동’의 창시자인 미국인 그랜트 사바티에(36)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파이어는 ‘Final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약자로 젊었을 때 최대한 많은 일을 하고 극도로 절약해서 돈을 모은 뒤 40세 전후에 은퇴하고 그 이후에는 경제적 부담 없이 행복하게 살자는 운동입니다. 그랜트를 제가 직접 만난 건 아니고 당시 저와 일하던 제작진이 미국에 출장을 가서 직접 인터뷰를 했죠. 책임프로듀서(CP)였던 저는 방송 전 편집 과정에서 담당 PD와 함께 인터뷰 내용을 보게 됐고요.


“제 행복리스트는 강아지와 산책하기, 친구와 기타 치기, 글쓰기, 책읽기 등이었어요. 대부분 돈이 전혀 안 들거나 거의 안 드는 것들이었죠. 그때부터 물건 사는 걸 멈추고 행복한 일을 하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은 월급이 오르고 돈을 많이 벌면 새 차를 사고 더 좋은 아파트로 옮기지만 그게 행복함을 주진 않아요.”


당신의 행복리스트는 무엇인가요?



그랜트는 스스로 ‘행복의 조건’을 깨우친 뒤 5년 동안 모바일 광고, 창업, 펀드, 주식 등으로 100만 달러(약 11억 2350만 원)를 모아 30세에 은퇴했다고 합니다. 그 뒤엔 자신이 좋아하는 글쓰기와 강연, 지식을 나누기 위한 팟캐스트(인터넷 라디오 플랫폼) 진행 등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고요. 그가 시작한 파이어 운동이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면서 그랜트는 은퇴 이후에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하며 더 큰 돈을 벌고 있다고 하니 더 이상 바랄 나위가 없겠네요. 그런데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 그랜트가 한 말이 꽤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파이어 운동은 젊었을 때 돈을 모아 일찍 은퇴하고 놀자는 게 아닙니다. 최단 시간에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 경제적 속박에서 벗어난 뒤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하며 살자는 것이죠.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간과 돈을 바꿔가며 사는 삶을 최대한 단축하자는 거예요. 시간은 한번 지나가면 오지 않잖아요. 돈과 시간을 바꿀 순 없죠.”





담당 PD에게 그랜트의 인터뷰를 프로그램에 충분히 담자고 얘기한 뒤 편집실을 나서는데 ‘나의 행복리스트는 뭘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그래서 저도 종이에 써봤습니다. 글쓰기, 책읽기, ○○카페의 아메리카노와 크로크무슈(햄과 치즈를 넣어 구운 삼각형 모양의 식빵) 세트, 다큐 만들기, 농구,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 몰아보기. 제 행복리스트도 그다지 많은 돈이 들지 않는 것들이란 걸 그때 깨달았죠.


나도 돈과 시간을 바꾸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일까? 그 순간 불현듯 많은 생각과 감정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던 기억이 납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5년 만에 10억 원 넘는 돈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고. 그랜트야 그 뒤에도 글쓰기와 강연 등으로 크게 성공해 승승장구하고 있으니 그렇게 얘기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요.


뭐 그런 반박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돈과 시간을 바꿔가며 사는 삶이 행복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랜트만큼 빨리는 어렵더라도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삶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게 모두의 바람일 테니까요. 그런데 물질에 대한 욕심을 떨쳐버리는 게 말처럼 쉽진 않습니다. 99억 원을 가진 부자가 재산 100억 원을 채우려고 1억 원 가진 사람의 돈을 빼앗는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겠죠.




행복은 정신적 만족에서 오는 것

행복은 정신적 가치에서 옵니다. 물질에서는 만족이 없어요. 돈, 권력, 명예욕은 다 물질에 대한 소유욕이죠. 가질수록 더 목마르고 배가 고픕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행복한가? 행복에 반드시 필요한 조건은 ‘만족’입니다. 그런데 만족은 물질이 아니라 정신에서만 찾을 수 있어요.
-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



얼마 전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인터뷰 내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올해 102세인 김 교수도 행복은 정신적 만족에서 온다고 얘기합니다. 파이어 운동을 벌이고 있는 그랜트의 얘기와도 크게 다르지 않네요. 두 사람 모두 물질에 대한 소유욕은 적당히 내려놓고 정신적 만족을 찾아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물질적 욕구의 ‘적정선’을 찾는 건 각자의 몫이자 숙제겠죠. 제게도 역시 그렇습니다. 초스피드로 살아가는 디지털 시대엔 많은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합니다. 누리소통망 세상에선 모두 즐겁고 행복하고 풍요로워 보이죠.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나만 빼고 모두가 풍요롭고 행복할까요? 초스피드 시대, 행복의 조건은 누리소통망의 행복해 보이기 경쟁에 올라타기보다는 그곳에서 가만히 내려오는 것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상록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