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국'을 견뎌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

조회수 2021. 3. 31. 15: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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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겨례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고군분투기

낯선 감염병과의 싸움은 예상보다 길고 힘겹게 이어지고 있어요. 그럼에도 하루하루 생활 전선에서 열심히 일하며 ‘코로나 시국’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택시를 몰고 벽지를 팔고 여행사를 운영하고 예술영화관을 지키는 바로 우리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볼까요?


# 개인택시 기사

이 악물고 버텨… 카드수수료 인하라도


“이를 악물고 코로나 시대를 버티고 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면서 택시 이용객이 크게 줄었다. 그 가운데 ‘오후 9시 이후 영업 제한’은 그야말로 직격탄이었다. 지금은 한 시간 늦춰졌지만 깜깜한 거리에 택시 등만 밝힌 지가 넉 달이 흘렀다.” 서울에서 18년째 개인택시를 모는 김흥기(49) 씨는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몇 개월째 쉬고 있다는 택시 기사들의 하소연은 빈말이 아니었습니다. 김 씨는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많게는 45%, 적게는 35% 정도 매출이 줄었다”고 말했어요. 오후 10시가 되면 식당, 술집이 문 닫고 회식 같은 모임 역시 사라졌기 때문이죠. 김 씨는 “길거리에서 손님을 못 태우니 새벽 배송이라도 해보겠다는 몸부림”으로 많은 택시 기사가 오토바이나 중고차를 샀다고도 전했습니다.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에 긴급지원금을 몇 차례 받았습니다. “생활비는커녕 차량 유지비, 택시 할부금도 안 된다. 순간 없어지는 현금보다 택시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지원이 간절하다”며 김 씨의 호소는 이어졌어요. “카드수수료를 한시적으로라도 인하해주면 숨통이 트이겠다. 카드 매출이 발생하면 1.4~1.9%의 수수료가 차감되고 입금된다. 수수료 몇십만 원에 택시 기사들은 죽고 사는 문제가 생긴다. 또 교육세를 내려 가스값을 900원대에서 600원대로 떨어뜨려 3개월간 120만 원을 환급받게 지원해 주는 게 더 도움이 된다. 현금 지원보다 이런 혜택이 영세사업자인 택시 기사들이 사업을 영위하는 데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힘이 된다.”


코로나19 파장은 택시업계의 세대교체로도 이어졌어요. 2021년 1월부터 개인택시 양수 조건이 완화됐습니다. 종전엔 개인택시 면허를 양수 받기 위해서는 사업용 차량 운전 경력과 무사고 경력이라는 비교적 까다로운 자격 조건을 충족해야 했는데요. 지금은 최근 5년 동안 경찰청 교통사고 기록이 없는 사람은 누구나 제한 없이 개인택시 사업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개인택시 면허 매매업도 겸하는 김 씨는 “코로나19로 지친 나이 든 기사가 많이 그만두었다. 그 자리에 젊은 세대가 유입되고 있다. 20~30대는 부모 경제력을 뒷배로 무작정, 40~50대는 일자리 위기감에 상담 문의가 많이 오는 편이다. 대기업이나 은행 종사자, 공무원 출신도 상당수”라며 2020년 4월 이후의 변화를 짚어줬습니다.


특이한 점이라면 개인택시를 ‘겸업’으로 문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 씨는 본인 스스로를 본보기로 설명했어요. “낮에는 경기·서울 개인택시 면허 매매업을 하고 있다. 밤에는 개인택시를 몬다. 콜 사업도 하고 있다. 또 택시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도 운영한다. 이 외에도 몇 가지 일을 더 한다. 모두 택시와 관련된 일이다.” 모든 일이 수입으로 연결되진 않지만 스스로 “택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20번”이 된 김 씨는 코로나 시대를 더욱 바삐 보내고 있습니다.



# 예술영화전용관 운영

임대료 지원 절실… 이젠 생존 전략 세울 때



“겨우 유지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객이 평일 하루 10명, 주말에도 20명 남짓이다.” 대구의 유일한 예술영화전용관인 동성아트홀의 운영 책임을 맡고 있는 윤성근(48) 프로그래머의 깊은 고뇌가 느껴집니다.


동성아트홀은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인 2020년 1월까지만 해도 하루 평균 100여 명이 드나들던 곳이에요. 1년 넘게 코로나19의 거센 풍파를 맞고 있습니다. 1차 대유행을 몰고 왔던 ‘신천지 사태’가 터지면서 60일 동안 극장 문을 닫기도 했죠. 다시 극장 문은 열었지만 관객의 발길은 예전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윤 프로그래머는 “정부 재난지원금으로 현재까지 총 300만 원을 지원받았고 방역 물품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매일매일 적자 상태에서 역부족이었다. 상반기에 지급된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지원금은 생명수가 돼주었다. 또 하반기에 1,000만 원 규모의 특별전 지원은 단비였다. 모든 영화관을 대상으로 한 티켓 할인은 영세한 독립예술영화관 입장에선 썩 기분 좋은 도움까지는 못 됐지만 어쨌든 크고 작은 지원이 있어 ‘생존’을 해왔다”며 지난 1년을 돌아봤습니다.


힘든 여건에서도 동성아트홀은 자구책 마련에 적극적이었어요. 2020년 다양한 기획전과 특별전을 열어 마니아들의 발길을 붙잡으려 노력했죠. 동성아트홀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함으로 차별화를 꾀했습니다. 이런 노력은 2021년에도 계속되고 있어요.


윤 프로그래머는 “올해도 기획전과 특별전, 영화제 등을 많이 해보려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 이전처럼 많은 관객이 올지는 의문”이라며 그사이 달라진 관람 방식에 불안함과 갑갑함을 내비쳤습니다. 그 연장선에서 “직접적으로 극장 운영에 도움이 될 만한 지원이면 좋겠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임대료 몇 달 지원 같은 게 절실하긴 하다”는 말도 남겼어요.


불안함은 계속되지만 뚫고 나아가야 한다는 의지도 강합니다. “극장가는 코로나19 여파가 꽤 갈 것으로 보인다. 지원에만 목매고 있기엔 한계가 있다”며 윤 프로그래머는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영화로서 좋은 공간과 프로그램으로 살아남을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동성아트홀을 없어서는 안 되는 공간으로 깊게 인식할 수 있게 한 번이라도 찾아오도록 자구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며 스스로의 변화를 굳게 다짐합니다.




#여행사 대표

새롭게 기회 살리려면 집합금지 꼭 풀려야


“해외여행은 멈췄고 국내 여행도 모임과 이동이 위축되면서 타격이 컸다. 특히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5인 이상 집합금지까지 겹쳐 여행업은 전면 중지된 상태나 마찬가지다. 지난 1년간 매출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비단길여행사 박영운(52) 대표가 전하는 여행업계의 코로나19 피해는 막대했습니다.


“직격탄을 맞아 10원도 못 벌어도 영업정지나 폐업을 못 하고 버텨야 했다”는 박 대표는 “죽을 맛”이라고 심정을 토로했어요. 비단길여행사는 고용유지지원금을 2020년 11월 말까지 6개월간 받았기 때문이에요. 고용유지지원금은 회사가 문을 닫지 않는 조건으로 직원 급여의 80%를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박 대표는 더 현실적인 지원을 요구했습니다.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지금은 소수 인원으로 기획된 여행도 5인 이상 집합금지로 적정 인원을 모을 수가 없다.” 비단길여행사는 ‘테마로 떠나는 해외여행’을 전문으로 해온 여행사로 뛰어난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박 대표는 “2021년 여행 시장은 해외는 아직 어려운 대신 값어치 있는 새로운 국내 여행 프로그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과는 다른 여행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어요. 비단길여행사가 트렌드에 맞춰 새롭게 선보일 국내 여행 상품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코로나 시대가 여행업계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그동안 여행 시장은 대기업 위주의 잘못된 구조와 관행이 많았다.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생태계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좋은 기회를 살리려면 새롭게 시작할 길이 열려야 한다. 5인 이상 집합금지가 풀려야 가능한 일”이라며 해제를 촉구했습니다.



# 벽지 전문점 운영

집 안 꾸미는 이들 늘며 벽지 소비 크게 늘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집을 다르게 보게 된 것 같다. 그동안 정형화된 집의 공간이 변화의 상징이 됐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벽지 전문점을 운영하는 신창용(53) 씨는 코로나19 여파를 집 안 꾸미기 변화로 설명했어요.


집 안에서 일하고 수업 듣고 운동하고 취미 생활까지 합니다. 코로나 시대는 주거 목적 외에도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또 새롭게 해야만 하는 일들을 모두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물리적 강제성이 부여됐어요. 신 씨는 “그래서인지 더욱더 집 안을 꾸미는 이들이 많아져 벽지 소비가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코로나 시대에 주택 리모델링을 비롯해 인테리어 시장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집을 영화관, 카페, 도서관 등으로 대체하면서 취향과 개성을 담아 꾸미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 데 따른 거예요. 


신 씨는 “예전엔 이사를 해야 인테리어를 새로 했는데 이제는 수시로 인테리어를 바꾸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그럴 때 벽지나 페인팅이 저렴하면서 효과가 크다”고 덧붙였어요.


달라진 점도 있다고 해요. 신 씨는 “요즘 소비자는 똑똑하다. 제품을 구입할 때 모델명을 정확히 말한다”면서 “취향과 개성이 뚜렷하고 트렌드에 발 빠른 소비자와 발맞추기 위한 고민을 시작한 2021년”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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