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 세계에서 통한 이유

조회수 2021. 3. 26. 16: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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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SF 영화 <승리호>가 개봉 당일 16개국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어요. 그런데 사실 <승리호> 개봉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해요. 전 세계에 K-SF를 알린 <승리호> 작품에 대해 문동열 콘텐츠산업 칼럼니스트와 알아봐요.



콘텐츠 역사에서 사이언스픽션(SF)은 생긴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장르 중 하나입니다. 18세기 후반 인류가 과학의 힘에 심취해 과학만능주의를 부르짖을 때 등장한 SF는 이후 대중들의 미지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주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어요. 이처럼 SF는 콘텐츠 시장의 주요 장르 중 하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는 SF 장르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해온 SF 불모지였습니다.


우리나라 콘텐츠가 유독 SF 장르에 약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SF 장르가 상당히 많은 제작비와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상위 레벨’의 영역이기 때문이에요. 전 세계에서 SF가 가장 강한 미국 할리우드는 이미 오랜 기간 SF 장르의 영화들을 제작해왔고, 특히 현실에서 구현하기 힘든 여러 가지 배경들을 미니어처나 최근에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에 의존해 화려한 시각 효과를 제공합니다.


이는 시각적인 볼거리가 가장 중요한 SF 장르에 있어 강력한 경쟁력 중 하나이며, 여기에서 쌓인 다양한 노하우는 다른 국가들이 만든 SF 장르와 비교할 수 없게 했습니다. 이처럼 시장에 강력한 경쟁자가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굳이 제작비가 비싸고 잘 만들 자신이 없는 SF 장르 영화를 제작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개봉 직후 전 세계 28개국 1위 휩쓴 ‘승리호’


그런 의미에서 2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국산 SF 영화 <승리호>는 우리나라 콘텐츠 역사에 있어 많은 의미를 던져줍니다. 특히 이 작품은 개봉 첫날 16개국에서 시청률 1위를, 다음날에는 28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어요. 1위는 아니더라도 70개국 이상 국가에서 톱10에 드는 등 의외로 반응이 좋자 관련 업계를 비롯해 국내 많은 제작자들이 기뻐했습니다.


<승리호>의 넷플릭스 개봉에는 사실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알려져 있다시피 <승리호>는 당초 넷플릭스 개봉을 위해 제작된 작품이 아닙니다. 다른 영화들처럼 영화관 개봉을 목표로 했던 작품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극장에서 개봉할 경우 흥행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영화관 개봉을 미루고 있었어요.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어쩔 수 없이 넷플릭스 개봉을 선택한 상황이 제작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기분 좋은 결정은 아니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지금은 국내의 많은 관객들이 국산 SF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것이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거기에 세계 여러 나라에 우리 영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라 볼 수 있을 거예요.


출처: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승리호>의 이번 흥행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에 있어 여러모로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승리호>에서 보여준 컴퓨터 그래픽의 수준은 할리우드의 그것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는 평가에요. SF 장르는 아니지만 이미 <신과 함께>라는 작품에서 많은 발전을 보여준 우리나라의 컴퓨터 그래픽 실력이 이번 <승리호>를 통해 재확인되었다는 점이 고무적이죠.


특히 초반부의 우주 정거장 등장이나 우주선 추격 장면 등은 세계 영화 커뮤니티에서도 많은 화제를 불러왔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어요. 아직 국내 SF 장르의 역사가 짧아 제작 노하우가 탄탄하지 못해 이미 할리우드 SF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다소 허술해 보이는 요소들이 있다는 점이에요.


하지만 이는 반세기 이상의 역사와 노하우를 가진 할리우드의 그것과 비교했기 때문입니다. 분명 <승리호>만의 장점과 매력이 있었기에 흥행에 성공했을 거예요. 게다가 <승리호> 이후 최근 웹툰 시장을 중심으로 수준 높은 SF 장르의 작품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K-SF의 미래는 밝아 보입니다.




우리 영화 세계적으로 더 많이 알려지는 계기


<승리호>에서는 한국어를 비롯한 다양한 언어가 나옵니다. 실시간 통역기의 보급으로 극 중에 등장하는 많은 다국적 배우들이 모국어를 그대로 쓰면서 연기를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 설정이 마음에 듭니다. 우리나라 배우들이 굳이 어설픈 영어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극 중에 녹아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한류가 기세를 떨치고 있는 동남아 지역 외에 라트비아나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같은 동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것도 흥미를 끌어요. 특히 이 영화로 우리나라 영화를 처음 봤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고무적인 일이에요. 개봉 직후 조성희 감독이 해외에서 보낸 찬사에 얼떨떨하다고 말했듯이 이번 넷플릭스 개봉을 통해 우리 영화가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 부인할 수 없는 <승리호>의 업적입니다.


여러 K-콘텐츠의 대내외적인 경쟁력이 서서히 자라고 있는 상황에서 <승리호>가 뿌린 K-SF의 씨앗을 잘 키워 앞으로 할리우드의 그것과 경쟁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문동열 콘텐츠산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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