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진서가 제주에서 받은 특별한 선물은?

조회수 2021. 3. 15. 13: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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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6년째 살고 있는 배우 윤진서. 코로나19로 친한 이웃들이 육지로 떠나가거나, 빈집이 이곳저곳 생기는 것을 보며 상실감과 고립감을 느꼈다고 해요.


그럴 때마다 배우 윤진서는 요가를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고 하는데요. 어느 날, 요가를 하다 제주로부터 선물 같은 무언가를 깨닫게 되었다고 해요.


배우 윤진서의 '선물처럼 주어진 용기' 글에서 살펴봐요.


 코로나19로 모든 곳곳이 의기소침해진 요즘 제주라고 해서 달리 피해갈 방법은 없다. 3월, 유채가 만발하고, 날씨는 봄을 맞았지만 여느 때처럼 깔깔 웃는 가족들이나 예쁜 원피스를 차려입고 사진기를 든 아가씨들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꽃만 바람에 나불댄다. 


청명한 하늘과 다르게 이곳저곳 빈집이 많아지니 요즘 같아선 내가 제주에 들어온 2016년도를 안 떠올릴 수가 없다. 2016년 가을, 제주도를 여행하며 중문색달해변으로 갔다. 그곳에서 은빛 바다와 깨끗하게 부서지는 파도와 파도를 넘나드는 돌고래 같은 서퍼들을 보면서 결심했다. “아! 나도 돌고래처럼 바다를 누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렇게 제주에 남았고, 제주로 입도하려는 많은 사람과 함께 금값이 된 땅에 혀를 내두르며 발품 팔다 만난 안식처에 몸을 눕힌 지 6년째가 되었다.


언제까지 지루할 정도로 평화로울 것 같았던 이곳까지 침범한 코로나19 때문에 관광객들은 발이 묶였다. 상황이 1년이 넘어가자 버티다 못한 이주민들은 제주를 떠나기 시작했고, 이곳저곳 어느새 빈집으로 넘쳐나게 되었다. 그동안 나라고 차분하게 앉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끔 기상 이변으로 비행기가 못 뜨거나 친해질 만하니 육지로 떠나는 이들을 보며 이전에는 가져보지 못한 고립감이나 상실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그런 감정에 빠질 때마다 더욱 새소리, 바람 소리에 기대 요가를 했다. 요가 공부를 2010년부터 시작했는데, 이는 뉴욕이나 인도, 코스타리카, 이탈리아까지 찾아가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제주에서 복습과 수련을 이어가던 나는 결국 요가를 하며 살게 됐다. 진짜로 내가 요가를 나누는 삶을 살게 될지 몰랐다. 그저 연기 인생을 살다 마음이 어지러워지면 요가에 기대어 쉬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시골 바람을 맞으며 새로운 용기가 생겼다.


제주는 마법처럼 요가와 함께 살아가라고 나를 품어주었다. 어쩌면 나는 이 땅이 준 그것이 고마워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선물처럼 주어진 용기였다. 진짜로, 괜찮다고. 나만 진심이면 된다고. 적막한 시골에서 그 작은 진실을 알게 된 것이다.


우리 삶 속에는 사소한, 작은 일들이 매일 일어난다. ‘조금 관심이 있어서’ ‘조금 잘하는 것 같아서’ 그런 작은 실마리들이 언젠가는 연결되어 나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제주는 사람들이 떠나고 다시 조용한 시골 마을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끝나고 관광객이 많아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활기가 찾아오겠지. 그때까지 이곳에 남은 이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한적한 아름다움을 즐겨 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동안 사소하게 넘겨버린 그 ‘무언가’를 발견해보기로 한다.



ⓒ배우 윤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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