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사람이 사는, 가장 위험한 주택'의 이유있는 변신

조회수 2021. 3. 11. 14: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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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1978년에 순차적으로 지어졌지만 2008년 안전진단에서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됐던 '정릉스카이 연립주택'. 이젠 18.94 대 1이라는 높은 입주 경쟁률을 자랑할만큼 인기있는 주택으로 바뀌었다고 하는데요! '가장 위험한 주택'에서 '살고 싶은 맞춤형 주택'으로 바뀐 공공임대주택을 소개할게요.


공공임대주택 ‘청신호’ 1호 가보니

출처: 원낙연
▶정릉하늘마루 담장에 입주를 환영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월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정릉동 894-22번지를 찾아 언덕을 오르자 하얀 벽에 ‘정릉하늘마루’라고 적힌 건물이 보였어요. 정릉하늘마루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상표인 ‘청신호’ 1호 주택이에요. 청년과 신혼부부 앞 글자를 따 내 집 마련에 청신호 같은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함께 담았다는 게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설명입니다.

출처: 한겨레
▶2016년 말 철거 직전의 정릉스카이 연립주택

원래 정릉하늘마루 자리에는 정릉스카이 연립주택이 있었어요. 1969~1978년에 순차적으로 지어졌지만 2008년 안전진단에서 D∼E등급 판정을 받아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됐어요. 그러나 건물 높이와 건폐율이 낮게 제한된 자연경관지구라 사업성이 낮아 자력 개발할 수 없었는데요.


140가구 가운데 15가구가 8년 가까이 방치된 건물에 살며 ‘서울에서 사람이 사는, 가장 위험한 주택’으로 알려졌죠. 2016년 서울시가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고 SH가 ‘공공 디벨로퍼(개발자 역할)’로 나선 결과, 2020년 4월부터 청년과 신혼부부들이 입주할 수 있었어요.

4층짜리 건물 1층에 ‘공유 공간’ 가득

출처: 서울주택도시공사
▶하늘에서 본 정릉하늘마루

 정릉하늘마루에서 먼저 눈길을 끈 건 공유 공간(커뮤니티 시설)이에요.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3개 동에 불과하지만 각 동 1층에는 주민 카페, 코인 세탁실, 주민 편의시설 1·2, 공동 육아방, 경로당, 계절 창고 등 다양한 공유 공간이 자리 잡고 있어요. 


96.58m²(약 29평)로 조성된 주민 카페는 주방과 독립된 방을 갖춰 회의실이나 스터디 룸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코인 세탁실은 세탁기, 건조기, 운동화 세탁기 등을 갖췄는데 이용 가격은 세탁·건조 각 1회에 2,000원으로 시중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에요. 

출처: 원낙연
▶볼 풀과 트램펄린을 갖춘 공동육아방

 73.01㎡ 규모의 공동 육아방은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볼 풀과 트램펄린에다 아이들이 노는 동안 보호자들이 쉴 수 있는 방도 두 칸이 있어요. 계절 창고에는 잠금장치가 설치된 개별 철제 보관함 30개가 있어 선풍기, 난로 등 계절에 따라 쓰지 않는 물건을 보관해 일상 공간을 좀 더 넓게 활용할 수 있죠. 이 밖에도 텃밭, 무인 택배함 등이 마련돼 있어요. 


이준용 SH 근린재생사업부장은 “임대아파트 166세대라고 하면 단지가 큰 게 아닌데 세대 규모에 비해 공유 공간을 최대한 조성하려 노력했다”고 말했어요. 고미선 관리소장은 “이렇게 좋은 공유 공간을 갖춘 임대아파트는 본 적이 없다. 300세대가 넘는 임대아파트도 함께 관리하고 있는데 거기는 경로당이 여기 반만 하다. 어린이집이 있는 임대아파트는 봤지만 육아방이 있는 임대아파트는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원낙연
▶주방이 있는 주민 카페

공유 공간 가운데 주민이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는 공간은 주민 카페과 코인 세탁실인데요. 주민 카페는 노트북을 가지고 와서 업무를 보거나 공부할 수 있어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요. 특히 SH공동체코디네이터들이 주민과 함께 행사를 기획해 여는 장소이기도 하고요. 주민 상견례를 겸해 라면을 함께 끓여 먹고, 주민 카페 앞마당에서 벼룩 장터를 진행했어요. 다목적 시설인 주민 편의시설 1·2에서는 ‘청년과 주거’라는 주제를 놓고 세미나를 하고, 청년 주거 문화를 알리고 함께 사는 방법을 만들어가는 ‘팝업 아지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출처: 원낙연
▶시중 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코인 세탁실은 최근 주민 수요조사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곳이다.

코인 세탁실은 최근 주민 수요 조사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곳이에요. 고미선 관리소장은 “청년들은 세탁기를 갖고 이사 다니기가 어렵고, 방도 넓지 않아 청년을 위한 공동주택에 코인 세탁실은 꼭 필요한 것 같다”며 “젊은 주민이 많다 보니까 모여서 같이 의논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 코로나19가 수그러들었을 때 코디네이터들이 여러 행사를 계획했는데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바람에 중단됐다”며 아쉬워했어요.

원룸에도 발코니… 입주자 맞춤 빌트인

각 가구에는 입주자의 특성에 맞는 가전과 가구가 마련돼 있어요. 정릉하늘마루는 청년·대학생용 108세대, 신혼부부용 25세대, 고령자용 33세대 등 총 166세대인데요. 모든 가구에는 에어컨을 기본으로 설치했어요. 19∼26m² 규모의 청년·대학생이 거주하는 원룸에는 주방과 싱크대를 줄인 대신 입주할 때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없도록 냉장고, 책상, 붙박이 옷장 등을 내장형(빌트인)으로 제공했고요. 발코니도 있습니다.


이준용 부장은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 그리고 결혼은 했지만 자녀가 없는 부부 등 1·2인 가구에 집중해 설계했다”며 “1·2인 가구는 집에서 음식을 잘 해 먹지 않기 때문에 주방과 싱크대를 줄인 대신, 주민 카페와 코인 세탁실 등 공유 공간을 많이 만들었다”고 설명했어요.


36m²(약 11평) 규모로 방 1개와 거실로 구성된 신혼부부 세대에는 에어컨, 가스레인지, 붙박이장 등이 마련돼 있어요. 아이의 안전을 대비해 화장실 문에는 손 끼임 방지 장치도 설치됐어요. 26m² 고령자 세대는 안전과 동선을 고려해 높낮이 조절 세면대, 비상 버튼 등이 마련돼 위기 상황 시 구조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휠체어 이용을 고려해 문턱을 낮췄고, 현관 앞에는 간이 의자와 욕실 미닫이문, 복도에는 안전 손잡이를 설치했어요.


임대 보증금은 2,820만 원에서 6,240만 원까지, 월 임대료는 11만 원에서 24만 5,000원까지예요. 보증금을 늘리면 월세가 줄고, 보증금을 줄이면 월세가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주변보다 저렴한 임대료에 에어컨, 책상·의자, 냉장고 등을 기본으로 제공하면서 18.94 대 1이라는 높은 입주 경쟁률을 기록했어요. 현재 입주율은 80%인데요. 계약은 100% 이뤄졌지만 기존에 살던 집의 보증금이 안 빠져 입주를 못 하는 경우가 상당수입니다.

공동 육아방·주차장 등 마을에 개방 추진

현재 공동 육아방과 경로당 등 일부 공유 공간은 입주자만으로는 이용자가 많지 않아 운영하지 않고 있어요. 고미선 관리소장은 “노인 주민과 어린아이가 있는 세대가 별로 없어서 경로당과 공동 육아방은 열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SH는 공동 육아방과 경로당 등 공유 공간을 마을에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요. 인근 주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면 주민과 임대주택 주민 간 교류가 활발해질 수 있습니다.

출처: 임소라
▶SH공동체코디네이터들이 다목적 시설인 주민 편의시설에서 공유 주차장 설명회를 하고 있다.

 차를 보유하지 않은 청년·노인 세대가 많아 여유가 있는 주차장도 나눔카 등 공유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이준용 부장은 “이 마을에 마땅한 주차장이 없어 좁은 골목에 주차하는 등 주차난이 심각해요. 하지만 공유 공간을 외부에 개방하는 건 입주민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최근 SH공동체코디네이터들이 주차장 공유 사업을 놓고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자 설문조사를 한 결과, 나눔카 사업은 찬성률이 90%가 넘었는데요. 임소라 연구원은 “주민 대부분이 주차장 공유에 대해 긍정적이었지만 ‘개방성과 주민 보안성이 함께 고려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릉하늘마루를 관리하는 분들의 업무 과중이 염려됩니다’ 등 다양한 의견을 주셨다”고 전했습니다.

코로나19 예방 위해 6호부터 건식 욕실 마련

출처: 서울주택도시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지금까지 준공한 ‘청신호’ 주택은 ▲오류동 행복주택 ▲고덕강일11 행복주택 ▲신정동 행복주택 등 모두 4곳입니다. 공사 중이거나 실시·기본 설계에 들어간 곳까지 합치면 모두 15곳이에요.


 6호 청신호부터는 정릉하늘마루 개별 가구에 적용하지 못한 청신호 특화 평면을 적용하는데요. 청신호 특화 평면이란 개별 가구에 ▲가변형 벽면 ▲3.3㎡(1평)의 여가 공간 더 제공 ▲건·습식 욕실 분리 ▲빌트인 가구 ▲내 집 앞 택배 공간 ▲수납공간 특화 설계 등을 적용하는 것을 말해요.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예방과 개인위생 강화를 위해 청신호 모든 세대에 욕실에 들어가지 않아도 수시로 손을 씻을 수 있는 건식 세면 공간을 따로 마련했으며 소형 가구에서는 여성전용 화장실(파우더 룸)로도 활용 가능하도록 개선했어요. 일반적으로 발코니에 있는 세탁 공간을 내부 저장 공간(팬트리) 등과 연계해 하부에는 세탁기, 상부에는 수납공간을 두거나 세탁기·건조기 일체형 가전이 설치될 수 있도록 독립된 세탁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평면뿐 아니라 사용자의 필요에 맞게 거실과 침실을 구분하거나 통합할 수 있는 ‘슬라이딩 월’과 보여주기 싫은 주방을 가릴 수 있는 ‘주방 커버장’, 소형 세대를 위한 가변형 식탁, 내·외부 수납공간과 함께 두 배로 확장된 신발장까지 한정된 주거 공간에서 최대한의 여유와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맞춤형 가구 계획을 포함해요. 특히 청년 1인 가구용 주택에는 여행을 떠나듯 가방 하나만 가지고 들어오면 생활이 가능하도록 세탁기, 에어컨,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주요 가전제품과 함께 가변형 책상과 의자 등이 포함된 일체형 빌트인 가구를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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